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서울 지수대, 불교문화재 32점 회수

???????1988~2004년 도난돼 성보들
前박물관장 A씨 장기간 은닉
올 1월 경매 출품하다가 덜미
경화·박락 등 보존상태 ‘최악’
“성보 관련 선의취득 폐지돼야”

회수된 벽송사 후불도(사진 위)와 훼손된 화기(사진 아래)의 모습. 불화가 보존 환경이 좋지 않아 경화되고 구겨졌으며, 화기에 사찰명을 의도적으로 지워 도난품임을 은폐하려 했다.

사찰에서 도난돼 행방을 알 수 없던 불교 성보문화재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원행)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이하 지수대)와 협력해 1988년부터 2004년 사이에 도난된 뒤 장기간 은닉돼 온 14개 사찰의 불교문화재 16건 32점을 회수했다”고 10월 29일 밝혔다. 

해당 도난 성보문화재는 모두 前사립박물관장 A씨의 소유로 그는 불화 2점을 경매에 출품했다. 조계종은 올해 1월 13일 도난 불교문화재 회수를 위해 경매시장을 모니터링하던 중 경매에 출품된 불화가 도난됐던 포항 보경사 불화임을 확인해 이를 지수대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지수대는 경매사에 등재된 도난 불교문화재의 압수를 시작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지수대는 도난 불교문화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7월 9일 조계종 문화재 담당자와 함께 은닉처를 확인하고, 이 중 사찰에서 도난당한 불교문화재임을 확인한 16건 32점을 즉시 회수했다. 
 

회수된 서고사 나한상 세부 모습.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금이 가있다.

장기간 전문적 보존시설이 아닌 곳에 은닉돼 있던만큼 보존 상태는 최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화의 경후 경화(硬化, 딱딱하게 굳음)로 인해 제대로 펼 수조차 없거나 채색이 박락(剝落, 떨어짐)됐으며, 불상은 목재의 틈이 심하게 벌어지거나 채색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종 문화부는 “회수된 도난 불교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만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들이 많다”면서 “이런 불교문화재들이 적절한 환경에 보존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보존을 위한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도난문화재인 것을 은폐하고 의도적 은닉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계종 문화부에 따르면 하단에 제작시기와 봉안처를 기록한 불화의 화기(畵記)를 잘라내거나 사찰명을 지우는 등 훼손이 이뤄졌다. “도난문화재임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훼손했고, 이를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것”이라는 게 조계종 문화부의 설명이다. 

조계종은 올해 6월 은닉됐던 도난문화재가 몰수되는 판결을 근거로 회수된 성보들이 본래 사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계종 문화부는 “종단은 현재 확인된 도난 불교문화재가 원래의 사찰로 돌아가 예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강화와 도난 불교문화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보호법 내 도난 관련 공소시효의 확대, 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제도 폐지 등 도난 예방과 회수된 도난 문화재의 조속한 환지본처를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장자인 A씨는 지난 2014년과 2016년의 두 차례에 걸친 문화재 은닉 사건에서 모두 유죄판결이 선고됐으며, 올해 6월에는 대법원에서 문화재 은닉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고 도난 문화재를 몰수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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