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햇살을 그렸을까?
산양의 뿔을 멋지게 그린 것일까?

그냥 재미삼아 아무렇게나 그렸을까?
재미삼아 그리기에는 좀 철학적이다

멀리서 보면 꽃처럼 보이기도 하겠다

그럴 거다.
산양도 되고, 태양도 되고,
꽃이야 당연히 되겠지

그럼 만다라네

 

까잘만, 싸이말루이 따쉬

이 그림은 대충 지나치듯 보면 알기 어렵다. 그림 안에 산양이 있는지도 모를 수 있다.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꽃을 재미나게 그렸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한참 동안 자세히 보았더니, 그 그림 안에 산양이 있는 것이 보였다. 또 산양의 뿔, 주둥이, 다리 등이 주변의 선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산양의 뿔과 주변의 선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꽃처럼 보인다. 요즘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무슨 뜻이 있을까?

겨울 끝자락, 어디선가 향기로운 꽃바람이 불어올 때, 엄마 닮은 귀여운 산양이 새로 태어났다. 새끼 산양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마냥 신나게 뛰어다녔다. 덩치가 커지면서 뿔도 멋지게 달았다. 더러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위해 싸우기도 했다. 우두머리가 되어 긴 밤을 경계심으로 보내고, 새벽녘 멀리서 동이 트면 그때서야 무릎을 세우고 온몸에 묻은 어둠을 후드득 털어 내며 해를 향하여 걸음을 내디뎠다. 늑대를 만나거나 사냥꾼의 화살을 피해서 혼비백산,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힘차게 달리고 멋지게 살다가, 다 내려놓고 다시 하늘로 땅으로 옮겨 갈 때가 되어 모든 만물과의 연결을 감사함으로 품고서 본래 하나였듯이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산양이 일궈 낸 만다라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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