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뵤도인 법당 조사과정서

그림이 발견된 중앙문 부재앞에서 상품상생도를 설명하는 카미이 몬쇼 주지스님.사진출처=마이니치신문

현존 最古 ‘구품내영도’ 보유
수리시 분해된 附材 조사 중
X선·적외선 촬영 등 과정에서
육안으론 안 보이던 불화 확인

세계문화유산이자 일본 불교정원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천년고찰 뵤도인(平等院)에서 잊혀졌던 불화가 발견됐다. 지난 10월 12일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교토신문’ 등은 이 놀라운 발견을 특별보도했다.

교토부 우지(宇治)시에 소재한 뵤도인은 1052년, 당시 일본 최고의 세도가였던 후지와라 가문의 별장을 개조해 세워진 사찰이다. 창건 당시의 규모에서 대폭 축소되었으나, 아미타불을 모신 봉황당(鳳凰堂)은 〈관무량수경〉에서 설하는 극락세계를 그대로 재현한 ‘정토식 정원’으로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창건 당시 봉황당의 벽면에는 일본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구품내영도(九品來迎圖)’가 그려져 있었다. 구품내영도는 아미타불이 염불수행을 한 이들을 극락에서 맞이하는 모습을 9가지로 설명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봉황당의 구품내영도는 17세기에 이루어진 중수과정에서 원래의 자리에서 철거되어 별도로 보관되어 왔다. 1950년대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수리와 학술조사에서 3쌍 6매 나무벽에 그려진 내영도들이 창건 당시의 불화로 명확한 시기가 밝혀지면서 일제히 국보로 지정됐다. 이후 수리 중에 분해된 고재와 부재들은 별도로 뵤도인 박물관에서 보관해 왔다.

지난 2018년 보존처리를 위해 보관 중이던 부재들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그림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부터 부재들의 표면에 대한 X선과 적외선 촬영 등을 통한 전체조사가 진행, 최종적으로 보관 중이던 부재에 ‘상품상생도(上品上生圖)’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높이 4.7m, 폭 1.6m의 부재는 본래 봉황당의 정면 중앙에 있었던 문으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문의 중앙부분에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보살들과 극락세계의 누각들을 묘사한 그림과 산수화가 일부 발견됐다.

조사를 담당한 도쿄문화재연구소 측은 “본래 중앙문의 좌우 벽에 상품중생도와 상품하생도가 그려져 있었기에 상품상생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존재했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12일 뵤도인 경내 박물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술사학자 카스야 마코토 교수는 “무수한 불보살이 화면의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구도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상품상생도가 12세기의 작품이기에, 이번 발견은 가장 이른 시기의 작례로 중요하며 당장 국보로 지정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견을 접한 전문가들도 “뵤도인의 건축구조가 극락세계를 지상에 재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실내까지 극채색의 불화로 완벽하게 극락정토를 장엄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뵤도인의 주지 카미이 몬쇼 스님은 “구품내영도는 말법의 세상에서 구제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원이 담긴 그림이다. 종교화로서도 대담하고 독창적인 구도로, 이러한 명작이 다시금 발견되어 매우 놀랍고 또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상품상생도의 발견을 계기로 다른 구품내영도에 관한 조사결과와 사진, 그림 등도 뵤도인 박물관에서 특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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