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에 짓밟힌 법당

피해자 혜성 스님 詩 60여 편
기자·문학인 등의 글도 실어
가혹행위 감내한 생생한 육성

 

군화에 짓밟힌 법당 / 혜성 스님 / 동쪽나라 펴냄 / 1만원

 

“아무리 빌어도 자꾸 왜 이러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 내가 죽을께요. 정말 맞아 죽고 싶지는 않아요. / 아무리 아프다고 소리 질러도 소용이 없다. 참고 참고 견디다 못해 또 죽을 힘을 다해 비명의 소리를 질러본다.”

‘10ㆍ27 법난’은 한국 현대불교사에서 슬픈 사건 중의 하나이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슬픈 역사를 엄숙하게 생각해보는 시집 한 권이 출간됐다. 당시 피해 당사자였던 혜성 스님의 <군화에 짓밟힌 법당>이다.

10ㆍ27 법난은 1980년에 신군부 세력이 수배자 및 불순분자를 검거한다는 명목으로 군인을 동원하여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 5천여 곳을 수색하고, 조계종의 스님 및 불교 관련자 150여 명을 강제 연행하여 고문, 취조한 사건이다. 법난이 일어났던 당시 모든 국내 언론은 신군부가 발표한 내용을 사실로 보도했고, 이에 따라 법난 피해자들은 신체적인 고통에 더하여 정신적인 고통까지 입게 되었다. 당시 서울 삼각산 도선사의 주지였던 혜성 스님은 당시 가장 큰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다. 스님은 계엄군에 연행되어 폭압적인 조사를 받았으며, 출감 후 입적할 때까지 고문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1989년 11월 정부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건이 국가에 책임을 있음을 인정했고, 2018년 4월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계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혜성 스님은 법난 이후 틈틈이 작은 공책에 자신의 소회를 적었다. ‘일기’라고도 할 수 있고, ‘시’라고도 할 수 있는 67편의 글은 1997년 청담문도회 주관으로 간행된 <진불장 이혜성 스님 회갑 기념 불교 문집-이 마음에 광명을>에 실렸다.

이번 책은 1997년 간행 문집에 실렸던 글과 당시 취재 기자, 불교전문 사회학자, 문학인이 쓴 글들을 묶은 것으로, 10ㆍ27 법난 당시 혜성 스님을 비롯한 피해자에게 가해졌던 끔찍한 가혹행위와 그것을 감내하는 피해자의 생생한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있어서는 안 될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하는 감동적인 시들도 볼 수 있다. 더하여 혜성 스님의 일생을 정리한 글, 10ㆍ27 법난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글과 이번 시집에 나타나 있는 스님의 육성을 문학적인 입장에서 분석한 글들을 부록으로 실었다. 이번 책은 ‘시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지만 문학적인 가치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이 고난의 시간 속에서 남긴 생생한 육성과 법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0ㆍ27 법난의 역사적 교훈과 의미 그리고 아픔과 통곡이 보다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혜성 스님은 193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전공업고등학교, 실달승가학원을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세에 청담 대종사의 제자로 출가한 뒤 혜성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이후 스승을 따라 한국 불교의 정화불사에 헌신하였으며, 1964년 도선사 주지로 취임해 도선사를 한국불교 최대 사찰 중 하나로 일구는 한편, 조계종의 주요 직책을 맡아 한국불교의 진흥에 크게 기여했다. 중앙승가대 학장으로 부지 5만 평을 학보하고 당해 대학을 4년제 대학 학력인정 각종학교로 인가받았으며, 청담중고등학교와 혜명복지원을 설립하고 삼전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신당어린이집 원장을 맡았다. 1980년 10ㆍ27 법난으로 한 달 동안 고문과 취조를 당했으며, 강제로 도선사 주지 직과 함께 승려 자격을 잃었다. 후에 승려 자격을 회복했으나 당시의 고문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2018년 7월 25일 도선사 염화실에서 원적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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