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시대, 불교는]
개인 실천 넘어 정책변화 필요
관심·이해에서 실천 의지 생겨
일회용품 자제 등 노력도 중요
개인 넘어선 사회여론 주도해
근본적인 정책 변화 이어져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태사회를 위한 개개인의 삶의 변화와 인식 전환, 나아가 국가와 사회 차원의 정책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일상 속에서 변화를 실천하는 대중은 그 자체로 정책 변화의 기폭제가 된다.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불자들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적극적인 실천과 대정부 활동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일부 대중들을 중심으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자제하고, 패트병 분리배출 시엔 비닐을 제거해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거나 콘센트를 제거하는 등의 여러 방법도 인터넷상으로 공유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작은 불편을 감수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이 같은 개인적인 실천행은 기후위기를 감소시키는 데 그리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기후위기는 그만큼 심각해졌고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핵심은 정부 정책의 변화다. 기업을 대상으로 화석연료 기반 사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반 사업으로 전환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규제와 지원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천하는 개인은 기후위기 극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회적 대전환을 이끌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바로 ‘시민의식’이기 때문이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개인의 실천 자체가 기후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이와 같이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대중이야말로 정부에 정책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기후위기를 인식한 대중들의 실천을 이끌고 그 실천을 여론으로 모아내 정부에 전달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이유다.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정책 변화는 점진적이기보다 대대적인 전환이어야 하기에 사회적 인식 확산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 때문에 ‘탄소사회’에서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불교기후행동이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대목 역시, 무관심한 불자들은 관심과 실천으로 이끌고, 실천하는 개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불교기후행동은 10월 22일 서울 낙산묘각사(관음종 총본산, 주지 홍파)에서 워크샵을 열고 불교계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확산 및 실천방안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캠페인 참여 통한 적극성 고취

불교기후행동이 지난 6월 15일 발족한 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지역사회 내 인식전환 캠페인이다. 매주 목요일을 ‘불교기후행동의 날’로 정하고 단체별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위한 피켓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환경운동가 툰베리가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에서 착안한 것으로, 매주 금요일 학교 대신 국회로 가서 1인 시위를 함으로써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취지다.

불교환경연대는 광화문광장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점심시간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으며, 불교기후행동 소속 천태종 사단법인 나누며하나되기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이밖에도 울산과 광주, 전주(전북)지역에서 불교기후행동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한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캠페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사실 참여율은 저조한 수준이라는 게 실무자들의 평가다. 한 관계자는 “캠페인은 활동가 혹은 어떤 문제에 대해 특별한 신념과 실천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번이라도 참여해보면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 남다른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페인 참여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점검할 수 있으며, 이를 대중에게 어필한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져 일상 속에서 주위사람들에게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천을 권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인 SNS를 활용한 캠페인 동참도 추천할 만하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실천방안을 서약하는 글귀를 들고 사진을 찍은 후 게재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울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천도 스님은 최근 유튜브 채널 ‘오마이붓다’를 통해 지구와 자연을 생각하는 명상절 108배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을 보고 지구와 자연을 생각하는 명상절을 체험한 후 이를 인증하는 방식의 ‘절 챌린지’로 눈길을 끈다.

기후위기 극복 최고 실천행, 채식

얼핏 기후위기와 채식은 무관하게 인식되지만, 사실 채식이야말로 지구를 살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선택이다. 육식 위주의 식문화를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증가할수록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는 “채식은 최상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의 선택으로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기 온실가스를 줄여 빠른 냉각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비상사태는 인류의 과도한 살생에서 빚어진 나쁜 응보(악업)의 산물이자, 이로 인해 지구의 자기치유력을 감소시킨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대표는 “불교계는 이미 채식문화에 익숙하고 생명존중과 인드라망 사상 등 가르침 자체로 채식에 대한 이해가 높다”며 “일상 속 실천의지만 있다면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채식운동 확산을 기대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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