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수진사, 10월 14일 화재 발생
범인 B씨, 경찰조사서 “신의 계시”주장
현수막에 불 지르고 “할렐루야” 외치며
타종의식·법회 방해…불상에 돌 던지기도

기독교 광신도의 고의적인 방화로, 총화종 전종정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남양주 수진사의 전각 한 동이 화재로 완전히 소실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범인은 이미 1년 가까이 사찰을 맴돌며 불상에 돌을 던져 훼손하거나 사찰 현수막에 불을 지르는 등 지속적인 가해 행위를 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할렐루야” "하나님 믿으세요"를 외치거나 기독교 성서인 성경 구절을 외면서 스님과 신도들을 위협하는 등의 행위도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나, 왜곡된 신앙에 기인한 명백한 훼불이자 ‘증오범죄’로 인한 참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독교 광신도의 고의적인 방화로 잿더미가 된 수진사 산신각.

남양주 수진사(주지 남정, 총화종 전 종정)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월 14일 오전 7시 20분경. 사찰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본부가 두시간여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이 불로 사찰 전각 6동 가운데 산신각 1동이 골조 일부만 남긴채 완전히 잿더미로 변했다. 산신각 소실로 인한 재산피해는 소방서 추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사찰 관계자는 "사찰 구조상 모든 전각이 목조 건축물일 뿐 아니라, 아파트단지에 인접한 위치여서 자칫 심각한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진사는 국가유형문화재인 <조상경> <현수제승법수> 등이 봉안된 문화재 보유사찰이라는 점에서 화재로 인한 문화재 소실까지 우려됐지만, 다행히 경전이 봉안된 관음전에는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날 화재가 기독교계 광신도에 의한 의도적 방화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사찰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 뒤인 10월 17일경, 화재소식을 듣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신도들이 사찰 주변을 서성이는 수상한 인물을 발견했다. 눈이 마주치면 피하고, 다시 나타나길 반복하는 모습에 수상함을 느낀 신도들은 해당 인물의 사진을 찍어 사찰 관계자에게 보여줬고, 이 인물이 그동안 수진사를 지속적으로 찾아와 상습적으로 가해행위를 해 왔던 B씨임을 확인했다.

"할렐루야" "하나님 믿으세요"를 외치며 범종각 타종을 방해하는 등 상습적인 피해를 양산해 왔던 B씨의 모습.

관계자에 따르면 B씨가 수진사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경부터다. 신도들 사이에서 인근에 위치한 기도원 신도라는 애기가 있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B씨는 올해 1월 범종각에 게재된 법회 안내 현수막 두 개에 불을 지른 것을 시작으로, 경내에 조성된 와불 위로 올라가거나 호신불에 돌을 던져 훼손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상습적인 피해를 주고 사찰 대중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 5일 가량 저녁마다 사찰에 찾아와 범종 위에 올라타고 성경 구절을 외우며 타종의식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하나님을 믿으세요” “할렐루야”를 외치며 법회를 방해하고 신도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위협하는 등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해 왔다.

경찰은 이미 조사과정에서 사찰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산신각 화재 당시 B씨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B씨를 목격했다는 추가신고에 따라 B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그리고 18일경 재차 현장에 나타났던 B씨는 종무원과의 추격 끝에 경찰에 검거됐고, 이후 조사에서 “법당에 있는 촛불로 방석에 불을 붙였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특히 B씨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며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진사 방화가 왜곡된 종교관으로 인한 증오범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진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지오 스님은 “현수막에 불이 질렀을 때 보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범종각이 소실됐을 지도 모른다. 당시 경찰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주길 바랐지만, 경찰측은 발생한 피해규모가 적어 경미한 사건이라는 입장이었다”며 “사전에 조치를 취했다면 전각이 소실되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진사 신도들 사이에서는 B씨가 구속된 후에도 여전히 불안함이 감돌고 있다. B씨의 전적을 알고 있는 신도들은 그가 오히려 정신이상 등을 이유로 짧은 형량을 받는다면, 보복을 위해 수진사에 찾아와 더 심각한 행위를 하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오 스님은 "수진사는 주지 스님께서 터를 잡고 창건, 중창을 한 사찰로, 어려운 여건에서 불사를 회향했다고 생각하셨는데 생각지 못한 피해를 입고 상심한 상태"라며 "본인이 방화 이유를 명확히 밝혔고 그동안 사찰에서 지속해 온 상습적인 행위들이 있는데 단순히 재산손실에 따라 사건을 보는 것은 우려스럽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화재로 소실되기 전 산신각 모습. 신도들은 산신각을 '산령각'으로 지칭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도심 스님은 "사찰 방화라는 폭력적 행위의 근간에 왜곡된 종교적 신념이 있었다는 점이 충격"이라며 "비록 개인의 일탈이라 할지라도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이 없는 행위는 해당 종교인 모두에게 깊은 상처가 되며 우리 종교인들이 노력해 온 종교간 평화는 물론, 우리 사회의 화합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차별없는 사회는 서로를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데서 나온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 같은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 화합과 평화을 위한 대책을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사찰에 방화를 한다는것은 이웃종교에 대한 혐오와 증오, 차별심이 심각한 폭력적행위로 나타난 것"이라며 "단지 어리석은 한사람의 짓이기보다는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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