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 원문에서 본 반야심경 역해

2000년 초판 나온 개정증보판
어려운 개념 재밌고 쉽게 풀어

‘사띠’ 등 키워드 명확히 밝혀
말미 5개 만트라 구체적 설명

산스크리트어·한자·한글 활용
반복적으로 중복된 내용 삭제 등
초판에서의 아쉬움 개정 보완해

산스크리트 원문에서 본 반야심경 역해 / 김사철ㆍ황경환 지음 / 김영사 펴냄 / 1만5천8백원

 

〈반야심경〉의 새로운 해설서가 나왔다. 인공지능 컴퓨터 과학자와 사업가 출신 재야불교연구자인 김사철과 황경환의 공저 〈산스크리트 원문에서 본 반야심경 역해〉이다. 책은 2000년 출간된 초판의 개정증보판이다.

‘반야바라밀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아제 바라아제’…. 너무나 친숙한 〈반야심경〉의 문구이다. 독송하고 외우기만 하면 고통을 소멸하고 행복에 이르는 완전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두 저자는 〈반야심경〉 ‘공부법’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대다수 해설서와 달리, 형이상학적이거나 추상적인 설명을 배제하고 초기 불전에 근거해 부처님의 명상 과정에 맞추어 실증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어려운 개념들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번에 새로 발간된 개정증보판은 초판에서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했던 ‘사띠(마음챙김)’와 ‘프라즈냐(통찰지, 판냐)’ 등의 중요한 키워드를 명확히 밝혔다. 또한 〈반야심경〉 말미에 있는 5개의 만트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며, 초기경전서 인용한 여러 내용을 비롯해 기타 불교 문헌들의 출처를 명확히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 〈반야심경〉의 원문인 산스크리트어와 초기 경전의 빠알리어 및 한자와 한글 발음까지 적재적소에 최대한 활용했다. 그리고 초판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반복적으로 되풀이했던 내용이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중복되는 내용을 삭제하고 목차와 구성, 각 장의 소제목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이는 두 저자가 초판 출간 이후 20년 동안 초기불교 교학과 실참 수행의 이론을 새롭게 공부하면서 분명하게 익히고 이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반야심경〉 해설서가 많이 출간됐다. 왜 이처럼 많은 해석이 필요했던 것일까? 두 저자는 〈반야심경〉이 어려워진 이유를 한문 자체의 생소함과 한역의 부정확성, 그리고 붓다의 실증적인 가르침을 벗어난 형이상학적인 설명방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책은 산스크리트 원문을 우리말로 알기 쉽게 풀어내며, 초기불교의 교학 이론과 수행법을 기반으로 하여 〈반야심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했다.

팔정도의 완성이 지혜의 완성
이 책은 대승경전인 〈반야심경〉의 주제가 초기 경전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에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과 명상 수행법을 전하는 초기 경전의 다양한 경문을 통해 〈반야심경〉의 핵심을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법을 정확히 알고 바르게 실천하면 누구나 반야바라밀다, 즉 ‘지혜의 완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 길은 바른 생활, 바른 명상, 바른 통찰이라는 ‘고귀한 여덟 겹의 길’, 즉 팔정도임을 명확하게 밝힌다.

부처님이 6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은 진리는 고ㆍ집ㆍ멸ㆍ도 사성제(四聖諦)이다. 이 중 네 번째 진리인 도성제, 즉 고통으로부터 열반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팔정도라 한다. 말하자면 부처님이 깨닫고 우리에게 전하는 진리는 ‘왜 우리의 삶은 고통스럽기만 한가’ ‘어떻게 하면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모든 인간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사성제와 팔정도는 불교 교리의 핵심이자 전부이므로, 대승이든 소승이든, 어떠한 종파라도 그 가르침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명제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바른 생활(계), 바른 명상(정), 바른 통찰(혜)을 끊임없이 닦아 팔정도를 완성하는 것이 바로 지혜의 완성, 즉 ‘반야바라밀다’임을 설명한 것이 〈반야심경〉의 핵심 내용이며, 그러므로 〈반야심경〉의 가르침은 초기 경전의 가르침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다섯 만트라에 담긴 해탈ㆍ열반의 비밀
〈반야심경〉은 고타마 붓다가 입멸하고 8~9백 년 정도 지난 서기 3~4세기경 찬술되었다. 저자는 〈반야심경〉의 내용은 붓다의 말씀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통하여 깨달은 불제자가 자신의 깨달음을 시대 상황에 맞게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사성제와 팔정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반야심경〉에 대하여 그와 같은 탄생 스토리를 가정하고, 말미의 다섯 만트라에 대한 새로운 해설을 붙였다.

