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임기 회향한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9월 22일 간담회서 회향소회 밝혀
중앙신도회 본질 ‘신심?포교’ 강조
“출?재가는 불교 지탱하는 양날개
서로 조화롭게 나아가야” 신념도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전국을 아우르는 광폭행보로 중앙신도회 역사에 남을 굵직한 성과들을 기록해 온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이 8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퇴임을 앞둔 9월 22일 서울 전법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기흥 회장은 “매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없다”는 묵직한 한마디로 회향을 앞둔 소감을 대신했다.

이기흥 회장은 역대 중앙신도회장 중 처음으로 임기 중 전국 300개 사찰을 직접 순례하며 전국 신도조직 활성화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불자신행캠페인 ‘불자답게 삽시다’, 불교계 사회공헌프로그램 ‘행복바라미’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불교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이기흥 회장 체제의 중앙신도회는 불교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제1의 운영원칙으로 삼아, 때론 전법포교의 구심점으로, 때론 불교 외호를 위한 호법신장으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렇게 8년간 불교계 안팎을 아우르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정작 이 회장은 지난 성과에 대한 평가보다 처음 중앙신도회와 인연을 맺었던 순간의 초심을 돌아봤다.

“2012년 많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 속에서 중앙신도회 임기를 시작하던 무렵, 마음 속에 ‘위법망구’ 네 글자를 새겼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몸을 바치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해 신도조직을 활성화하고 불교인재를 양성하며 불교의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일하는 회장’이 되고자 했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초심은 그가 100일간 포항 보경사부터 설악산 봉정암까지 전국 300개 사찰을 쉼없이 순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지역 사찰에서 이어진 수많은 스님과 불자들과의 만남은, 지역교구 신도회 활성화를 견인하는 토대가 됐고, 나아가 중앙신도회의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행복바라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2013년 출범 이후 꼭 7년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시대적 아픔과 함께하기도 했고 광화문광장을 가득채운 2만여 불자들이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금강경>을 독송하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어느 해는 자비의 탁발로 지역주민과 함께했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에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원력을 모아내기도 했다. 해를 지나며 행복바라미는 전국 20개 도시에서 지역문화제로 확산되는 쾌거를 일구며 불교계 사회공헌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모범사례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의료봉사단 ‘반갑다연우야’의 활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외계층 복지향상을 위한 의료 및 다원봉사로 부처님 자비인술을 지역 곳곳에 펼치며 의료 사각지대에 희망의 손길을 전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누적봉사 300회, 진료인원 4만명을 달성하는 등 불교를 대표하는 자비실천조직으로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8년의 여정이 항상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어느때부다 종단 화합과 화쟁이 중요한 때, 불교계 외부에서 비롯된 불교폄훼는 물론,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근거없이 무차별적인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불자들이 상처를 입기도 했다”며 “힘든 순간마다 종도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원로대덕 스님들의 가르침이 우리 신도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행복바라미 사업은 물론, 중앙신도회 차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온 여러 사업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이 회장은 중신회의 사업들이 차질을 빚은 아쉬움보다, 힘든 시기일수록 불교의 역할이 크다는데 주목했다.

이 회장은 “나 혼자가 아닌 전 세계가 하나의 그물로 엮여진 인드라망의 세계임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지금,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내일을 잘 그려내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할 숙제”라며 “‘비대면 소통을 통한 사회적 화합’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불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불교적인 사고를 통해 불교적 삶의 가치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불교적 가치의 사회적 회향과 함께 불자들의 신심 고취를 위한 활동이 중앙신도회의 본질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불자들이야말로 한국불교를 이끄는 토대라는 확신이다. 임기 중 부처님 출가열반재일 기간 동안 ‘신행실천 혁신 계율산림법회’를 봉행하고, 전국 신도조직 실무자 연수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바라미 정진연수’를 정기적으로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신념에서 기인한 것이다.

주윤식 차기 중앙신도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 부탁했다. 이 회장은 “65년 신도회 역사상 첫 교구신도회장 출신이자 그동안 사찰 신도회와 교구 신도회 활동을 통해 사부대중이 불교중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오신 분”이라며 “조계종 신도조직의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번의 임기,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하는 회장이 되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정신없이 일했다. “매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없다”는 소회에 그만한 무게감이 실린 이유다. 아울러 역대 총무원장과 포교원장 스님, 종단 대덕 스님과 전국 불자와 포교사들에게도 깊은 감사도 함께 전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중앙신도회장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8년만에 내려놓고 한사람의 불자로 돌아간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삼보를 외호하는, 또 종단을 수호하며 중앙신도회와 종단을 위해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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