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있어 사막은 아름답다?

‘혜국 스님과 함께하는 이집트~ 문명기행’?
가자지구 피라미드서 순례 고불식 봉행해
아부심벨 사원, 람세스 2세 동상에 ‘감동’

진광 스님의 아부심벨 신전 스케치

드디어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의 문명기행을 떠난다. 미국 갱스터랩의 선구자인 투팍(2PAC)의 ‘변화(Change)’라는 노래가 있다. 그 마지막에 홀로 독백하듯이 “어떤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Something’s will never change)”라고 노래한다. 그 ‘어떤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님들의 이웃종교 탐방도 들어갈 듯 하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우려와 걱정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문명의 발상지나 한때 세계를 지배한 제국들은 반드시 가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웃종교의 성지도 비교종교의 입장에서 한번 쯤은 가봐야 한다고 믿는다.

2018년 4월 1일부터 11일까지 ‘혜국 스님과 함께하는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 문명기행’을 50여 스님들과 함께했다.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도착해 우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가자지구 피라미드로 향했다.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강을 건너 저 멀리 신기루인양 장엄한 피라미드가 우리를 맞는다.

피라미드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옥상에 올라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고불식을 가졌다. 지도법사 혜국 스님께서 감격에 겨워 법문을 설하셨다. 

“어려서 책으로만 보던 것을 이렇게 두 눈으로 바라보니 감동과 희열에 젖습니다. 순례는 가슴이 뛸 적에 와야지 다리가 후들거릴 때 오면 늦습니다.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꿈이 아니라 바로 민중의 피와 땀이 서린 비원(悲願)의 산물이라고 믿습니다. 피라미드는 기나긴 깨달음의 여정이자 수행의 결정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라미드가 전하는 사막과 바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 하다. 그 시공을 뛰어넘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침묵의 세계를 피라미드 앞의 스핑크스가 있어 오늘 우리에게 설법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서 밤새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사막과 바람가운데 허공처럼 함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내가 파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되어 천년 후를 꿈꾸며 살아가고 싶어진다. 

사막에 한 줄기 바람이 인다, 그러니 살아야겠다! 기어코 살아 남이서 기억하여 기록하고, 영원히 기릴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내 안에 피라미드 하나 오롯이 간직한 채 새로운 길을 나선다.
이집트 카이로라는 도시는 하늘에서 보면 어느 혹성처럼 보인다. 온통 사막 모래가 뒤 덮힌 채 안테나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골목 안에는 주식인 밀빵을 파는 화덕과 노천카페의 진한 이집트 커피 향과 물담배 연기로 몽환적이면서도 활기찬 모습이다. 이방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나일강을 기점으로 해가 뜨는 동쪽에는 사람들의 도시와 시장 등 삶이 자리하고, 서쪽으로 해가 지는 곳에는 죽은 자의 무덤 등 죽음이 자리한다. 우간다의 진자에서 발원한 나일강은 그 가운데를 관통하며 6,400Km를 북으로 흘러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꽃피웠으며 마침내 알렉산드리아에서 바다로 나아간다.

이런 나일강이 먼 여행을 떠나는 장엄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나도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그 옛날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찾아가듯, 이것은 단지 새로운 길과 희망의 첫걸음일 따름이다!

카이로에서 이집트 남단의 아스완댐이 위치한 아스완으로 국내선을 타고 갔다. 다음날 새벽 여명을 뚫고 세계문화유산인 람세스 2세 석상이 있는 아부심벨 신전으로 향했다. 1970년 아스완댐이 완공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것을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인 람세스 2세의 아부심벨 신전과 이집트 최고의 미인으로 일컫는 네파르테리 왕비의 하토르 신전은 그 조각과 벽화가 단연 압권이다. 이집트 최고의 전성기의 웅혼한 기상과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인류문화의 정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모세가 유대인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으로 향하는 ‘출애굽기’가 일어난다.

단언컨대 아부심벨 신전 유적은 피라미드에 버금가는 이집트 최고의 유적이자 인류문화 유산의 보고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신전을 순례한 후에 21세기 최고의 대역사라는 아스완댐을 견학했다. 대자연의 질서와 위엄을 인간의 삶과 안락을 위해 변경한 대역사 앞에 가슴 뭉클한 감동과 경외를 느낀다.

아스완 시내로 돌아와 홀로 걸어서 자유여행에 나섰다. 아스완역 근처의 시장에서 어느 서점에 이슬람교의 성전인 <꾸란(코란)> 한 권을 구입했다. 아랍어로 꾸란은 ‘읽어라’라는 뜻이다. 일본의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란 책에서 “텍스트(경전)를 다시 읽고, 다시 쓰고, 다시 말함으로써 혁명(革命)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고 믿는다.

시장의 작은 현지 식당에서 모로코에서 온 여행자와 친구가 되어 현지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처럼 여유있는 저녁과 여행자 친구와의 교유를 통해 행복한 추억과 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현지 찻집에 둘러앉아 이집트 커피 한 잔과 더불어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녁 무렵 나일강 서편으로 해가 지면서 붉은 노을이 참 곱고 아름답고 장엄하기만 하다.

이어 사막의 밤하늘 위로 신화와 전설인 양 별들이 떠오른다. 누군가 사막이 아름다운 건 별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정말이지 밤하늘의 휘황한 별빛의 향연 가운데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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