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불교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대응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불교계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산문폐쇄와 법회 중단 조치를 내리는 등 정부 방역지침을 넘어서는 선제적인 대응을 해왔을 뿐 아니라, 최대 불교명절인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한달 연기하는 등 과감한 결단으로 협조해 왔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둔 무형문화재 연등회를 400년만에 전격 취소한 것은 그야말로 나라와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불교계의 뼈아픈 결단에 다름 아니었다. 사찰에 신도들의 발길이 장기간 끊기면서 어려움이 극에 달했지만, 그럼에도 불교계 어느 종단이나 사찰도 감염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중단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불교가 시대적 아픔과 함께한 것은 이번 사례 뿐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불교는 나라가, 또 민중이 극한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나섰다. 자비의 손길로 아픈 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은 물론, 때론 나라를 지키기 위한 무장까지 불사했다. 호국불교는 이 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이미지다.

남북 정부 간 갈등이 악화되는 등 경색국면이 이어질 때마다, 불교가 민족 동질성을 되찾는 다양한 행보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한반도 역사와 우리 민족의 삶 속에 불교가 그만큼 깊이 스며있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불교는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교를 넘어서, 오랜 세월 한반도 역사와 문화 속에 깊이 스며있음을 외면해선 안된다. 문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문화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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