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매년 가을산사를 장엄했던 법석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불교계는 지역적 특성과 사찰의 역사를 반영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특히 가을에 개최되는 행사가 많다. 단풍과 꽃무릇 등 가을의 정취와 어우러진 경관 덕도 있지만, 조계종 교구본사 등 주요 사찰의 개산대제 등 의미 있는 법석이 이 시기 집중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예년과는 다른 형태의 신풍경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감염예방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취소한 사찰들이 아쉬움을 전하는 가운데, 가능한 수준에서 비대면으로의 전환을 새롭게 시도하는 사찰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 중 월정사는 ‘2020 오대산 문화포럼’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행사 자체를 단순히 영상으로 송출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도량 곳곳에 전광판을 설치해 온라인 참가자와 현장 참가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현장에서 함께 만나 즐기고 공감하는 문화행사는 축소됐지만, 대신 환경과 인류의 미래, 명상과 평화 등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아젠다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는 위기다. 사찰과 불교계가 그동안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혹은 미뤄뒀던 여러 사안들이 급작스럽게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기에 바꿔 생각하면 기회일 수 있다. 변화에 발맞춰 한걸음 내딛을 때 미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지만, 각 사찰들이 여건에 맞는 선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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