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최주현

내가 사용하는 요령과 목탁은 호스피스에서 돌아가신 한 보살님의 사연을 담고 있다. 한 병실에서 불자님께 기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반갑게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환자분이었다. “저도 불자입니다. 스님”하며 합장한다.

나는 잠깐 ‘내가 불자 환자 명단을 잘못 보았나보다’하는 생각에 당황하며 “아 그래요? 불자인줄 몰랐습니다. 죄송해요”라고 합장하며 다가갔다. 불자님은 신심있게 다니던 사찰의 이야기를 하며 기뻐하였다. 그렇게 잠시 얘기한 후 관세음보살 정근도 한 후 기도로써 마무리 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봉사자실에 들러 환자명단을 열람하는데 그 환우분의 종교가 기독교로 표기 되어 있었다. ‘아 뭔가 착오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환자분이 계신 병실로 갔다. 환자분은 반기는 빛이 역력하면서도 전 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옆에는 보살님과 많이 닮은 따님이 있었다. 나를 보지도 않았다.

보살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고 몸은 어떠신가 안부를 묻다가 명단에 종교가 잘못 표기되어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마자 옆에 앉아 있던 따님이 차갑게 “개종했어요”라고 말하는데 몹시 당황스러웠다. 환자분의 표정이 삽시간에 일그러지며 아무 말이 없었다. 어떤 말을 붙이기도 참 어려운 분위기였다. 

병실을 방문하며 기도한 물이라고 감로수 물을 가져다 드리면 너무 좋아했다. 따님도 처음보다는 많이 친절해졌고 가끔 절에서 가져온 떡을 주면 고맙게 받기도 하였다. 보살님은 아들과 큰 딸, 작은 딸이 있었는데 몸이 아픈 뒤로 작은 딸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아들에게까지도 작은 딸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상황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분의 상태가 조금씩 어려워졌다. 그런 어느 날 병실을 방문했을 때, 환자분이 나를 불렀다. 목탁과 요령이 든 주머니를 내게 건네며 “스님, 제가 이제 부처님과 이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딸의 소원이랍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고 힘없이 말하였다. 나는 고동색 주머니를 받아들고 무어라 말을 해야 할 지 머릿 속 생각을 뒤적이다 결국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 환자분의 앞 병상 불자 환자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침 목사님이 들어왔고 환자분에게 기도를 시작하였다.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환자분의 시선은 앞 병상의 환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나에게 와 있었다. 목사님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그저 입을 크게 벌려 활짝 웃어드린 후 법당으로 내려왔다. 부처님을 뵙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며칠 후 환자분의 임종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장례식장을 갈 때마다 그에게서 받은 목탁과 요령을 사용하여 임종하는 불자들을 배웅한다. 그들이 외롭지 않게 부처님께 편안히 돌아가시길 기원하며 정성껏 ‘나무아미타불’ 염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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