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견혹(見惑)과 수혹(修惑)

생물[有情]이 미망의 세계[迷界]에 생사윤회[流轉]하는 것은 불공업[不共業ㆍ개인이 지은 선악의 행위]이 원인이고, 바깥 세계의 삼라만상[諸法]이 생성전개(生成展開)하는 것은 공업[共業ㆍ 공동으로 지은 선악의 행위]이 원인이다. 이러한 업인(業因)을 발하게 돕는 근본 동력은 근본번뇌[惑, 隨眠]이다. 6근본번뇌[6수면(隨眠)]는 탐(貪)·진(瞋)·치[痴, 무명(無明)]·만(慢)·의(疑)·악견[惡見, 부정견(不正見)]이다. 곧 탐진치 3독심과 아만심, 의심, 나쁜 견해가 여섯 가지 근본번뇌로 〈구사론〉 제19권에 나온다.

“앞(권 제13 초)에서 세간의 차별은 모두 업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업은 수면(隨眠, Skt. anu?aya)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생장할 수 있으며, 수면을 떠난 업은 유(有, 애착에 의해 윤회 전생의 동력을 가지는 존재, 욕계·색계·무색계의 3유)를 초래할 만한 공능을 갖지 않는다. 그 까닭은 무엇이며, 수면에는 몇 가지가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수면은 모든 ‘유(有)’의 근본으로, 이것의 차별에는 여섯 가지가 있으니 이를테면 탐(貪)·진(瞋)과, 또 만(慢)·무명(無明)·견(見) 및 의(疑)이다.[前言世別皆由業生。業由隨眠方得生長。離隨眠業無感有能 所以者何。隨眠有幾。頌曰。隨眠諸有本 此差別有六 謂貪瞋亦慢 無明見及疑]”

〈阿毘達磨俱舍論 T1558_.29.0098b18-b22〉

이 6수면은 대승의 유식학파에서는 5위 100법의 심소유법(心所有法) 중 근본번뇌심소(根本煩惱心所)에 속한다. 유식학파의 〈성유식론成唯識論〉은 세친(世親)의 〈유식삼십송〉을 주석한 것으로, 세친 문하의 10대논사(大論師)의 주석을 호법(護法)의 설을 중심으로 하여 비판 종합하여, 당나라 현장이 659년에 옥화사(玉華寺)에서 번역한 것이다. 이 〈성유식론〉 재6권에 기술된 내용을 살펴보자.

“번뇌심소의 양상은 어떠한가? 게송(〈유식삼십송〉의 제12)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번뇌심소는 탐(貪)·진(瞋)·치(癡)·만(慢)·의(疑)·악견(惡見)이다. 논하여 말한다. 이 탐(貪) 등 여섯 가지는 체성이 근본번뇌에 포함되기 때문에 번뇌심소라고 이름한다. [煩惱心所其相云何。頌曰。煩惱謂貪瞋 癡慢疑惡見 論曰。此貪等六性是根本煩惱攝故。得煩惱名。]”〈成唯識論 T1585_.31.0031b15-b19〉

〈구사론〉 제 19권에 10수면[隨眠, 根本惑, 根本煩惱]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6수면은 견(見)의 차별에 의해 10수면이 되니 (여기서) 차별이란 이를테면 유신견(有身見)·변집견(邊執見)·사견(邪見)·견취(見取)·계금취(戒禁取)가 바로 그것이다. [六由見異十 異謂有身見 邊執見邪見 見取戒禁取]”

〈阿毘達磨굹舍論 T1558_.29.0099a29-b01〉

10수면은 6수면의 악견(惡見)을 다시 유신견[有身見; 나와 내 것이 있다는 견해]·변견[邊見ㆍ斷見과 常見]·사견[邪見ㆍ인과를 부정함]·견취견[見取見ㆍ그릇된 견해를 바른 것으로 간주하여 거기에 집착하는 견해]·계금취견[戒禁取見ㆍ그릇된 계율이나 금지 조항을 바른 것으로 간주하여 거기에 집착하는 견해]의 5종으로 세분하여, 탐진치만의(貪瞋痴慢疑)와 합한 것으로 10사(使)라고도 한다. 이중 5견(見)은 견도위(見道位)에서 돈단[頓斷ㆍ돌을 깨듯이 단번에 끊음]하므로 견혹(見惑) 또는 5리사[利使ㆍ예리하게 끊어지는 번뇌]라고도 하고, 탐진치만의(貪瞋痴慢疑)는 수도위(修道位)에서 점단[漸斷ㆍ연밥의 실이 늘어나면서 잘 안 끊어지는 것을 끊듯이 점차로 끊음)하므로 수혹(修惑) 또는 5둔사[鈍使ㆍ둔하게 끊어지는 번뇌]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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