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

내면(명상)·외형(행동주의) 수행 실천하는
21세기 생태보살(eco-bodhisattva)도 소개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 /
데이비드 로이 지음 / 민정희 옮김 / 불광 펴냄 / 1만 9천원

 

종교와 과학이 때로는 갈등하고 화합하며 오늘의 인류 문명을 있게 했다면, 위기의 시대에 불교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책은 현대 문명의 가치와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시대적 부름에, 불교철학자 데이비드 로이 박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불교 행동철학을 다룬다.

‘에코다르마(Ecodharma)’로 명명된, ‘생태불교’의 핵심은 바로 ‘궁극의 깨달음은 사회적 실천에 있다’라는 데 있다. 우리에게 당면한 생태ㆍ사회적인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귀중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는 이 책은,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명저이다.

선 수행자이자 사회적 참여불교 활동가로 서구에 잘 알려진 데이비드 로이는 ‘연기법(緣起法)’과 ‘공성(空性)’에 대한 이해, 즉 깨달음을 “우리가 다른 이들이나 지구와 분리되지 않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달리 표현하면서 사회구조적인 고통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고통은 사회적·집단적 원인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볼 때, 개인의 변화라는 길과 사회의 변화라는 길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세상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개개인의 각성이 꽃을 피우는 방법이고, 명상과 같은 사색적 수행은 우리 행위의 바탕이 되어 그것을 영적인 길로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바로 에코다르마이다. 이는 불교 전통이 최근 전개하는 새로운 용어로, 생태적인 관심(eco)에 불교의 가르침과 그에 연관된 영적 전통(dharma)을 결합한 것이다.

에코다르마는 우리가 생태위기를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의 측면들을 탐색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수행하는 방식에서 에코다르마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 이 책은 자연에서 수행하고, 불교적 가르침의 생태적인 시사점을 탐구하며, 오늘날 요구되는 생태적 행동주의에 대한 이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참여는 개인의 정신적 평화에 초점을 맞추어 온 전통적인 가르침 때문에 많은 불교인들에게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사회적 행동에 전념해온 사람들은 피로와 분노와 우울 그리고 에너지 소진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면(명상)과 외형(행동주의)의 두 가지 수행이 조화롭게,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두 가지 수행의 결합은 사람들로 하여금 절망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실천, 참여하게 한다. 이러한 행동주의는 또한 명상하는 이들이 자신의 심리상태에 사로잡히는 덫을 피해서 깨달음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세상의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의 영적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의 핵심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생태보살(eco-bodhisattva)에 의해 길러진 통찰력과 고요함은 불교행동주의의 가장 특징적인 것을 지탱해주는데, 그것은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다. (절망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지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실천하는 태도)보통 무책임한 태도 혹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임무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보살도이다. 결과가 행위를 결정하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이 중요한지 아닌지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를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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