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상월선원 자비순례단
'한국불교 어디로 갈 것인가' 대중공사

한국불교 미래를 위한 선결과제로 손꼽혀온 출가자 감소와 불자 감소, 사찰재정 문제 등 종단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이를 토대로 현실적인 대안을 듣는 논의의 장이 열렸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순례가 이어지던 10월 23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는 경기도 소노문리조트에서 자비순례단과 만나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대중공사를 개최했다.
종회의원연수의 일환으로 진행된 대중공사는 기획실장 삼혜 스님(사찰재정)과 교육부장 서광 스님(출가자수), 포교부장 정인 스님(불자수)의 현황 발제에 이어, 교육원장 진우 스님,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 스님,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5명을 토론자로 종단 미래를 위한 혁신방안을 공유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와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은 10월 23일 경기도 양평 소노문리조트에서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대중공사를 개최했다.  사진=송현석 기자

스님 수행·생활 보장 위한
‘사찰 재정공영화’ 검토를

교육원장 진우 스님

교육원장 진우 스님.

“출가자수 감소 문제 해결 위해서는 스님들의 완전한 수행환경과 생활보장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재정 공영화’를 제안한다. 현실성이 희박할지라도 종단 미래를 위한 하나의 대안임은 분명하다.”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 스님은 조계종이 그 어떤 사안보다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출가자수 감소 문제를 꼽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내 종단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종단의 일부 시스템을 재설계해서라도 사활을 걸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우 스님은 “출가자수 감소는 오래전부터 종단 차원에서 걱정해 온 문제지만 아직도 시원하게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독려,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망이 있다고 봤다. 취업 고민 등 삶의 무게로 고통 받는 젊은이들이 잠재적인 출가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를 위해서는 완전한 수행환경과 입적까지 의식주는 물론 최소한의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 자발적인 출가자에 더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불교의 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방관할 수만은 없다”며 특단의 대책으로 ‘종단 재정 공영화’를 제안했다.

스님에 따르면 재정공영화는 주요사찰부터 모든 수입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종국에는 전 사찰을 대상으로 확대한다. 대신 사찰의 규모에 따라 운용비를 책정해 이를 재분배하도록 하고 모든 출가자들에게 일정한 보시를 차등지급하게 하는 제도다. 이럴 경우 일선사찰의 소임자들은 어려운 재정운영에서 해방돼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게 되고, 자연히 사찰 발전과 포교의 극대화, 나아가 재정 건전성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스님은 기대했다.

스님은 특히 “재정이 통합관리되고 재정건전성이 담보된다면 사회대중들이 종단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목이 달라지게 될 것이고, 신뢰도가 회복되면서 기부자와 시주자도 과거와 같이 증가할 것”이라며 “재정 공영화를 통해 종단 재정시스템이 선순환되고 스님들의 복지가 완연하게 개선된다면 젊은 출가자들도 자연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디.

스님은 이를 위해 전 종단이 공의를 모으기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스님은 “시스템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며 “그러나 종단적인 원력을 모아 재정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면 종단은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언택트 문명 전환 시기
새로운 수행·교화체계 마련을”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은 코로나19 사태로 급작스레 닥친 문명의 전환 속에서, 종단과 각 사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스님은 “코로나19 사태는 기존 문화의 틀을 바꿨고 기술혁명의 새로운 전환을 가져왔다”며 “우리는 이제 소통의 방법으로 온라인, 언택트 방식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그동안 우리가 대면 속에서 이뤄왔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가 일순간에 새롭게 전환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론 그동안 불교가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하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급작스레 닥친 비대면 문화 속에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절박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님의 결론은 결국 디지털, 온라인 문화를 최대한 활용해 생존의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스님은 “휴대폰 속 세상으로 불교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휴대폰 속 세상에서 대중과 만나고 긴밀하게 연결해나갈 때 비로소 불교는 확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불교 전통과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 관리 및 정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현대사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이에 근거한 분석과 미래예측이 곧 정책을 수립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시대에 부합하는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이 현재 종단과 교구본사의 여건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종단이 그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한국불교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스님은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완벽하게 되지 않더라도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불교와 종단이 축적해 온 경험과 불교가 가진 자산을 체계적이고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정보와 물적, 인적 인프라를 제대로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관리역량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과 강화할 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미래예측의 확실성을 높이고, 이를 종책 생산에 활용한다면 시대에 맞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또 세상과 존재를 향한 불교적 관점의 점검 필요성도 피력했다. 과거 기도나 제사 등이 인간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다면, 이제는 서서히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삶의 실천적 방법으로 명상과 수행이 대두되는 시대, 불교는 명상에 대한 이론체계와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명상과 수행을 기반으로 아함과 반야, 한국불교의 정체성인 선종, 시대를 재해석하는 화엄 등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리체계로서 잘 정리하고 실질적인 교화체계로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려주거노후복지 최우선 과제
사찰 재정, 신행활성화에 달려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

