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코도 스님, 평등사상 재조명

성소수자 당사자이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활동하는 코도스님. 사진출처=리얼 사운드

성소수자를 금기시하고 배척하던 풍조가 완화된 현대. 불교계를 비롯한 각 종교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교리적 해석과 교육, 접근방법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스님이 화제다. 스스로 성소수자임을 공표한 니시무라 코도 스님이다. 지난 9월 12일 일본의 인터뷰 전문지 ‘리얼 사운드’는 코도 스님과의 인터뷰를 특별 보도했다.

사찰 주지 2세대로 태어나
어린시절 성적지향 깨달아
“중요한 것은 불교의 평등”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


코도 스님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성적정체성이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르다는 걸 인지했다. 스님은 “집이 절이다보니 보자기나 원단이 창고에 가득했다. 그걸 드레스처럼 몸에 감거나, 머리에 쓰곤 했다”며 어릴 적을 회상했다. 스님은 “12살에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홀로 화장을 했던 게, 생애 첫 화장이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스스로를 억압하고, 주변의 조롱 속에서 고통 받았다. 스님은 “지금도 종종 보이지만, 어릴 적 TV프로그램에서 남성이 여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학교에서 조롱을 당할 때 마다 TV속의 내용들과 겹쳐져 내가 나로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나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학우들의 시선이 당시엔 굉장히 무서웠다”며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한 반발심에 스님은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예술대학으로 진학해 메이크업 아트를 공부한 스님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같이 유학하던 한국인을 계기로 다시금 억압해온 자신과 멀리해온 불교를 되돌아보게 됐다. 스님은 “같이 유학하던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무런 고민 없이 휴학을 하고 귀국했다. 심지어 마지막 발표에선 군복을 입고 운동을 하거나 점호를 받는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의 행동은 스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스님은 “그 모습을 보자 마음에 크게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저 일은 저 친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러면,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내 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하고 고민을 시작했다. 그 결과 내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온 불교를 바라보았다”고 밝혔다. 답을 찾은 스님은 대학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바로 출가했다.

코도 스님은 ‘성소수자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것이 불교의 수행과 출가자라는 역할에 미친 영향은 무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불교의 평등함과 일반적인 불교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님은 “성소수자로서 여성의 복장을 입고 하이힐을 신더라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액세서리나 화려한 화장을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모두가 평등하게 구제 받는다’는 것이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불경에는 불보살들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일부러 화려한 장신구를 몸에 걸치거나, 누가 보아도 매력적인 몸과 상호로 나타난다고 한다”며 “중생들을 위해 깨달음을 얻은 분들이 자신을 꾸미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만 보아도 기존의 고리타분함이나 단순한 선입견들이 타파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성소수자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내 자신으로 살아야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니까 이성애적인 모습을 억제해야 해’와 같은 생각이나, ‘남들에게 나쁘게 보여선 안돼’같은 생각이 아닌 스스로 당당한 삶을 살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현재 코도 스님은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출판하고, 성소수자들을 위한 강연 등을 통해 불교와의 만남을 전하고 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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