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빛보며 불교중흥·국난극복 원력 다지다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을 필두고 결사대중들이 한강 자전거길을 새벽에 걷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불자들의 정진에 함께 마음을 보탰다.

코로나19 치유와 불교 중흥을 발원하는 자비순례를 앞두고 매주 목요일 새벽마다 한강고수부지에서 진행된 새벽정진이 9월 24일 회향했다. 7월 공주 태화산 순례 이후 8월 20일부터 매주 정진한 결사대중들은 10월 7일 자비순례를 앞두고 결사 원력을 다시 모았다.

9월 24일 오전 3시, 서울 봉은사 일주문 앞에는 7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모였다.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21일간 진행되는 자비순례에 참여하는 스님과 불자들이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봉은사부터 탄천 고수부지 자전거길을 통해 천호대교까지 약 18km의 행선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태풍과 함게 폭우가 몰아치는 날에도 이들은 새벽정진을 이어왔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이었지만 자비순례를 목전에 두어서진지 대중들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결사대중이 봉은사를 나와 삼성동 봉은사로를 걷는 모습.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스님들은 가사를 수하고, 재가자들 또한 차분한 자세로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봉은사 일주문에서의 간단한 고불의식과 함께 정진은 시작됐다. 묵언 속에서 스님들이 앞장을 서고 재가불자들이 뒤를 따랐다.

봉은사 앞 영동대로의 횡단보도를 지날때나 탄천 고속버스 주차장 옆을 지날때나 고요한 침북은 이어졌다.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 동안 새벽 운동에 나온 시민들은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봉은사 신도라고 밝힌 금강심 진설자 씨(68)는 “스님들이 국난 극복을 위해 대구 동화사에서부터 걷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새벽마다 정진하시는 것을 직접 보니 그 숭고한 마음에 저절로 발심이 된다”며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이들이 어려운데 불자들의 하나된 마음이 전해져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벽정진이 한시간 반이 지난 약 4시 30분 경 천호대교에서는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묵언 속에서 정진하던 대중들은 조금씩 말문을 열고 함께 준비해 온 다과를 나눴다. 10분간의 짧은 휴식도 잠시, 대중들은 출발지인 봉은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염주를 돌리고 정근을 하는 등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수행으로서의 걷기는 진중해졌다.

어둠 속에서 조금씩 날이 밝아오고, 한강 자전거길에는 운동을 위해 나온 시민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봉은사로 이동했다. 마침내 회향의 순간 새벽정진 대중들의 표정에서는 일종의 환희심이 느껴졌다.

새벽정진에 한차례도 빠짐 없이 참여한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연습 형태지만 동화사부터 시작하는 만행결사를 위한 준비를 잘 마쳤다는 생각이 든다. 만행결사 외에도 이런 정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며 “사부대중이 함께 했다는 점에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21일간의 자비순례에도 참가하는 윤정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도 “이번 새벽정진 참여로 인해 21일간 잘 걸을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대학생 시절 신심으로 스님들과 함께 근 한달간 걷는다는 것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라 생각했다. 이 마음으로 끝까지 계속 잘걷고 정진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참여한 결사대중들은 10월 7일부터 21일간 펼쳐지는 ‘불교중흥과 국난극복 자비순례’에 참여한다. 자비순례는 10월 6일 오후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7일 오전 8시 동화사 약사여래대불 앞에서의 고불과 함께 정진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앞길에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도 입재식에서 증명법사로 나선다.

매일 30km 이상씩 총 500km을 거쳐 10월 26일 위례 상월선원에서 야단법석을 개최하며, 27일 서울 봉은사 대웅전에서 자비순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자리는 향후에 있을 인도만행결사에 대한 새로운 원력을 다지는 자리다.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은 “순례에 참가한 분들이 무사히 사고 없이 뜻하는 정진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아울러 불자들의 신심이 돈독해지고 불교중흥의 단초가 제공되길 바란다. 또 자비순례를 통해서 국가에 닥친 어려움이 처한 경제나 코로나 바이러스 치유 등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메시지 전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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