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각현 대종사 입적 후
후원자 수 감소 등 어려움도
부도탑 조성 등 정체성 확립
재정 구조 대대적 개편 이뤄
“힘 보태준 모든 분에 감사”

“창립정신이 곧 정체성…미래 위한 초석 다지겠다“
창립 30주년 맞아 정체성 확립
?재정구조 혁신나서

연꽃마을 4대 이사장 원상 스님.

불교사회복지 역사에서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사회복지 불모지였던 1990년대, 불교적 가치의 실천적 방안으로 노인복지를 선도적으로 견인하는 등 불교사회복지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연꽃마을의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당시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였던 덕산당 각현 대종사의 입적이 계기가 됐다. 연꽃마을의 구심점이자 상징적인 존재였던 리더의 부재 이후, 후원자 수가 감소하고 법인과 시설 간 공고했던 유대감도 서서히 변화했다. 연꽃마을은 조금씩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4대 이사장 원상 스님이 취임했던 2019년 3월, 연꽃마을은 전환의 기로에 서 있었다. 각현 스님 입적 후 5년간 누적된 어려움이 법인을 옭죄고 있었다. 꼬박 한달 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법인 현안과 재정을 들여다 봤지만, 타개책은 묘연했다.

이사장 원상 스님은 각현 스님의 두 번째 상좌다. 출가 이후 줄곧 수좌로 살았다. 사찰 주지 등 소임을 맡은 시기도 있었지만, 연꽃마을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이사장 취임 직전까지도 단양 금성선원장으로 선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연꽃마을의 미래를 화두삼아 고민하던 스님은 ‘수좌답게’ 결단했다. 현상을 제거한 근본자리를 직시했고 대대적인 혁신, 즉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스님이 꼽은 목표는 크게 두 가지. 창립정신의 회복과 재정구조 혁신을 통한 내실 강화였다.

우선 창립정신의 회복을 위해 덕산당 각현 스님을 추모하고 조명하기 위한 불사를 시작했다.

불사는 오직 스님들의 원력으로 이뤄졌다. 조계종 원로 미룡 월탄 대종사 등 문중 스님들을 비롯해 각현 스님과 인연이 있던 여러 스님들이 마음을 보탰다. 부도탑은 지난해 말 연꽃마을이 태동한 용인노인요양원 인근 부지에 조성됐으며, 부도탑 주변을 덕산공원으로 조성해 봉헌한다는 계획이다.

원상 스님은 “현재에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든, 근본적으로 창립정신을 계승하지 않고서는 연꽃마을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부도탑은 은사스님을 기리는 동시에, 생전 드높았던 사회복지 원력과 창립정신, 도전의식을 계승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부도탑과 덕산공원은 앞으로 연꽃마을의 정체성과 구심점이 되어 연꽃마을의 미래를 열어갈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도탑과 함께 추진된 또 다른 불사는 법인 사옥건립이다. 부도탑이 연꽃마을의 정신적인 축이라면, 사옥건립은 구조적인 토대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다. 무엇보다 17년간 월 임대 형태로 운영됐던 법인 사무실을 정리하는 것은 가장 큰 지출을 없애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였지만, 재정적 위기상황에서 사옥 건립은 무리라는 우려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스님은 물러서지 않았다. 월임대료로 지출되는 비용이야말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였고, 사옥 건립 역시 지금이 아니면 더 힘들어 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원상 스님은 “산적한 문제들을 일일이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물론 있다”며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펴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문제로 이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사실 부지 마련부터 시작해야 했다면 엄두도 낼 수 없었겠지만, 연꽃마을이 태동한 곳이자 연꽃마을 1호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용인노인요양원?전문요양원 인근에 이미 부지가 있었다”며 “쉽지 않은 계획에 힘을 보태준 문중과 이사회, 임원과 시설장 등 모든 구성원 덕분에 숙원과제이던 첫 사옥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특히 스님은 이 과정에서 함께한 이사진과 산하시설 시설장 등 종사자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꽃마을이 여러 어려움에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토대는 바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스님은 “연꽃마을의 자랑은 바로 사람이다. 내부승진을 통해 은사 스님과 함께 불교복지를 일궈온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까지도 법인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며 “인력 관리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좀더 체계화해 앞으로도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기존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갖고 역량 강화와 화합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 사옥은 사무국 공간과 각현 대종사 기념관, 교육관, 법당 ‘연화사’가 자리한다. 특히 연화사는 부도탑과 함께 연꽃마을을 상징하는 구심점이자, 내부 법당을 넘어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사찰로도 운영될 예정이다. 법인 이사장이자 연화사 주지 소임을 맡은 원상 스님은 올 동안거에 이 곳에서 100일 기도에 입재한다. 이를 통해 연꽃마을의 미래 30년을 위한 초석 마련을 화두삼아, 은사 스님의 원력과 그 삶의 여적을 찬찬히 돌아본다는 계획이다.

“은사 스님의 입적 당시 개인 통장잔고는 0원이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전부 베트남 연꽃마을로 송금했기 때문이죠. 한평생 연꽃마을을 위해, 또 불교사회복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스님의 그 원력이야말로 앞으로 연꽃마을 100년을 이끌어 갈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편 연꽃마을은 11월 19일 법인 사옥 준공식을 거행한다. 오전 9시 20분 故덕산당 각현 대종사 추모다례제를 시작으로, 연꽃마을 사명 공표와 내빈소개, 경과보고, 공로자 표창, 인사말과 축사가 이어진다. 사옥 앞 부도탑을 중심으로 조성된 ‘덕산공원’ 봉헌식도 진행될 예정이다.

용인=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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