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지원한 외호대중들

운영·상황·자원봉사·의료팀 등
불편 없는 순례 위해 만반 준비
100여개 텐트 매일 설치·철거

순례코스 전날 답사로 변수 대비
모든 공양물 평등한 배분이 원칙

오후 4시 회의에서 순례단 소속의 각조 조장과 진행팀, 지원단 소속 팀장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82명의 순례단이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을 위한 21일간의 대장정에 나서는 동안, 순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린 외호대중들이 있었다. 순례대중들이 고난의 행군에 나선 21일간 큰 사고나 낙오자 없이 순례가 가능했던 데에는, 바로 이들의 종횡무진 활약이 든든한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순례여정에서 외호대중들은 어떤 역할을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이 활동했을까.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순례의 든든한 의지처가 된 외호대중의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편집자주〉

순례 원만회향 이끈 큰 원동력

상월선원 만행결사 외호대중의 정식명칭은 지원단(지원단장 박기련)이다. 지원단은 다시 운영팀(팀장 이상종)과 상황팀(팀장 윤승헌), 자원봉사·공양팀(팀장 장영욱), 의료팀(팀장 김명숙) 총 4개 팀으로 나뉜다. 지원단은 총 6개 조로 구성된 순례단의 안전과 순례 관련 전반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실무진이다. 지원단은 각 팀별 맡은 바 업무를 세분화해 유기적으로 공유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최우선의 목표는 오직 하나, 순례에 나선 대중들이 불편함 없이 순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길에서 걷고 길에서 자고, 길에서 먹는 순례이기에, 무엇하나 안정적이고 편한 것이 없는 여정이다. 숙영지에 펼쳐진 100여개 텐트를 설치하고 허무는 일부터, 무거운 캐리어를 차량에 싣고 내리는 일, 대중들이 안전하게 순례할 수 있는 코스를 사전에 답사해 확정하고 경찰과 협조하는 일, 전국 각 사찰 등에서 잇따르는 순례대중 공양 요청과 보시물들을 정리해 차질 없이 일정에 반영하고 순례단에 배분하는 일, 코로나 사태에 대비한 전방위적 방역 조치를 강화·유지하는 일까지. 이 모두가 외호대중의 손과 발에 달렸다.

만반의 준비를 다해도 시시각각 당면한 상황에서 변수가 생겼고, 순례대중들이 길 위에서 아침, 점심 공양을 위해 모일만한 장소도 그때그때 달라졌다. 길 위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외호대중의 중요한 책무다. 고령의 순례대중들은 건강을 별도로 체크하는가 하면 짓무르고 피가 나는 대중들의 발과 다리를 치료해 다음날 순례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새벽 2시부터 각자 역할 따라 준비

상월선원 만행결사 순례단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지원단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은 그보다 조금 더 이른, 새벽 2시경이다. 전날 확인한 도로 사정을 재점검하고 각자 역할에 따라 분주히 움직인다. 순례단이 찬이슬을 맞으며 도로로 나선 이후가, 숙영지에 남은 지원단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간이다.

가장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업무는 텐트를 허물어 챙기고 다음 숙영지에 다시 설치하는 일이다. 텐트 하나를 소독하고 철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 자원봉사팀 주도로 100여개 텐트를 일일이 정리해 차에 싣고 나면, 다음 숙영지로 이동한 뒤 다시 설치하고 소독하는 일을 반복한다. 녹록치 않은 텐트팀인만큼, 단체로 자원봉사에 나선 동화사 대중과 동국대 대중들이 큰 힘이 됐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새벽 순례에 나서느라 미처 정돈하지 못한 분리수거 및 쓰레기 정리, 분실물 관리도 지원단의 중요한 업무다. 100여개 텐트와 100여명의 인원이 머물다 간 자리이지만, 머물렀던 흔적 없이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순례단의 짐과 캐리어를 차량에 싣고 다음 숙영지로 옮기는 역할은 자원봉사팀 소속 조계사 대중들의 몫이다. 2명씩 팀을 이뤄 3박 4일간 캐리어팀의 소임을 맡는 방식으로, 100여개의 캐리어를 차량에 싣고 다음 숙영지로 이동해 세팅한다. 이세용 종무실장 뒤를 이어 지원단에 참여한 최종현 조계사 차장은 “캐리어 자체의 무게가 있어 육체적으로 녹록치 않지만, 하루 순례를 끝내고 숙영지로 들어오는 순례단의 모습을 보면 절로 합장하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캐리어 운반 담당 조계사팀. 순례단의 짐과 캐리어를 다음 숙영지로 이동시킨다.