“종단의 승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승려주거복지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원마련을 위한 승려복지분담금 제도 시행 및 교구본사별 부분 재정통합을 제안한다.”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종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승려주거복지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스님은 “1만 3000명 승려 가운데 50세 이상이 72%이며 65세 이상 승려는 21.3% 수준으로 사회적 기준으로 볼 때 조계종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며 “승려노후복지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단은 반드시 승려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미 종단과 교구본사 간 협력을 통해 승려복지체계를 구축하는 등 일부 대비를 하고 있지만 주거복지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요원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스님은 승려주거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교구본사별 부분 재정통합이나 부분적인 재정공유제도 도입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교구 승려복지 분담금을 신설하고 소속 말사의 결산을 기준으로 일정금액 이상 사찰에 대해 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스님은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반드시 교구 재적승려의 복지문제, 특히 승려노후 주거복지 사업에 한정해 예산을 지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교구승려복지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해 재원 사용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교구 내 지역별 승려주거복지 거점사찰을 지정하고 거점사찰에 대해서는 교구승려분담금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재정을 지원하거나 교구 차원에서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가자수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는 ‘상설 행자교육원’ 설립을 통한 행자교육 체계화를 제시했다. 스님은 “현 상황이라면 2030년에는 출가자 수가 60명대에 머물 것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는, 종단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임을 보여준다”며 “행자 교육체계를 점검해 중도포기하는 비율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출가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으로 승려로서의 위의와 승가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찰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회주로 주석하고 있는 서울 흥천사 사례를 설명하며 “사찰 재정은 어디까지나 신도들의 신행활동을 토대로 형성되는 재화이기에, 신도들의 신심과 원력을 기반으로 신행 활성화를 이끌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찰이 신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가족의 경조사에도 함께함으로써, 개인과 가족, 나아가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사찰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의견에 공감한다”며 “사찰이 불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마음을 열어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종단, 질적 구조조정 필요
사회적 대안
?화두 제시도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한국불교와 조계종의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종단 체제의 질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현응 스님은 “불교의 대응과 나아갈 길에 대해 오늘 말씀드릴 내용들은 해답이 아니라 우리 종단이 관심을 가지고 지향해야 할 의제임을 먼저 밝힌다”며 “종단은 지금 질적인 조정, 그리고 권한과 역할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님은 중앙 종단과 교구본사의 직제와 위상에 대한 조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스님은 “과거에는 전국 사찰의 교구본사별 구분이 지금처럼 명확하거나 크게 인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님들은 교구를 떠나 승가라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종단개혁 이후 교구본사가 주지인사권을 가지고 자주권과 자율성, 독자성이 강화되면서 변화가 일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조계종이라는 단일승가공동체가 아닌 본사공동체에 가까울 정도 인식이 변했다”며 “이제 교구본사의 독자성과 자율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중앙종무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본사로 확장하기 위한 접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사찰 운영 역시 유형별로 발전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했다. 본사와 말사, 도심사찰과 산중사찰, 문화재사찰과 전통사찰, 부동산 보유사찰과 사설사암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운영방안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

스님은 “사찰의 발전이 곧 종단의 발전이기에 단일화된 사찰 운영방안이 아니라 각기 상황과 특성에 맞는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화재사찰이나 전통사찰, 부동산 보유사찰 등 삼보정재를 관리하는 사찰의 경우 관련법을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 대응하고 개선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재산권의 침해를 막고 부당한 권리규제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사찰이 아니라 종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불교적 가치 실현을 통한 중생과 세상을 구제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제시했다. ‘불교교리연구원’을 설립해 시대적 화두에 응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스님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함께해 온 불교는 앞으로도 시대적 문제와 사회적 난제에 대해 불교적으로 고찰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례로 코로나 사태에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종교적 백신을 개발해 대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이는 곧 불교 본연의 역할을 시대에 맞게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종무기관 조직 전면 재편
사부대중공동체로 전환을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한국불교가 스스로 미래의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문명사적인 급변상황에서 종단과 본사 및 개별사찰의 조직구조 및 운영방안을 새롭게 모색해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며 코로나 이후 종단과 한국불교계의 대응에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스님은 중앙종무기관이 종단 차원의 코로나19 위기대처에 대한 통합대응 매뉴얼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심사찰은 포교와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온라인 법회 활성화와 사찰회원제, 수익구조 다변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며, 농어촌사찰은 신도조직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위한 신도데이터 프로그램, 토지 및 산림을 활용한 수익다변화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님은 “신도수 감소 등 한국불교가 직면한 문제점들은 이미 10년 전에도 심각하게 제기됐던 내용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가지고 대응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현대사회의 사찰은 단순히 수행과 전법의 도량일 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교육과 문화, 복지의 열린 공간으로서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중앙종무기관에서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덕문 스님은 “조계종의 효율적인 종무행정을 위해 중앙종무기관의 전면적인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총무원은 행정원으로, 교육원과 포교원은 전법원으로 통합하고, 수행원(중앙연수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또 비대해진 수도권 현실과 관련, 서울을 강남과 강북교구로 분리하고, 인천지역 교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불교사회연구소와 불학연구소, 포교연구실 등 분산돼 있는 종책 연구기관의 통합운영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덕문 스님은 “정부기관도 부처별, 지자체별 연구기관을 설립해 싱크탱크로 활용하고 있다”며 ”종단도 분산된 연구소들을 대규모 싱크탱크로 확장해 풍요로운 정보와 다양한 아이디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부대중공동체로의 전환 필요성도 피력했다. 신도수 감소의 대안이기도 하지만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 덕문 스님은 과거 종단에서 진행한 ‘붓다로 살자’ 등의 운동을 일례로 들며 사부대중공동체 운동이 교구본사별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한국불교가 처한 위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500년 전 방식을 쓸 수는 없다”며 “현대사회의 상황에 맞는 해법과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그 근간은 부처님의 근본사상과 불교의 참 정신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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