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부처님의 신통

“그대들은 부처님이 여섯 가지 신통이 있어 불가사의하다 하나니 그렇다면 일체 모든 천신이나 신선, 아수라와 힘센 귀신도 신통이 있으니 이들도 부처란 말인가?

여러분, 착각하지 말라. 저 아수라들이 제석천왕과 전쟁을 하여 패배하고, 팔만사천 권속을 거느리고 연뿌리 속 실구멍으로 들어가 숨었다 하니 아수라도 성인인가? 내가 이러한 예를 드는 것은 모두 전생의 업으로 얻은 신통(業通)이거나 어떤 조건에 의지한 신통(依通)일 뿐이니라. 무릇 부처님의 6신통은 그런 것이 아니니라. 색(色)의 경계에 들어가도 색에 미혹되지 않고, 소리(聲)의 경계에 들어가도 소리에 미혹되지 않고, 맛(味)의 경계에 들어가도 맛에 미혹되지 않고, 촉감(觸)의 세계에 들어가도 촉감에 미혹되지 않고, 의식의 대상(法) 경계에 들어가도 의식의 대상에 미혹되지 않느니라. 그렇기 때문에 여섯 가지 색(色) ·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의 육진이 모두 실체가 없어 비어 있는 모습(空相)인 것을 통달하였느니라.

이 의지함이 없는 도인은 얽어맬 수 없는 것이니라. 비록 오온의 몸에 번뇌가 있으나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것이 바로 신통(地行神通)이니라.”

선(禪)을 자기 주체 확립의 수행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견성(見性)을 자기 정체 파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장에 와서 임제는 신통의 이야기를 꺼내 수행의 완성이 신통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우쳐주고 있다. 이른바 육신통(六神通)을 발휘하는 것이 부처가 아니라 한다. 신통이란 보통의 상식적인 경계를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말한다. 초능력을 발휘하여 사람을 놀라게 하는 비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깨달음 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물론 석가모니부처님도 신통력을 나타내 보인 적이 있다. ‘천불화현’이라는 기적을 보인 이야기가 대표적인 이야기다. 슈라바스티의 많은 사람들과 외도들 앞에서 몸이 공중으로 솟아 걷기도 하고 앉고 눕기도 하다가 입에서 불을 토하고 항문에서 물을 뿜어냈다고 한다. 또 망고의 씨를 땅에 떨어트려 이내 싹이 나 자라 큰 나무가 되어 천 개의 꽃이 피었는데 그 속에서 부처님이 화현했다 하고, 천 개의 꽃잎이 달린 큰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당에서 솟아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설화는 〈근본설일체유부비야나잡사〉와 자타카, 법구경주석서 등에 소개되어 있다. 인도 슈라바스티 기원정사 근처에 천불화현터라는 유적지가 있어 큰 벽돌 더미의 탑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도리천으로 올라가 생모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을 했다 한다. 그 내용이 〈지장경〉이다.

부처님이 천상에 올라가 설법을 했다는 이야기도 〈화엄경〉이나 〈범망경〉 등 여러 대승경전에 나오는데 이는 법신의 작용인 선정의식의 경계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신통은 외도들도 있다는 말을 하면서 부처는 신통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선(禪)은 초월적인 신비한 능력 따위에 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육진경계에 미혹되지 않고 바깥 경계가 공(空)한 것을 통달하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아수라가 제석천에 패해 연뿌리 속 실구멍으로 들어가 숨었다는 말은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의 방온(龐蘊)거사가 남긴 유명한 송구가 있다.

日用事無別 일상의 생활이 별것 없다네 / 唯吾自偶諧 오직 내 스스로 어울리면 되는 것 / 頭頭非取捨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는 것이고 / 處處勿張乖 여기나 저기나 틀어지지 않을 뿐

朱紫誰爲號 누가 벼슬 높다고 귀하다 하는가 / 丘山絶點埃 언덕이나 산이나 티끌경계 아니라네 / 神通竝妙用 신통과 아울러 묘용이여 / 運水及搬柴 물 길어오고 땔나무 해 오는 것이라네

마지막 구절 물 길어오고 땔나무 해오는 것이 임제의 지행신통(地行神通)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