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민추본, 교역직 스님 44명 대상 설문조사

조계종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교역직 스님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수준이며 통일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남북불교교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매우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통일교육 경험이 부족하고 방북 경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종단 차원의 통일인식교육의 확대 필요성이 요구된다.

남북간 신뢰회복?종교교류 도움돼
통일 관심 높지만 현실성은 부족
“기금 위해 수익사업 필요”의견도

이 같은 결과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원택, 이하 민추본)가 10월 19일 공개한 ‘조계종 교역직 스님 대상 통일의식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설문대상은 44명에 불과하지만 응답자인 스님 모두가 종단에서 종무행정 및 관련 소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해소될 경우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해 종단 대북교류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민추본은 이번 설문을 ‘불자 통일의식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선적으로 조계종 교역직 스님을 대상으로 한 샘플링 인식조사로 변경했다. 설문은 총 23개 문항으로 통일인식과 대북인식, 통일교육, 남북불교교류 및 기타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이번 설문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남북불교교류에 대한 인식 항목이다. 응답자인 44명의 스님 가운데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찬성한 스님이 33명으로 확인됐다. 부분찬성 등 기타를 선택한 스님이 6명, 반대가 3명으로 나타나, 대다수의 교역직 스님은 남북간 대표적인 교류협력사업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계종이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통해 남북불교간 긴밀한 협력으로 성과를 낸 바 있으며, 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 또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이를 통한 남북불교계 교류 확대를 추진해 온데 따른 평가로 분석된다.

특히 스님들은 남북불교교류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수가 35명, ‘약간 필요하다’고 응답한 수가 8명으로 집계돼 100%에 가까운 43명이 이에 대한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를 선택한 스님은 단 1명이었다.

남북불교교류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1위가 ‘남북간 신뢰회복 및 평화분위기 조성에 기여(30명)’로 나타났으며, ‘남북불교 동질성 회복(6명)’ ‘북한 불교문화재 관련 교류협력에 기여(5명)’ ‘북한 사찰 교구를 되살리기 위해(4명)’ ‘불법 전파 및 포교(3명)’이 뒤를 이었다.

남북불교교류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항목별 응답률이 두루 비슷한 비율로 집계됐다. 북한 사찰 및 불교문화재 보수?복원이 12명, 남북간 종교교류(합동법회 등)가 11명, 북한 불교계 지원 및 협력사업이 10명, 북한 사찰 및 종교시설 방문이 8명, 남북 사찰간 결연 및 직접교류가 8명 순이었다.

특히 남북불교교류를 위해 종단에서 우선적으로 진행해야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반수인 22명이 ‘불교계 대북사업 기구 및 단체 활성화’를 꼽았다. 현재 조계종의 대북 관련 기구는 민추본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민추본의 활성화를 요구하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이어 대북 전문 승가인력 양성이 10명, 대사회적 평화통일 활동과 남북불교교류기금 마련이 각각 7명으로 나타났으며, 승가 및 불자 통일교육을 꼽은 응답자도 3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조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활동을 위한 기금 확보 및 인적 네트워크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종단이 남북불교교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민추본 역량 강화 및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남북불교교류를 위한 기금조성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남북불교 간 경제협력을 통한 수익사업’을 꼽은 응답자가 32명으로 나타나, 장기적인 남북교류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북관계 해소를 통한 교류재개를 선행조건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찰 및 불자 대상 기금 모금을 선택한 응답자는 4명에 불과했다.

스님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반해, 실질적으로 통일 관련 교육을 받거나 북한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적은 수치로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통일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스님이 41명, 학교 및 사회 통일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수가 43명으로 집계됐지만 정작 스님들 중 평화 및 통일교육 경험이 있는 스님은 25명에 불과했다. 통일교육 경험이 있는 스님 중에서도 일회성 교육을 받았다는 스님이 15명, 5회 미만 교육을 받은 스님이 8명으로 나타났다. 통일 교육을 5회 이상 받은 스님과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고 답한 스님은 각각 2명이었다.

이는 민추본이 매년 통일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정작 교역직 스님들의 참여도는 높지 않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민추본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가 종단 소임자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샘플링조사로 진행됐음에도, 통일에 대한 인식 및 남북불교교류과 통일교육 등 전반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어 유의미하다고 본다”며 “특히 그동안 민추본이 남북정세 등 단편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교육이 많았다는 점에서, 설문 결과를 염두해 앞으로는 인식교육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일교육원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 권역별 사찰 등을 대상으로 보다 대중적이면서 심층적인 통일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며 “2021년에는 북한에 대한 불교계 편견 해소 및 인식제고를 위해 ‘북한, 바로알기’ 소책자를 제작, 전국 사찰 등 불교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추본은 이번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더 많은 수의 불자를 대상으로 통일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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