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제정연대, 11월 5일
국회~청와대 목탁치며 제정 촉구 행진
김종철 정의당 대표, 수진사 방화 언급
기독교계, “주예수 영접” 외치며 맞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더 이상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 좋은 말 뒤에 숨지 말고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나날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이하 사노위)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11월 5일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범종과 목탁으로 행진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최근 개신교계 신자의 수진사 방화사건을 언급하며 “차별금지법은 증오를 없애고 관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이라고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이날 처음으로 모형 범종을 차량에 싣고 행진을 외호했으며, 사노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행렬의 선두에서 목탁을 치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몽 스님은 “불교에서 범종과 목탁은 모든 만물을 깨워 밝힌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종교를 초월해 범종과 목탁의 울림이 모든 차별과 소외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염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진에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와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의원, 국가인권위원 퇴휴 스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김종철 대표는 행진에 앞서 “최근 발생한 사찰 방화 사건은 우리가 타인의 생각이나 취향,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될 때, 그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폭력과 배제로 얼룩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차별금지법이야 말로 우리사회를 차별로 인한 증오와 배제 대신 관용과 배려, 존중과 자비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 퇴휴 스님은 “평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헌법에도 명시된 권리이기에, 이를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달라고 이토록 호소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며 “우리사회의 모든 차별과 증오, 혐오가 사라지는 계기로서 이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현실화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기독교계 신자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십시오" 팻말을 걸고 행진 내내 스님들의 곁을 맴돌며 고성과 거친 언행으로 난동을 부려 물의를 빚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지속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 퇴휴 스님이 발언을 시작하자 “꺼져라” “반대한다” 등을 외치며 난동을 부려 경찰의 경고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사노위 스님들과 참가자들이 합장한 채 행진을 하는 내내 ‘성경’과 확성기를 든 채 고성을 지르며 곁을 맴돌아 물의를 빚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스님들에게 저렇게 난동을 부리며 예수를 영접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기독교가 저러니 차별금지법 제정이 오히려 더 필요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장혜영 의원도 이들이 확성기로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외치며 행사 진행을 지속적으로 방해하자 “지금처럼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바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가진 스피커가 작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소외된 이들은 더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국민적 합의는 이뤄진 지금이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골든타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 좋은 말 뒤에 숨지 말고 국민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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