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明의 실다운 성품이 곧 佛性
無明의 실다운 성품이 곧 佛性
  • 배광식
  • 승인 2020.09.21 11: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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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법공상(諸法空相)

〈반야심경〉의 ‘제법공상(諸法空相)’이란 ‘우주만물[諸法]의 참모습[實相]이 공한 모습[空相]’이라는 것으로 색즉시공[色卽是空, 나아가 오온개공(五蘊皆空)]과 같은 말이다. 이 공상(空相)은 생멸(生滅) 및 더러움과 깨끗함[垢淨]도 없고, 흠축(欠縮) 없이 원만해 늘고 줌[增減]도 없다. 이 공상은 다만 비어있는 것[但空]이 아니라 ‘연기를 통해 묘하게 있음[妙有]’이기도 한 ‘참공[眞空]’이니, 곧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을 수학(數學)의 입장에서 보면, ‘색=공’과 ‘공=색’의 수식으로 치환되니 같은 수식이 되지만, 불교에서 이는 참이 아니다. ‘색즉시공’의 ‘색’은 ‘가상가명(假相假名)의 색’이고, ‘공즉시색’의 ‘색’은 진공묘유(眞空妙有)인 ‘묘유(妙有)의 색’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은 산, 산은 산이 아님, 산은 다시 산’에서 ‘산은 산’은 있는 그대로의 실상(연기로 본 실상)을 모르는 범부가 철석같이 믿은 산으로 가상가명일 뿐이고, ‘산은 다시 산’의 산은 묘유(妙有)인 것이다.

이 ‘묘유의 공상’인 제법실상[諸法實相; 우주만물의 참모습]에 대해, 〈묘법연화경〉 제2 방편품(方便品)에서는 ‘열 가지 특징[十如是]’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이 성취한 바는 제일로 희유하고 난해한 법이어서, 오직 부처님들만이 제법실상(諸法實相: 우주에 있는 유형·무형의 모든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전부 다 알 수 있느니라. 이른 바 우주만물[諸法]은 (열 가지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지니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如是]의, 외적 형상[相], 내면의 본성[性], 사물의 본체[體], 힘[力], 작용[作], 직접원인[因], 간접원인[縁], 직접결과[果], 간접결과[報], 처음과 끝이 끝내 평등함[本末究竟等]의 열 가지 범주가 그것이니라.”〈妙法蓮華經 T0262_.09.0005c10-c13〉

이 ‘십여시(十如是)’는 천태종의 모든 가르침의 바탕으로, 천태종의 중요한 세계관이기도 하다. 천태 지의 선사는 세계를 범부의 6계(界)와 성인의 4계[四聖六凡] 도합 십계(十界)로 나누었다. 곧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하늘의 육도(六途)인 6범(六凡)에, 성문·연각·보살의 삼승(三乘)과 부처의 사성(四聖)을 더한 십계이다.

금타 대화상께서는 ‘색즉시공’ 곧 ‘제법공상’에서, ‘색[제법]’을 ‘쇠에 슬은 녹’에 비유하고, ‘공[공상]’을 ‘쇠’에 비유하여 견성(見性)을 위한 수행방편으로 삼도록 하였다. 또 ‘공즉시색’은 곧 ‘무애심(無碍心)의 무상행(無常行)’이라 하고, 공[무애심]을 마니보주(摩尼寶珠)에 비유하고, 색[무상행]을 마니보주에서 발하는 무량보광(無量寶光)에 비유하여 (견성 후) 증도(證道)의 수도방편으로 삼도록 하였다. 그리고 견성의 과위(果位)를 실상삼매(實相三昧)라 하고, 증도의 과위를 보현삼매(普賢三昧)라 하였다.

“어리석음[無明]의 실다운 성품[實性]이 곧 불성(佛性)이요, 허깨비 같은[幻化] 빈 몸[空身]이 곧 법신(法身)이로다.”〈永嘉證道歌 T2014_.48.0395c10〉

위 구절은 〈증도가(證道歌)〉의 일부로, 금타 대화상께서 ‘무명’은 녹. ‘실성’은 쇠와 같다 하였고, ‘환화’는 보광(寶光), ‘공신’은 보주(寶珠)와 같다 하였다. 따라서 ‘무명실성즉불성’은 ‘색즉시공’의 다른 표현이고, ‘환화공신즉법신’은 ‘공즉시색’의 다른 표현이다.

〈증도가〉를 지은 영가 현각(永嘉 玄覺: 665년~713년) 대사는 당(唐)의 승려로, 호는 일숙각(一宿覺)이고 8세에 출가하여 천태의 지관(止觀)에 정통하고, 〈유마경〉을 읽다가 깨달음을 이루었다. 도반 현책(玄策) 선사의 안내로 혜능(慧能)을 찾아가 문답하여 인가를 받고 하룻밤을 묵은 후 용흥사(龍興寺)로 돌아와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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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 2020-09-28 16:40:17
나무아미타불
어리석음이 불성이요 이몸이 법신임을 일깨우는 금타대화상의 법문을 법사님을 통하여 마음에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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