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가을 사찰행사도 ‘위축’

가을 정취에 흠뻑 물든 산사의 야단법석을 올해엔 쉽사리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 전국 사찰에서 개최했던 문화행사와 산사음악회 등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잇따라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가을 산사 전경. 현대불교 자료사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특히 불교계는 전국 교구본사 등 큰 사찰의 개산대제가 10월경 집중적으로 몰려있는데다, 꽃무릇, 애기단풍 등 가을절경으로 장엄한 사찰의 문화행사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전국 산사가 들썩이는 야단법석이 펼쳐지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가을 정취에 흠뻑 물든 산사의 야단법석을 쉽사리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 전국 사찰에서 개최했던 문화행사와 산사음악회 등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잇따라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10월경 집중된 사찰 행사들
코로나 사태에 취소 잇따라
화엄음악회·선운문화제 이어
백양사 단풍축제도 전면 취소
월정사·전등사는 비대면전환

대표적으로 가을을 상징하는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한 장성 백양사의 애기단풍축제와 구례 화엄사의 화엄음악회, 고창 선운사의 선운문화축제가 전면 취소돼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인원제한 등 감염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한 조치가 유효한 가운데, 유명세만큼이나 많은 인원이 몰릴 확률이 높은 행사를 강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예술인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한 구례 화엄사의 화엄음악회는 올해 15회를 맞았지만,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피해까지 겹치면서 불가피하게 취소를 결정해 아쉬움을 더했다. 우리나라 산사음악회를 대표하는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도 올해는 개최하지 않는다.

사찰이 처음 산문을 연 날을 기념하는 개산대제나 추모제 등 남다른 의미가 있는 법석은 축소해 최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해남 대흥사(주지 법상)는 10월 31일 ‘서산대사 추계제향’을 대폭 축소해 봉행키로 했다. 특히 올해는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제향과 호국의승추모제, 세미나 등 최소한의 행사로 그 의미와 가르침을 기린다는 취지다.

해남 미황사(주지 금강)는 10월 26일 ‘제20회 미황사 괘불재 그리고 음악회’를 개최한다. 미황사 측은 코로나로 인해 행사 전면취소를 고민했지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342호 괘불탱화 보수불사를 회향하고 대웅보전 해체보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부득이 축소 진행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교구본사인 범어사(주지 경선)와 해인사(주지 현응)도 10월 18일과 16일 개산대재와 관련 행사들을 축소 진행했다.

사찰 문화행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대구 동화사(주지 사요)가 매년 진행해 온 ‘승시’도 올해는 현장 인원을 축소하고 유튜브 생중계 등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동화사와 팔공산승시축제봉행위원회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동화사 일원에서 ‘제11회 팔공산 승시축제’를 진행키로 했다. 특히 개막법요식과 승시대동한마당, 전시마당 등 현장행사에서는 감염예방을 위해 인원제한 및 동선간 접점을 최소화하고 승시 온라인경매, 온라인 골든베르 랜선 사찰음식 만들기 등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부산불교연합회(회장 경선)는 10월 24일 범어사 선문화관에서 ‘2020 부산 팔관회’를 봉행한다. 팔관회는 매년 3일 규모의 성대한 법석으로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하루로 축소하고 인원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참가를 원하는 대중을 위해 온라인 생방송으로 법회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강화 전등사(주지 여암)의 삼랑성역사문화축제는 올해 20회를 맞아 더욱 풍성한 행사가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염두해 전체행사를 비대면으로 전환해 주목받았다.

평창 월정사(주지 정념)는 10월 9~11일 ‘2020 오대산 문화포럼’의 전일정을 비대면으로 전환, 현장에 머무는 인원을 최소화하고 실시간으로 유튜브 채널과 언론사 TV 등을 통해 송출했다. 특히 도량 내 곳곳에 대형 전광판 화면을 설치해 문화행사와 공연, 학술세미나 등 전 일정을 진행함에 따라, 온오프라인 누구나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축제형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념 스님은 “코로나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올해 17회째 진행되는 ‘오대산 문화축전’을 ‘오대산문화포럼’으로 명칭을 바꿔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며 “위안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오대산이 지닌 문화의 향기와 우리가 추구해 온 생명, 평화, 치유, 명상 등 다양한 내용들을 온라인을 통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라고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