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풍경] 19. 부탄 순례-도출라 고개
[길위의 풍경] 19. 부탄 순례-도출라 고개
  • 진광 스님/ 조계종 前교육부장
  • 승인 2020.10.13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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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가 허락한 靈峯, 눈에 담다

​​​​​​​치미 라캉 사원·도출라 고개서
히말라야 상서로운 봉우리 친견
동자승들에게 과자 보시 즐거워
도출라 고개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영봉.
도출라 고개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영봉.

하교길의 아이들을 보며 순례단 지도법사 설정 스님께서 뭐라도 좀 사 먹이고 싶다고 하셨다. 아이들을 자애하는 자비덕화도 있지만 당신도 동진 출가자여서 짠한 마음이 들어서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동자승이 많은 치미 라캉 사원 입구의 작은 가게에서 아침 등굣길의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 주기로 하였다.

마침 부탄 전통복장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손에는 도시락을 든 채 학교에 가려한다. 모두들 불러 모아 과자며 사탕을 나눠 주었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줄을 쭉 늘어선 채 초롱한 눈빛으로 함께한다. 그 아이들의 싱그러운 재잘거림과 눈망울과 미소에 마치 천국을 본 듯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설정 스님께서 제일 신이 나셔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했다. 목에 10개짜리 과자를 탄피처럼 두르고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이 포대화상이 다시 오신 듯한 모습이다.

특히 파란 보리밭에서 만난 남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만 같은 그 어린 아이의 티 없는 눈동자와 해맑은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기만 하다. 두 손을 꼬옥 움켜잡고 학교 가는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하염없이 쳐다보게 된다.

드디어 동자승들이 많이 살고 있는 치미 라캉 사원에 다다랐다. 사원을 참배하고는 동자승들에게 준비한 간식을 나눠주니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모처럼의 별식인지라 승복 주머니에 담아가지고 다니면서 참 맛있게도 먹는다. ‘아이들 목으로 음식 넘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동자승들이 공양하는 모습을 보고는 숙소며 화장실, 그리고 목욕탕 등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이들을 위해 숙소나 목욕탕을 새로 지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불사를 후원하기로 했다. 문득 동자승들을 보며 정현종 님의 ‘방문객’이란 시가 떠올랐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중략>/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들이 멋진 수행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이 서원을 사원 앞의 흰 룽다천을 흔드는 바람결에 순백의 설산과 허공에 띄워 보낸다.

사원을 나와 어제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금 도출라 고개로 향한다. 또 다시 히말라야 설산을 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우리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깨끗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불보살이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인지라 절로 찬탄과 환희에 젖어 너무나 행복한 마음이다.

언덕 위 전망대가 있는 곳에 부탄 절이 하나 있어 계단을 오른다. 사원 입구의 비천상이 단연 압권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천녀상이 부탄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나라 사람의 모습을 한 불보살과 천녀상이 더욱 정겹고 아름다워 현지인의 경외와 찬탄을 받는 까닭이다.

전망대에 올라 순백의 히말라야 설산을 조망하니 호연지기가 생기는 느낌이다. 당대 왕지환의 ‘등관작루’에서 “천리에 이르는 경치를 조망코자 할진댄, 다시 한층 누각을 더 오르거라”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지도법사 설정 스님께서는 사사로이는 필자의 사숙이 되신다. 그런 까닭에 이 기회에 히말라야 설산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팀푸 못 미쳐 심토카종에 들렀다. 1629년 샵드롱 나왕 남걀에 의해 세워진 부탄 전역의 최초의 종(요새사원)이다. 이후 티베트와의 100년에 걸친 전쟁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역사적 의미는 가장 큰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팀푸를 지나 해발 2400m의 파로공항이 있는 인근의 파로종으로 향한다. 공항 근처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로공항의 모습이 장관이다. 험난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으면 갑자기 급하강해 이곳 공항에 착륙하는데, 부탄에서 흔치않은 넓은 평지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파로는 고대부터 외부와의 통로 역할을 해왔고, 약 백 년에 걸친 티베트의 공격대상이었기에 군사 요충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외부와의 단절을 끝내고 개방의 활로 역할을 한 곳도 역시 파로이다. 

파로종은 좌로는 파로공항과 우로는 멋지고 풍요로운 평야와 저 멀리 설산을 품은 곳에 자리한다. 앞으로 강이 해자 역할을 하고 뒤에는 험준한 산이 자리한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자 천혜의 요새이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면 더욱 장엄하고 아름다운지라 절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절경이 아닐 수 없다.

파로종 근처의 도시에 숙소를 잡고는 시내구경과 선물도 구입하면서 모처럼의 망중한을 즐겼다. 현지인의 삶과 모습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자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드디어 부탄불교 최고의 성지이자 상징과도 같은 탁상 사원을 참배할 것이다. 고승 파드마 삼바바가 호랑이를 타고 와 세웠다는 절벽위의 그림 같은 곳이다. 3~4시간의 힘겨운 산행을 하여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오늘 밤은 내일 날씨가 좋기를 기원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밤새 꿈속에서라도 탁상 사원과 파드마 삼바바 꿈을 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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