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인레호수를 아시나요?

미얀마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인 인레호수에는 미얀마 사람들이 죽기 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파웅도우 사원이 위치해 있다.

미얀마에 방문한다면 잊지 않고 가슴에 담아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미얀마의 일출과 일몰이다. 태양의 빛이 하늘에 붉게 물드는 광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어디를 가면 미얀마의 가장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레(lnle)’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레 지역의 일출과 일몰이 더욱 빼어난 것은 잔잔한 호수의 비친 태양의 아름다움이 더해져서 일 것이다.

인레호수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해발 약 900m의 광활하고 잔잔한 호수로 길이 22km, 폭 11km의 정말 아름다운 물빛을 갖고 있다. 인레 호수에는 ‘호숫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인따(lntha)족이 거주하고 있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과는 다른 그들의 풍습과 고유의 문화가 존재한다. 이들은 호숫가 위에 집을 짓고, 대나무 통발로 물고기를 채취하거나 수경재배를 통해 삶을 영위해 나간다.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일출 만날 수 있는곳
미얀마성지 파웅도우 사원
소원을 이뤄주는 부처님도
지극한 신심 모여 성지화

특히 인레호수에서 재배된 토마토는 한 번 맛보면 바로 ‘인생 토마토’가 될 만큼 맛이 매우 좋다. 인레 호숫가의 밭을 미얀마어로 쭌묘(Kyun Myaw)라고 한다. 이 쭌묘는 물에 뜨는 속성을 가진 부레옥잠이 얽혀서 육지의 밭과 같은 모양을 형성한다. 인따족들은 쭌묘에 토마토를 비롯한 채소들을 심어 먹었고, 육지의 오일장이 열리면 생선과 토마토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예전의 인따족들은 모터가 달리지 않은 배를 발로 노를 저어 다녔지만, 근래에는 모터가 달린 배를 타고 다닌다. 간혹 인따족의 전통 옷을 입고, 발로 노를 젓는 사람들은 정식 어부가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다.

약 1년전 EBS 다큐멘터리팀과 함께 ‘위대한 유산-인레호수, 대를 이어온 전통의 삶’을 촬영하러 갔었을 때 어업과 수경재배를 제외하고 인따족의 생활을 유지하는 가장 큰 산업은 ‘조선업(造船業)’이었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학교를 가야할 나이에, 조선소에 가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던 학생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조선소에서 아무런 불평 없이 해맑게 일을 하던 학생을 만났을 때 현실의 불만을 갖고 살아가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친구를 통해 깨달았다.

호숫가 위에 거주하는 인따족 사람들에게도 부처님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미얀마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방문하고 싶은 절 중의 하나인 ‘파웅도우(Phaung Daw Oo Pagoda)사원’이 인레 호수에 위치해 있다. 파웅도우 사원의 건립 전설은 바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세기 바간 왕조의 알라웅시뚜(Alaung Sithu)왕은 영토 순례를 하던 중 말레이반도에서 5개의 불상을 가져왔다. 5개 불상의 크기는 약 5cm정도의 작은 크기였다. 영토 순례를 마치고 바간으로 돌아 온 후 알라웅시뚜 왕은 인레호수 위의 파웅도우 사원에 모셨고 매년 불상 5개가 봉안된 날을 기념해서 파웅도우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파웅도우 사원의 불상.

미얀마 달력으로 매년 음력 9월 보름에 파웅도우 축제가 개최된다. 파웅도우 축제는 약 18일간 열리며 인레 호숫가의 위치한 약 20개의 마을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축제를 보기 위해 인사인해를 이룬다. 파웅도우 사원에 봉안된 5개의 불상 중 총 4개의 불상을 큰 황금 힌따(Hintha, 신화 속의 새로 예전 몬 왕국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모양의 배에 안치한 후 18일 동안 인레 호숫가의 마을을 하루에 하나씩 방문한다. 원래는 5개의 불상이 모두 마을 순례를 다녔지만 약 40여년 전에 발생한 신기한 사건으로 인해 현재는 총 4개의 불상만 순례를 다니고 1개의 불상은 파웅도우 사원을 지킨다.

