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아법이공(我法二空)

어린이에게 막대기 다섯 개를 주고 오각형을 만들라고 하면, 막대기들의 끝과 끝이 서로 맞닿도록 고리를 만들고 오각형이라고 한다. 이 중 막대기 하나를 떼내어 “이 막대기가 오각형이냐?”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나머지 막대기 네 개의 모양이 오각형이냐고 물어도 아니라고 한다. 막대기도 없느냐고 물으면 “막대기는 있다”고 한다.

범부는 오온(五蘊)이 일정 조건으로 모인 것을 나(我)라고 한다. 오온에서 색[色, 몸]을 떼 내어 “색이 나인가?” 물으면 “나가 아니”라고 한다. 수상행식[受想行識, 감수·표상·의지·인식 작용]도 마찬가지로, 떼낸 각각은 나가 아니다. 오온 중 어느 하나를 떼낸 나머지 네 가지도 나가 아니다. 이것이 〈무아상경〉의 골간(骨幹)으로, 인간은 오온의 일시적 화합[因緣所生]에 지나지 않으므로 거기에 ‘아체[我體, 불변하는 자아(自我)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아공[我空, 生空、人無我、衆生無我]이다. 곧 상일주재(常一主宰)의 나(我)가 없다. 그러나 오온 각각, 나아가 제법[諸法ㆍ일체의 사물과 현상]은 있다. 나는 없는데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인 제법은 있다고 하는 것이 아공법유(我空法有)이고, 이것이 설일체유부 등 소승의 견해이다. 당(唐)의 종밀(宗密)이 지은 〈원인론(原人論)〉에서 소승교(小乘敎)의 아공(법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형체를 가진 몸[色]과 생각을 하는 마음[受想行識]은 본래 인연의 힘에 의한 까닭에, 생각생각 생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마치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등불이 타오르듯 한다.

(이와같이) ‘몸과 마음[五蘊]’은 임시로 합해 마치 항상한 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범부는 어리석어 (몸과 마음이 인연의 가화합임을) 알지 못하고, 집착하여 ‘나’라고 여기고 이 나를 보배로이 여긴다.

따라서 탐[貪ㆍ명예와 이득으로 나를 왕성하게 함] 진[瞋ㆍ거슬리는 상황에서 나를 침해하는 것에 대하여 으르는 것] 치[癡ㆍ이치에 맞지 않는 헤아림] 등의 삼독심을 일으키고 삼독심이 행동과 말을 발동시켜 일체의 업(業)을 짓는다.” 〈原人論 T1886_.45.0709a11-a15〉

6조 혜능과 동시대를 살았던 의정(義淨ㆍ635년~713년)은 671년에 광주(廣州)에서 바닷길로 인도에 가 25년 동안 순례하며 대소승을 배운 후, 많은 산스크리트본 경론을 가지고 695년에 귀국하여 56종 230권을 한역하였다. 이 중 〈무아상경〉에 해당하는 내용 번역의 경제(經題)를 〈오온개공경(五蘊皆空經) T102〉이라 하였다.

〈오온개공경〉의 ‘오온개공’은 ‘오온 각각은 나가 아니다. (그러나 오온 각각은 있다)’라는 것으로 아공법유의 뜻이고, 〈반야심경〉의 ‘오온개공’은 ‘오온 각각도 공하다’는 것으로 법공[法空, 法無我]까지 말해 아공법공(我空法空) 곧 아법이공(我法二空)의 뜻이다. 예들 들어 〈반야심경〉에서 ‘색이 곧 공이다[色卽是空]’를 부연하자면, 색은 5근[五根, 眼耳鼻舌身]과 5경[五境, 色聲香味觸]과 무표(無表)색의 11 요소로 구성된 것이니, 상일주재의 색체[色體, 색의 아체(我體), 색 자체] 곧 색성[色性, 색의 성품]이 없어서 공하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 등 오온, 나아가서 모든 현상(諸法)은 여러 인연의 일시적인 화합에 지나지 않으므로 거기에 불변하는 실체(제법의 아체)가 없다는 법공(法空)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인도의 학승 하리발마가 지었고 구마라집이 한역한 〈성실론(成實論)〉에 ‘법무아’에 대한 기술이 있다.

“법을 보지 않는 것을 무아라 한다. 또 경에 설하기를, ‘무아지(無我智)를 얻으면 곧 바른 해탈이다. 그러므로 색의 성품[色性]이 멸했고 수상행식의 성품[受想行識性]이 멸한 것이 무아로, 무아는 곧 ’자성(自性) 없음[無性]‘이다.”  〈成實論 T1646_.32.0333a04-a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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