윤승헌 팀장이 이끄는 상황팀은 순례단과 함께 이동하며 도로 상황을 체크하는 역할이다. 어두운 새벽 시간 혹은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걷는 경우가 많아 경광봉은 필수다. 순례코스마다 지역 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가장 힘든 코스인 문경새재 구간에서 순례단 안전을 지원한 정선관 문경교통관리계장은 “업무의 일환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순례를 곁에서 지원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국난극복을 위해 걷는다는 정보는 미리 알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300m 가량 이어지는 순례단 행렬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감동을 전했다.

새벽 순례는 보통 10km, 3~4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날수록 순례단의 걷는 속도가 빨라져 도착 예정 시간이 단축되는 일도 다반사다. 아침 공양 시간은 오전 7~8시경. 길 위가 곧 공양장소인 만큼 자원봉사팀 소속 공양팀이 정해진 장소에 미리 도착해 상황을 체크하고, 순례단 식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

아침 공양으로는 바나나, 귤, 유산균 음료, 계란이 제공된다. 공양물 후원 자제요청에도 순례대중의 원력에 동참하고자 전국 사찰과 불자들이 보시하는 공양물만 하루 평균 10여건에 달하기 때문에, 공양과 함께 체력을 보완할 수 있는 음식이나 간식이 추가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순례대중을 위한 공양물은 지위의 높낮이나 승속, 나이, 성별 등 그 어떤 구분 없이 동등하게 분배된다. 모든 순례대중 한사람 한사람이 저마다의 원력으로 모인 만큼,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것 또한 순례단의 기본 원칙이다. 순례단이 사용하기 어려운 공양물들은 순례지역의 복지관 등과 연계해 소외이웃을 위해 회향한다.

윤승헌 상황팀장이 경광봉으로 안내하는 모습.

자원봉사·공양팀에서는 특히 봉은사 대중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후문이다. 팀의 주축으로 자원봉사자 변동사항 공유는 물론, 역할 분배와 교육, 공양 스케줄 확정 및 배분까지 전천후로 활동했다. 봉은사 종무실장이기도 한 장영욱 자원봉사팀장은 되레 자원봉사자들을 향한 감사인사로 소감을 밝혔다.

장 팀장은 “이번 순례에 외호대중 소임을 맡고 있긴 하지만, 개인 원력으로 혹은 동화사와 동국대 등 단체로 동참해 주신 자원봉사자 분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원활한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길 위에서 만난 인연과 원력들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공양팀의 가장 큰 고민은 잔반과 쓰레기 처리다. 순례대중들이 잔반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도 불가피한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또한 숙영지에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적지 않아 순례 시작 3일 째부터는 아예 쓰레기 봉투를 구입해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쓰레기 봉투 사용 지역이 행정구역상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처음 쓰레기봉투를 넉넉히 구입했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뒤 사용하지 못하는 등 생각지 못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공양팀은 “순례가 진행될수록 노하우도 쌓여 순례코스에 따라 쓰레기봉투 구입 매수를 미리 정해 준비할 정도가 됐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아침 공양이 끝나면 순례단은 다시 길에 나선다. 지원단은 분주히 점심공양이 예정된 장소로 이동해 식사를 위한 준비로 순례대중을 맞이한다. 공양 후에는 뒷정리를 재차 마무리하고 숙영지에 도착해 저녁공양 등 상황을 점검한다. 오후 3~4시경 숙영지에 도착한 순례대중 앞에는 이미 100여개의 텐트와 개인별 캐리어, 공지사항 전달 등을 위한 음향기기가 세팅돼 있다.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텐트는 혼용되지 않도록 개인별로 정해져 있다. 순례대중들이 목에 건 명찰 뒷편에 적힌 번호가 곧 텐트 번호다.

장영욱 자원봉사팀장과 봉은사팀은 순례대중에게 나눌 공양물을 담당한다.