‘약 40여년전 파웅도우 축제가 열렸다. 어김없이 5개의 불상이 황금 힌따선(船)에 올랐다.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면서 황금 힌따선이 전복되었다. 5개의 불상은 배가 전복되면서 함께 호숫가 밑으로 가라 앉았고 사람들은 불상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수색 끝에 4개의 불상은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나머지 하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나머지 한 개의 불상을 찾지 못해 많이 상심한 채 4개의 불상만 다시 모시고 황금 힌따선은 파웅도우 사원으로 돌아왔다. 정말 신기하게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나머지 불상 하나가 파웅도우 사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그 이후부터 스스로 파웅도우 사원으로 돌아온 1개의 불상을 제외한 4개의 불상만이 파웅도우 축제 때 마을을 순례한다.’

이 사건 이후로 미얀마 국민들에게 파웅도우 사원의 불상들은 더욱 의미가 깊어졌다. 영험함이 깃들어 있어 불상이 스스로 파웅도우 사원 근처까지 왔기 때문에 파웅도우 불상에 기도를 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의 언급된 전설 이외에도 다른 전설이 파웅도우 사원의 불상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전 세계에 통틀어 깨달은 부처가 4명이 있는데, 그 4명의 부처가 파웅도우 사원의 5개 중 4개로 형상화되어 있다. 앞으로 한 분의 부처님이 깨달을 것인데, 파웅도우 사원의 나머지 1개의 불상이 미륵불(彌勒佛)을 상징하여 만들어졌다. 깨달은 부처 4명은 중생들에게 설법을 하기 위해 파웅도우 축제 때 황금 힌따선에 안치되어 나갈 수 있고, 미륵불로 지칭된 남은 한 개의 불상은 파웅도우 사원을 지켜야 한다. 18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나면 원래 자리로 불상들이 돌아오는데, 미래에 오실 부처님이 미얀마에 나타나시길 미얀마 사람들은 파웅도우 축제 때 기원한다.’

말레이반도에서 처음 알라웅시뚜왕이 모셔왔던 불상은 약 5cm의 작은 불상이었다. 12세기 이후 지금까지 미얀마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금박보시를 통해 현재는 과거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전보다는 거대해진 비형화의 불상이 파웅도우 사원을 지키고 있다. 만달레이의 마하무니 사원과 같이 불상에 금박을 보시 할 수 있는 건 ‘비구스님과 남성’ 뿐이다. 여자들은 불상에 금박보시를 하기 위해서는 ‘비구스님과 남성’의 도움을 받아야 지만 할 수 있다.

인레호수의 쭌묘.

파웅도우 축제 때는 파웅도우 불상 순례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인따족은 배를 노를 젓기 위해 한쪽 다리를 사용한다. 배 경주 축제에서는 인따족 전통 그대로 ‘다리 노를 젓는 배 경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리로 노를 젓는 사람들이 배 경주를 하는 곳이다. 약 스무개의 마을에서 뽑힌 대표 배들이 누가 더 빠른 지 시합을 하는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해준다. ‘배 경주 시합’이외에도 불상이 모셔진 황금 힌따선을 호위하기 위한 배 위에서는 각 마을에서 뽑힌 무용수들이 파웅도우 축제를 기념하여 아름다운 춤을 보여준다.

파웅도우 축제를 보기 위해, 인레호수 근처에 사는 소수민족들은 최소 하루에서 이틀정도 배를 타고, 차를 타고 와서 축제에 참석한다. 불상이 모셔진 황금 힌따선이 지나가면 두 손을 합장하여 부처님을 향해 경외심을 표현한 채 자신들의 간절한 원(願)을 발원한다. 파웅도우 불상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얀마 사람들은 파웅도우 불상의 영험함을 마음 속 깊이 믿는다. 매년 음력 9월이 되면, 인레 호숫가의 황금 힌따선은 움직이는 파웅도우 사원이 된다. 평소 사원에 자주 왕래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파웅도우 축제는 유일하게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는 날이다.

부처님을 일년에 한 번이라도 가까이서 친견하고 싶은 인레 호숫가 사람들의 마음이 파웅도우 사원에 전해져 파웅도우 축제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

코로나19가 종식 된 후 미얀마 방문계획이 있다면, 인따족이 거주하는 인레호수는 반드시 방문 해야 한다. 아름다운 노을과 잔잔한 물결들이 출렁이는 배 위에서 파웅도우 사원을 향하는 호숫길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필자가 파웅도우 사원에서 기도했던 ‘미얀마 문화와 관련해서 칼럼연재 하기’는 현실이 되었다. 여러분들의 원 또한 파웅도우 사원의 5개의 불상에 닿아 현실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양곤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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