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맞은 불교인권위원회

1990년 정각원서 비밀리에 창립
사형제 폐지 운동도 주도하기도
‘不二’ 사상 화두로 전환점 예고
26회 불교인권상은 정상덕 교무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진관 스님

불교인권위원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사형제 폐지 운동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까지, 우리사회 곳곳의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중생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불교인권위원회의 30년 역사는 곧 ‘불교인권’의 발전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인권위원회(공동대표 진관)는 1990년 11월 20일 서울 동국대 정각원에서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비밀리에 창립했다. ‘불교인권’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불교인권위원회의 창립은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한국사회 인권 의식을 고취하고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불교인권위원회 창립주체이자 지난 30년간 구심점으로 활동해 온 진관 스님은 “정각원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고 소수의 인원만 모인 가운데 현수막 한 장 펼친 채 10분 만에 창립 선언을 하며 첫발을 내딛었다”며 “거창하지도, 거창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스님은 “인권의 개념 자체가 서양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불교인권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시절이었다”며 “ 때문에 불교인권위원회의 창립은 처음으로 ‘불교인권’을 선언한 역사적인 순간에 다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불교인권위원회가 창립한 1990년은 불교계가 군부독재의 군홧발에 처참히 짓밟혔던 10.27법난이 발생한 지 꼭 10년째 되던 시기였다. 10.27법난 이후 이로 인한 상처를 안은 채 민주화를 향한 사회적 열망을 지켜보던 불교계 인사들은 ‘불교인권위원회’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진관 스님을 중심으로 뜻을 모아나갔다. 특히 10.27법난은 불교인권위원회가 사회약자들의 권인보호와 인권보장에 앞장서면서도 반민주적, 비인권적 법률개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진관 스님은 중생구제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스님들의 활동이 곧 불교인권운동과 다르지 않음을 확신했다. 때문에 불교인권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궁무진했고, 광폭행보로 이어졌다.

불교를 대표해 민주화에 힘을 실었고,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부터 노동권 신장 운동, 평화통일 운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집 지어주기 운동까지, 소외된 약자의 인권보호 위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진관 스님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고충을 겪기도 했다. 수감 생활 중 사형수와 무연고 수감자들을 만난 경험은, 이후 불교인권위원회 활동은 무연고 사형수 영치금 보내주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창립 4년이 지난 1994년엔 불교인권상을 제정했다. 종교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그해 활발한 활동으로 인권신장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했고, 소정의 상금과 격려를 전하며 지지와 연대에 마음을 보탰다.

진관 스님과 사무총장 범상 스님.

꾸준한 활동이 이어졌지만 정작 위원회 운영은 쉽지 않았다. 활동비는 항상 부족했고 불교인권상 시상식 한번 치르는 것조차 부담이 컸다. 열악한 상황에도 불교인권위원회가 30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조계종, 그리고 스님들이었다. 진관 스님은 “힘든 순간마다 조계종이 의지처가 돼 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격려와 지원을 해 준 스님들도 적지 않았다”며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종단과 스님들에게 처음으로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30돌을 맞은 불교인권위원회는 이제 새로운 화두를 품고 미래 30년을 향해 나아간다. 사무총장 범상 스님은 “앞으로의 활동은 불이(不二) 사상을 바탕으로 인류 뿐 아니라 유정무정까지도 함께 공종해야 할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불교인권위원회는 기존의 활동에 더해, 비핵화와 환경운동, 인류공존의 不二 사상 확산운동 등을 전개한다. 이를 통해 핵전쟁의 위협은 물론 경제전쟁을 비롯한 갈등, 자연파괴와 공해 문제 등을 해결하고, 어리석음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멈추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진관 스님은 "지난 30년간 사회적 이슈에 함께 동참했던 동지와 활동가, 도움을 준 분들께 감사하는 동시에 부족했던 활동에 미안함을 전한다"며 "미래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불교인권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0주년 기념행사는 2021년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불교인권상 시상식 및 실무자 포상식은 개별시상으로 대체한다.

올해 제26회 불교인권상 수상자는 정상덕 원불교 교무다. 원불교 인권위원회 창립을 주도했고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군인권센터 위원,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인권위는 “정상덕 교무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승보살도 실천에 앞장서 왔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 사드기지 반대 운동 등으로 전쟁 위협과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헌신해 오고 있다”고 수상이유를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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