[길위의 풍경] 22. 룩소르서 알렉산드리아까지
[길위의 풍경] 22. 룩소르서 알렉산드리아까지
  • 진광 스님/ 조계종 前교육부장
  • 승인 2020.11.2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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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찬란한 문명의 꽃봉오리

룩소르서 카르나르 신전 등 유적 순례
이집트고고학博 유물 보며 ‘죽음’ 성찰
이집트고고학박물관 전경 스케치.
이집트고고학박물관 전경 스케치.

아스완을 떠나 나일강을 옆에 끼고 내달려 룩소르로 향한다. 중간의 검문소에서 멋진 터번을 두른 이집트 현지인 할아버지와 빵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마치 이집트 신화 속에서 방금 나온 듯 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마치 외계인과 같았을 것이다.

한참을 달리다 휴게소에서 쉬는데 뒤란으로 가니 토기에 콩죽이 잘 익어가고 있다. 현지인 기사와 가이드랑 함께 그 맛있는 콩죽에 빵을 곁들여 최고의 점심을 함께하였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현지인의 맛집 탐방에 있다. 토기에 물을 받아 자연냉각시키는 일종의 정수기 물맛도 압권이다. 이는 판매용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이슬람식 급수공덕 기부의 일환이다.

드디어 옛날 ‘테베(Tebe)’라는 지명으로 유명한 룩소르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경주 서라벌과 같은 천년고도로 아문을 모시는 카르나크 신전과 완가의 계곡에 핫셉수트 장례전과 멤논의 석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을 보고나면 그리스, 로마의 유적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특히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잇는 대로 양편에 위치한 양머리를 한 스핑크스 석상이 압권이다. 만약 그 옛날 전성기에 이곳에 와 봤다면 엄청난 규모와 정교한 조각, 그리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황홀한 행복의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어둠이 내리면 룩소르 신전에 환상적인 빛과 음향의 쇼가 펼쳐진다. 나일강에는 유람선이 지나고 신전 앞으로는 고대에서 방금 온 듯 한 당나귀를 탄 소년이 오래된 미래를 거닌다. 예전에 룩소르에 올 적마다 ‘만두’라는 이집트 청년의 한국식당에 들렸다. 30대에 대머리 총각인 그는 이효리 사진을 지갑에 넣어다니며 자기 애인이라고 주장한다. 지금도 그 한국식당과 만두라는 청년이 잘 있는지, 장가는 갔는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룩소르에서 밤기차를 타고 수도인 카이로를 향해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희미한 나일강을 따라 북상하며 밤하늘의 휘황한 별빛과 함께한다. 그 가운데 홀로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 나는 한줄기 바람같이 떠도는 방랑자가 된 느낌이다. 그렇게 꼬박 9시간의 밤기차를 타고 새벽녘에 카이로에 다다랐다.

카이로에서는 나일강변을 거닐다가 이집트 고고학박물관을 관람했다. 이곳은 60만점 이상의 유물을 간직한 세계 최고의 고고학 박물관으로 인류문화의 정수이자 보고다. 특히 투탕카멘 황금마스크 등은 죽음에 관한 대서사시 한 편에 가깝다. 다만 죽음과 영생에 몰두한 나머지 삶과 사랑을 등한시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앞은 재스민 혁명의 요람으로 유명한 타흐리르(해방) 광장이다. 이집트 여행 시 숙소가 근처에 있어 자주 오고가는 곳이지만 지금은 걸을 수 없다고 한다. 저 뒷골목에는 밀로 만든 주식인 일명 ‘걸레빵’과 콩죽을 파는 노점과 이집트 커피와 시샤라는 물담배를 즐기는 현지인들로 가득할게다. 특히 근처의 ‘코사리’라는 일명 ‘꿀꿀이 죽’같은 음식 체인점이 있어 함께 여행중인 가이드랑 관광경찰을 꼬드겨 박물관에 배달을 시켜다가 맛있게 먹었다.

다음은 카이로 외곽의 쓰레기장에 자리한 곱트교회 거주지역과 그들이 세운 모카탐 동굴교회를 방문하였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신앙의 자유를 지키며 오늘날까지 온갖 멸시와 고난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종교를 지켜오고 있다. 실로 눈물겹고 아름다운 그들의 희생과 순교자적 열정에 찬탄과 경외를 금치 못하겠다. 

모카탐 동굴앞에서 만난 어느 할아버지는 자신의 팔에 새긴 십자가 문신을 보여주며 자신은 기독교 신자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리고 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밀빵 한 덩어리와 음식을 낯선 이방인 스님에게 건넨다. 나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작고 소중한 빵과 음식을 눈물로 곱씹으며 함께 먹었다.

시내의 곱트교회 유적지를 둘러보고는 입구의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마음씨 좋은 이슬람 아주머니가 딸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마침 점심으로 ‘코사리’를 먹다가 낯선 이방인에게도 애써 권한다. 내가 본시 넉살이 워낙 좋은지라 ‘마미(mommy)’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마치 백년손님인양 당당히 얻어먹었다. 

다음날 우린 이집트의 항구도시이자 한때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있던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다. 이곳은 또한 클레오파트라의 왕궁이 있었고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파로스의 등대’가 있던 유서 깊은 곳이다. 무엇보다 지중해의 코발트빛 바다와 해변으로 유명한데, 특히 파피루스를 형상화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단연 압권이다.

파로스 등대가 있던 자리에 요새가 들어서 있다. 해변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가끔 이슬람 신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그들과 더불어 한바탕 토론을 해보고 싶다. 아쉬운 것은 나일강변의 사막에 산재한 초기 카톨릭 사막교부 수행자들의 은수자 토굴 등의 유적을 보지 못한 것이다.

나일강은 우간다 빅토리아 호수의 진자라는 곳에서 발원해 6400km의 머나만 여정을 시작해 이곳 알렉산드리아에 이르러 지중해로 흐른다. 흥미로운 것은 나일강이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에서 발원해 이집트 문명을 꽃피우며 위로 흘러가다가 마침내 이곳에서 바다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이곳을 떠난다. 나일강과 알렉산드리아 항구에도 작별을 고한다. 아듀! 이집트! 아듀! 나일강! 아듀! 푸른 에게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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