‘가테가테, 파라가테, 파라상가테, 보디, 스바하’는 ‘계(가테가테) → 정(파라가테) → 혜(파라상가테) → 해탈(보디) → 해탈지견의 완성(스바하)’이라는 불교 수행의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대신주(신비스러운 만트라), 시대명주(위대한 밝음의 만트라), 시무상주(위 없는 만트라), 시무등등주(비교할 수 없는 만트라)’라고 찬미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반야심경〉 말미에 있는 다섯 만트라가 바로 이 경전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기존의 어떠한 해설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해설을 제공한다. 말하자면 〈반야심경〉의 내용 전체는 부처님의 명상 과정에서 체험으로 증명된 깨달음을 순차적으로 기술한 것이며, 말미의 만트라는 이러한 명상 과정과 단계적 깨달음의 경지를 압축해서 상징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하며 습관적으로 외우는 이 주문이 사실은 부처님 깨달음의 전 과정을 요약한, 〈반야심경〉의 핵심 내용이라고 강조한다.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부처님 명상법
이 책은 부처님의 명상법과 수행 단계를 〈반야심경〉의 내용과 연계하여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해설서와 다르다. 이를테면 도입부의 ‘오온이 모두 공함을 통찰하다(조견오온개공)’부터 말미의 다섯 만트라에 이르기까지 〈반야심경〉의 의미를 초기불교의 수행법인 4선8정(四禪八定)의 명상 단계를 통해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또한 깨어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릇된 명상’과 도움이 되는 ‘올바른 명상’의 예를 초기 경전을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아무리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고 부처님을 믿고 불사를 하고 신심을 가졌다 하더라도, 부처님이 가르친 명상의 이론을 모르고 명상 수행을 하지 않는다면 진실한 수행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반야바라밀다(프라즈냐 파라미타)’, 즉 ‘지혜의 완성’이란 ‘올바른 명상’을 통해 실상을 통찰(프라즈냐)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는 올바른 지식(프라즈냐)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하고, 〈반야심경〉은 이처럼 명상을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험적으로 서술한 경전이라는 것이다.

‘공’ 사상의 핵심을 담은 교학서
이 책은 〈반야심경〉의 주제인 ‘공’과 ‘반야바라밀다’의 의미를 초기 경전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ㆍ팔정도와 일치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특히 〈반야심경〉의 내용을 색계ㆍ무색계 8선정 및 상수멸진정을 포함한 9차제정의 각 단계에 대응시키며 명상과 깨달음의 불가분성을 논증한 점 또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더불어 다소 형이상학적 해설에 그친 다른 불교 해설서와 달리, 〈반야심경〉의 저자로 설정한 ‘인도 갑돌이’라는 가상의 인물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경전의 핵심을 풀어가는 장면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러한 참신한 시도로 책은 ‘공’ 사상의 핵심을 담은 교학서일 뿐 아니라, 부처님의 명상 과정과 명상을 통한 깨달음의 내용을 밝혀 놓은 수행지침서이기도 하다.

 

저자, 황경환

 

저자 황경환·김사철은…

황경환은 불법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불교연구가이자 사업가이다.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윤리교육학과를 수료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 철학박사이다. 1977년부터 한국불교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이사 및 연구위원으로 활동했고, 국제 PTP(People To Peopleㆍ세계 평화 구현을 위한 국제 민간 외교 단체) 한국본부 총재직 및 울산불교방송 사장을 역임했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국제 PTP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고, 현재 초기불전연구원 선임 연구원이며 21세기 불교포럼 공동 이사장이다. 저서로 〈불교는 깨달음의 과학〉이 있다.

김사철은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불교 수행자이다. 193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미국 뉴멕시코 주립대학에서 응용수학과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휴즈사에서 21년간 근무했다. 1993년 12월 은퇴 후 귀국하여 동국대학교ㆍ창원대학교ㆍ한국불교연구원 등에서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연구’, ‘고타마 명상과 깨달음의 과학’ 등을 강의했다. 현재 미국에서 고타마 명상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책 속의 밑줄 긋기

5쪽 - 지금 우리가 주로 독송하고 있는 〈반야심경〉은 중국의 현장 스님이 서기 649년에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내용이 첨가되거나 앞뒤가 뒤바뀌거나 중요한 내용이 결락된 부분이 있어, 산스크리트 원전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고대로부터 이 경에 대한 많은 연구와 해석, 주석이 있었지만 듣는 이에게 그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시키지 못하여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불교 1600년의 장구한 시간 동안, 지나치게 중국 불교를 답습해온 것이 아닌지, 그 때문에 우리는 위대한 스승 고타마 붓다의 정신과 가르침을 어긋나게 이해하고, 그래서 깨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지나친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21쪽 - 고통 받는 민중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반야심경〉이라면, 그것은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그들의 언어로 쓰여야 한다. 따라서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식의 전달은 고타마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우리도 고통 받는 배달 민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배달말로 고타마의 다르마를 전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82쪽 - 무지의 의식 상태에서 다섯-스칸다(오온五蘊)는 ‘나’이고, 명지의 의식 상태에서 다섯-스칸다는 ‘나’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범부 중생과 깨달은 이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범부 중생은 다섯-스칸다가 있고 오취온(五取蘊)이 있지만, 깨달은 이에게는 다섯-스칸다는 있지만 오취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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