실시간 상황 공유 등 체계적 운영

큰 변수가 없는 한 매일 오후 4시, 회주 자승 스님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린다. 순례단 6개 조를 이끄는 조장과 순례단장 및 진행팀장, 지원단장과 4개 팀장이 참여하며, 그날 순례에 대한 점검과 평가, 조별 순례대중들의 건강상태, 개선이 필요한 상황과 추가적인 지원 요청 사항 등이 큰 틀에서 공유된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상황팀과 운영팀은 다음날 순례코스를 답사한다. 공양 장소 물색과 화장실 유무, 안전한 순례가 가능한지 여부가 주요한 체크사항이다. 코스 중 마땅한 화장실이 없는 경우 직접 설치하는 경우도 수차례다. 바닥이 트인 소규모 텐트를 남성용, 여성용 두 개로 설치하고 바닥을 파 임시로 화장실을 만드는 방식이다. 순례단이 떠나고 난 뒤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완료하는 것도 지원단의 역할이다.

이상종 운영팀장은 “순례대중들이 최대한 불편함 없이 안전한 순례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매일 새벽 2~3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분들이 있다”며 “몸은 좀 힘들지만 국난극복, 불교중흥을 위한 순례대중의 원력을 바로 곁에서 보고 외호하는 소임이기에 마음은 더없이 환희스럽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에는 실무회의가 진행된다. 다음날 순례코스를 미리 답사하고 온 윤승헌 상황팀장과 이상종 운영팀장을 비롯해 지원단 팀장 전원과 실무진이 모이는 시간이다. 이때 확정한 코스와 계획이 다음날 순례대중을 이끄는 길잡이가 되기에, 작은 변수도 그냥 넘기지 않고 철저한 준비에 임한다.

이상종 운영팀장은 전반적인 진행상황을 종괄한다.

순례단 말미에는 동국대 의료원 응급차량이 뒤따른다. 순례 중 발톱이 빠지거나 근육경련, 급격한 체력저하 등으로 치료 및 회복이 필요한 순례대중이 생길 경우, 조장을 통해 즉시 상황팀에 전달돼 조치가 취해진다. 김명숙 의료팀장의 진료를 거쳐 걸을 수 있게 되면 다시 순례에 합류하지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응급차량에 탑승하는 경우도 있다.

김명숙 팀장은 “순례대중 가운데 폐암 수술 이력이 있는 분도 계신다. 호계원장 무상 스님을 비롯해 고령인 대중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써서 건강상태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순례대중들의 치료빈도가 가장 높은 부위는 단연 ‘발’이다. 온전히 도보로 순례를 하다 보니 짓무르고 물집이 잡히거나 상처나기 일쑤다. 순례대중들은 고통을 참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정진의지, 그리고 ‘함께하는 대중’에게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항상 순례단 곁에서 살뜰히 건강을 살피는 의료팀 역시 전 대중이 낙오 없이 원만회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순례대중들이 저녁 공양을 마치고 각기 텐트에서 재정비하는 시간, 지원단에서 가장 바쁜 사람 역시 김명숙 의료팀장이다. 종일 이어진 강행군에 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거나 근육통을 호소하는 순례대중들을 찾아다니며 치료에 매진한다. 걷지 않아야 상처가 아물겠지만, 순례에 동참하는 대중들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 까닭에 대부분의 경우 다음날 순례가 고통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치료한다. 지병이 있거나 고령의 순례대중들을 별도로 확인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매일 3회씩 전체 대중의 발열여부를 체크하고 마스크 교체 등을 총괄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소임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김명숙 의료팀장이 참가자 대상 발열체크하는 모습.


그럼에도 김 팀장은 “지난 30년간 동국대 의료원 소속으로 일해 왔는데, 이번 순례가 그간의 내 삶을 돌아보는 전환점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순례대중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치료하면서 그 발에 우리 한국불교의 미래가 있음을 확신하게 됐고 한 사람의 불자로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다시 없을 귀한 경험”이라고 미소지었다.

총도감 호산 스님은 “이번 순례는 매일 짧으면 22km, 길면 35km 가량을 길 위에서 걷고 먹고 잠드는 행선정진이었다. 이를 통해 움직이는 불교, 행동하고 실천하는 불교로 나아가기 위한 원력을 모아내는 여정 그 자체”라며 “차질없는 순례를 위해 지원단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다. 전날 모든 코스를 답사하고 매일 회의를 통해 점검했지만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탈한 회향과 국난극복, 불교중흥의 원력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소임을 다한 모든 대중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경=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