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엔랴쿠지서
12세기作 금동불도 확인돼
‘전례 없는 발견’ 관심 고조

가마쿠라 시대에 조성된 호법동자상(우), 동자상 내부에서 발견된 금동부동명왕입상(좌). 사진출처=교토신문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히에이산(比叡山) 엔랴쿠지(延빓寺)에서 12세기의 금동불이 발견됐다. 지난 10월 16일 일본의 ‘ NHK 방송’ ‘교토신문’ 등의 주요 언론사들은 전례가 없는 발견의 전모를 보도했다.

엔랴쿠지와 오즈시 역사박물관 측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엔랴쿠지가 소장 중인 호법동자입상(護法童子立像)의 내부에서 금동부동명왕상과 복장유물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호법동자상의 복장물로 부동명왕상을 안치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호법동자란 덕이 높은 고승이나 수행정진하는 학인들을 옹호한다고 알려진 호법신이다. 엔랴쿠지에서는 히에이산을 돌며 수행하는 회봉(回峰) 수행자들을 수호하는 신령으로 모셔왔다. 오즈시 역사박물관은 “이번 조사에서 복장물이 발견된 호법동자상은 12세기 가마쿠라시대에 조성됐으며, 높이 76.5cm의 목조불상이다. 1970년대까지 엔랴쿠지의 법당에 봉안되어 왔다”고 유래를 전했다. 또 “호법동자는 보통 족자로 봉안되는데 반해 목조로 조성한 예는 드물다”고 밝혔다.

엔랴쿠지는 소장해 오던 호법동자상은 세월에 따른 훼손을 방지하고 학술적인 조사를 위해 지난 2018년 7월부터 해체수리를 진행해 왔다. 이중 동자상의 머리 부분에서 높이 9.5cm의 금동부동명왕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부동명왕상은 입상으로, 바위를 표현한 목조 좌대를 제외한 화염광배와 전신에 모두 도금됐으나 상호와 일부 신체는 금니로 덧칠이 되어 있다. 또 영락과 같은 장신구와 지물은 별도로 탈부착이 가능하게 조성됐다. 지금까지 호법동자상에 대한 보수나 해체에 대한 기록이 없기에 동자상이 조성된 시대와 동일한 시기의 작품으로 판명됐다.

박물관 측은 “일반적으로 습기로 인한 터짐을 막기 위해 파낸 구멍 속에 복장물을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부동명왕상은 동자상의 머리 안에 정확하게 설 수 있도록 안치되어 있어 당초 동자상을 조상하면서 부동명왕상을 안치할 것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불사리를 모신 수정오륜탑과 부동명왕을 찍어낸 판화 등이 복장유물로 발견됐다. 판화는 총 50매의 종이에 각 200구의 부동명왕을 찍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엔랴쿠지측은 “호법동자상의 복장으로 부동명왕을 안치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나 회봉 수행자들을 흔히 ‘살아있는 부동명왕’으로 생각하는 민간신앙과 호법동자가 회봉수행자들의 수호신으로 신앙되는 점에서 연계점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발견된 부동명왕상은 오는 12월 6일까지 다른 복장유물들과 함께 히에이산의 성보박물관에서 특별 공개된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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