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재 동양화가, ‘고려불화 700년의 향기’ 展

10월 14~20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서
???????재현작 10점과 창작불화 28점 등 총 38점 선봬

단우오연재_재현작_아미타삼존도(102 x 54.2cm)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서 불화를 처음 볼 기회가 있었어요. 마주대하는 순간 차오르는 벅찬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죠. 첫눈에 매료돼 흠뻑 빠졌습니다. 그리고 작업실로 돌아와 앞으로 내가 해야할 숙명이자 업은 불교미술의 백미인 고려불화를 재현과 창작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라 생각했죠. 10년 동안 산고의 결실들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포인트는 창작 불화입니다. 생활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에 불화의 색감과 색채를 넣어 대중들에게 쉽고 친근한 이미지로 고려불화를 전달하고 싶은게 이번 전시회의 기획 취지입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창작 불화도 이런 취지로 부처님과 연꽃, 해바라기 등 꽃을 고려불화 톤으로 묵직하게 그려내 색다른 느낌을 받으실 것입니다.”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서 열리는 ‘고려불화 700년의 향기, 단우 오연재 개인전’을 여는 오연재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여는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고려불화는 원색의 화려한 색채와 섬세하고 호화로운 문양과 장식,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선 등을 통해 미의 세계를 창출해내는 불교 미술의 백미로 손꼽힌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양류관음도와 지장보살도, 아미타팔대보살도 등 재현작 10점과 아미타대련도, 연화도, 해바라기화 등 창작품 28점을 합한 총 38점.

오연재 작가는 “재현작은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접근해 사실 그대로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문양과 색깔에 최대한 신경 썼죠. 각각의 보살님들이 입고 계시는 법의를 보면 모두 문양이 들어있는데, 돋보기로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문양 하나씩 따서 그리고 사실과 가깝게 그리려 수없이 반복하고 연구했죠.”

고려불화의 매력은 문양에 있다는 오 작가. 그는 워낙에 훼손돼 있던 그림을 그리다보니까 잘못 그리면 밝게 그려 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였다. 칠이 벗겨진 부분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벗겨지지 않은 구석구석에 색칠이 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우오연재_재현작_양류관음도(143 x 61.3cm)

오 작가는 “아 이게 어쩌면 원작에 가까운 색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일부러 진하게 처리했죠. 고려불화에 관련된 문헌 기록을 살펴보면 모두 견에 그렸다고 돼 있는데 저는 종이에 그렸어요. 처음에 견에 그려보니까 입체감이 잘 안나타나더군요. 그래서 한지 종이에 바꿔서 그려보니까 그릴수록 발색이 돼서 색감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났죠. 이렇게 꾸준히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철저한 준비 덕택인지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생겨났죠. 특히 창작 불화들은 색상의 톤을 다운시켜서 고려불화의 묵직함을 재현코자 노력했습니다. 재현작들 거의 대부분 불화들도 실제 불화 사이즈와 똑같이 그렸죠”

오 작가는 이번 전시작중 고려불화의 대련도를 창작 시도한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아미타부처님이 마주보고 계시는 대칭 구도로 그린 불화다. 오 작가는 “중심축을 반대로 손짓도 다르게 하고 꽃을 배경에 더 그려 넣어서 전혀 다른 부처님으로 생각될 정도로 배치했죠. 그래서 작품 보시는 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 자비 가피를 두 부처님께 두배로 받기를 발원하는 마음으로 기획했어요”

지난 10년처럼 앞으로도 고려불화 창작에만 전념하겠다는 오 작가는 “불화는 왠지 절에 가서 기도할 때만 보는 이미지가 강해 어둡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생활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창작 불화를 많이 그릴 생각입니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제 불화를 보면서 따뜻하고 친근하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고 싶습니다. 심지어는 가족 사진 옆에도 나란히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동 정각사가 재적 사찰인 오 작가는 10년 간의 불화 그리기 과정은 자신을 많이 내려놓고 수련하는 시간이 됐다고 고백한다. 고려불화가 그려진 도록과 문헌들을 많이 구입해 돋보기로 수천번 들여다 보면서 문양을 연구하는 과정이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전념한 결과다. 깊이와 원근감, 화려함이 특징인 고려불화의 묘미에 매료된 오 작가는 마지막으로 현존하는 불화를 모두 그려보고 싶다는 발원도 내비췄다.

단우오연재_창작_아미타_대련도_I(53 x 46.5cm)

한편 고려불화는 대부분이 왕실과 귀족들의 후원 아래 제작돼 색채가 매우 화려하다. 또한 아교에 금니(金泥)를 개서 선을 살리고, 복채법을 통해서 은은하고 깊이감이 느껴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불교미술 전통은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숭유억불 정책의 영향으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란을 겪으며 작품이 불타거나 약탈당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작품이 해외로 빼돌려져 현재 고려불화는 국내외에 160여점 밖에 남아있지 않다. 국내에는 10여점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02)764-7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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