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9월 22일
종교인 기후행동 선포식
“대전환 희망 계기”발원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확산되고 코로나19 등 전염병과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6대 종교계가 이같은 상황이 범지구적인 비상사태임을 선언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불교를 비롯해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6대 종교인들은 9월 22일 서울 원불교 소태산기념관에서 ‘2020 종교인대화마당’을 개최하고 종교인 기후행동을 선언했다. 종교환경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불교기후행동 대표 미광 스님을 비롯한 종교인들은 ‘기후위기를 대전환의 희망으로’ 제하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종교계의 적극적인 행동과 정부의 협력을 촉구했다.

종교인들은 선언문을 통해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정부가 근본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각 종교가 교리에 근거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실천을 통해 큰 변화와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지구적으로 닥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공유했다. 종교인들은 기후위기 비상사태임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해양생태계 붕괴, 기록적인 폭염과 혹한, 대규모 산불과 가뭄, 강력한 태풍과 폭우 등 이상기온현상을 꼽았다. 또 토양이 황폐화되고 사막화가 확대돼 농업생태계도 위기에 처했으며,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은 물론 기후 불평등으로 인한 수천만의 기후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종교인들은 “이 같은 현상은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최근 200여년 동안 인간에 의해 발생된 일”이라며 “현재의 위기는 모든 생명과 만물이 관계 맺고 의존한다는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나누고 차별해온 우리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됐다”며 깊은 참회를 전했다.

이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 불과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전문가들은 이 시간 동안 온 세계가 산업시스템을 비롯한 정치와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환’을 이루어내지 않으면 모든 생명들이 대멸종의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교인들은 “자연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관계변화의 정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더 이상 물질적 경제성장이 인류의 발전을 대표해서는 안되며 자연의 유한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모두가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아 서로를 살리는 사회적 관계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며 모든 생명들이 평등한 존재로서 그들 고유의 권리가 존중되는 관계로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실천항목으로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탄소중립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환경교육을 통해 기후위기를 널리 알리고 이웃 생명과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확립 △생태적 정의를 세우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행동 등을 선언하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대전환의 희망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종교인들은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우울한 파국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희망찬 세계를 향한 밝은 기회이며, 굴절된 삶을 올곧게 펴는 거대한 전환의 계기”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규범과 지침을 만들어 행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부에 대해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과 힘을 모아 전 지구적인 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시민사회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 및 총체적인 범국가적인 대응기구 구성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편 이날 선언식은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참석인원을 최소화한 가운데, 줌과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방송됐다. 행사는 불가피하게 축소됐지만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각 종교지도자들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종교인 선언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원행 스님은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이제는 모두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발원을 실천해나가야 할 때”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종교인 선언이 개개인의 실천으로 확산돼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발원했다.

종교기후행동 선언 등으로 진행된 개회식에 이어 2부에서는 강우일 주교의 '기후위기 시대, 생태공동체 회복을 위한 종교적 삶'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각 종교별 기후행동 현황과 과제 및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이 불교계 발표자로 나서 지난 6월 15일 발족한 '불교기후행동'의 활동과 현황 등을 공유했다. 불교기후행동은 현재 70여개 사찰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SNS 등을 통해 기후행동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 중심의 인식확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기후위기를 대전환의 희망으로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

지금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해양생태계는 붕괴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혹한, 대규모 산불과 가뭄, 강력한 태풍과 폭우, 토양이 황폐화되고 사막화가 확대되어 농업생태계도 위기에 처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온난화를 막아줄 산림은 급속히 줄어들고, 생물종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후 불평등이 심화되어 수천만의 기후난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최근 200여년 동안 인간에 의해 발생된 일입니다.

우리 스스로 돌아보며 회개합니다.

이 위기는 모든 생명과 만물이 관계 맺고 의존한다는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나누고 차별해온 우리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연결된 세계에서 모든 생명은 확장된 자신입니다. 이웃의 고통은 곧 자신의 고통이며, 뭇 생명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임을 깨닫지 못한 우리의 무지가 그 원인이었음을 깊이 참회합니다.

함께 누려야 할 자원을 소수의 부유한 나라들이 독식했고, 미래세대들이 써야 할 자원까지 빼앗아 현세대의 탐욕을 채워 왔으며, 천지자연의 은혜를 잊은 채 배은의 삶을 살아온 것을 깊이 반성합니다. 더욱이 우리 종교인들은, 가난한 삶과 무소유의 근본 가르침을 저버리고, 욕망의 사회를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승하고 부추기며, 물질을 우상으로 섬기고 이를 위해 자신의 신앙마저 왜곡하고 이용하는 큰 죄를 저질러 왔음을 깊이 참회합니다.

우리 종교인은 다음과 같이 다짐하며 선언합니다.

모든 종교는 파국적인 기후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의 양심을 회복할 윤리와 도덕을 새롭게 정립하고 사랑과 자비, 은혜와 공경의 보편적인 가치를 발휘하여 지구생태계를 살리는 길에 모든 방법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관계변화의 정립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첫째, 더 이상 물질적 경제성장이 인류의 발전을 대표해서는 안되며, 자연의 유한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모두가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아, 서로를 살리는 사회적 관계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둘째, 자연에서 인간이 주인이 아니며 모든 생명들이 지배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평등한 존재로서 그들 고유의 권리가 존중되는 자연과의 관계로 새롭게 재편되어야 합니다.

기후비상사태 극복을 위해 긴급한 대응을 제안합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 불과 10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 동안 온 세계가 산업시스템을 비롯한 정치와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환’을 이루어내지 않으면 모든 생명들이 대멸종의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도 한국과 세계의 정치, 경제인들은 오로지 경제성장과 자국의 이해에 한정된 단기적인 관심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은 기후악당국가라는 심각한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온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계 각국과 힘을 합하여 전 지구적인 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대전환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총체적인 대응을 위한 범국가기구를 설치할 것을 강력히 제안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정부가 근본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며, 저마다의 교리에 근거하여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실천을 소중히 여기면서 동시에 큰 변화와 전환을 이루기 위해 다음과 같이 행동하겠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생태위기의 해결을 위해 실천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 큰 것보다는 작은 것,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에서 함께 하며 깊은 영성과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고 실천하겠습니다. 또 천지부모의 모든 은혜에 감사하며 생명평화의 세계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특히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소중립의 사회가 되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환경교육을 통해 기후위기를 널리 알리고 이웃 생명과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며, 생태적 정의를 세우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행동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위기를 대전환의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우울한 파국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희망찬 세계를 향한 밝은 기회이며, 굴절된 삶을 올곧게 펴는 거대한 전환의 계기임을 확신합니다. 환경위기와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바로 그러한 전환을 촉구하는 절박한 신호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은 두려움과 혼란이 아니라 미래세계를 위한 적극적인 창조임을 확신하며, 우리 종교인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규범과 지침을 만들어 행동할 것을 다짐합니다.

2020년 9월 22일
불교, 기독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종교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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