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대형 한지 제작 과정 공개

통도사 대중 스님들이 가로 3m, 세로 24m 크기의 대형 한지를 들어 올려 보여주고 있다. 통도사가 초대형 한지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한지는 방장 성파 스님이 제작한 것이며 옻물감으로 초대형 불화가 그려질 예정이다.

한국 불화는 오래 된 전통과 뛰어난 예술 감각을 갖춘 우리 대한민국의 자긍심이자 세계 최고 작품이다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은 한국 불교 불화의 가치를 세계 가운데 으뜸이라 했다 통도사가 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방점을 찍었다.

전통 문화 경험으로 이해하는 해박함
한국 예술 속에 불교미술 위상 알려야
가로 12m, 세로 24m크기 초대형 한지
옻물감으로 그리는 세계 유일 불화 제작

통도사(주지 현문)918일 서운암에서 방장 성파 스님이 직접 제작한 대형 한지를 공개했다.

한지는 가로 3m, 세로 24m의 대형 크기이다. 대형 한지는 총 4장이 제작된다. 4장을 모두 합해 가로 12m, 세로 24m의 초대형 한지로 다시 붙인다. 대형 한지는 비단으로 배접 한 후 옻 물감으로 대형 불화가 그려질 예정이다.

한국 불교 회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방장 성파 스님의 모든 노하우가 발휘됐다. 성파 스님이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질 당시였다. 금니 사경을 감지(紺紙, 푸른 쪽빛을 여러 번 물들여 남색에 가깝게 제작한 종이)가 아닌 흑지(黑紙)에 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직접 감지를 만들기에 나선 성파 스님은 장애물에 부딪혀야 했다. 한지를 쪽빛으로 물들일 때 마다 종이가 쳐져 사용하기엔 어려웠다. 성파 스님은 전국을 수소문해 감지 제작을 위한 장인을 초빙했고 3년 간 서운암에서 한지 제작 기술을 습득했다.

한지 원료를 손으로 떠서 걸러내고 있는 성파 스님의 모습이다. 방장 성파 스님은 금니 사경을 위해 감지를 제작하며 한지를 직접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대형 한지는 방장 성파 스님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제작됐다.

이번 한지는 성파 스님이 창의적인 기술로 만든 걸작이다. 한지 제작 기술인 외발뜨기와 쌍발뜨기 방식을 응용해 대형 한지 제작 틀을 만들었다. 과거 한지는 물이 빠지는 널빤지를 위로 들어 올려 닥나무와 천연 닥풀을 얇은 두께로 남기는 방식이다. 성파 스님은 물이 아래로 빠지는 대형틀을 제작했고 그 위에 물을 먼저 받은 후 한지 원료가 되는 닥풀과 닥섬유 등을 부었다. 성파 스님은 적절한 원료 배합을 오랜 경험으로 찾을 수 있었고 한지 제작의 과정을 알았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우리나라 한지는 부드럽고 잘 찢어지지 않아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우수성을 자랑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왕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고 외국 간 물물교환의 대표 상품이었다. 현재 한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하고 있을 정도로 우수성을 자랑한다. 이렇게 한지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불화에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고려불화의 찬란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성파 스님은 하지만 한국불화의 소중함을 아직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불교미술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성파 스님은 불교 미술이 한국 미술계에서 소외당하고 있다한국 미술의 가치는 원시 시대부터 불교를 빼놓고 말 할 수 없다. 서양미술사와 비교를 해보면 한국불교 탱화는 8세기부터 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서양은 십자가 전쟁이 있던 11세 후가 되어서야 성당을 짓고 그림을 그렸다. 탱화는 회화에 속하는데 중국과 남방불교, 일본에서도 불화는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불화가 세계 속에 최고의 작품이자 오래된 예술품이다고 강조했다.

대형 한지 제작틀에 한지 원료를 붓고 있는 모습이다. 물을 받아 재료를 부은 뒤 물만 빠져 나가도록 특수 제작한 한지 제작틀이다

성파 스님은 제작한 대형 한지에 옻 물감으로 불화를 그릴 예정이다.

성파 스님의 옻물감을 이용한 예술품은 이미 유명하다. 천연안료를 사용해 옻칠불화를 완성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뿐 아니라 작품은 영롱한 빛으로 마치 화엄의 꽃을 뿌려 둔 듯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고려시대 나전 칠기는 불교의 대표 작품이었다. 옻칠의 예술품인 나전칠기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나전 칠기는 소라 껍데기 및 조개껍질을 잘게 부셔 그림을 만들고 옻칠로 장식하는 작품이다. 고려시대 부처님의 경전을 담는 나전경함으로 제작돼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으로 한지 원료를 펴고 있는 성파 스님의 모습이다. 대형 한지 하나를 제작하는데 총 100kg 가량의 원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고려청자와 고려불화는 대표적인 불교 예술품이었다.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증명됐다. 성파 스님은 고려청자에 대해서 새로운 설명을 이었다. 청자의 쪽빛이 하늘, 즉 극락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성파 스님은 쪽빛은 불교의 극락세계를 상징한다사람은 갈 수 없는 극락세계를 구름과 학을 그려 상징하고 극락정토를 기원하는 고려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감지의 쪽빛과 고려청자의 푸른색에서 극락세계를 염원하는 고려인들의 간절함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불화를 담았던 한지와 금니 사경의 바탕이 된 감지, 불화, 마지막으로 성파 스님의 옻칠 까지 더해질 최대 불화에 관심이 높다. 한지와 옻칠예술, 불화 등 이 모든 연결고리의 해결점을 방장 성파 스님이 쥐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의 정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 될 것이란 기대이다. 방장 성파 스님과 통도사는 찬란한 한국불교문화의 가치가 세계 속에 다시 꽃피울 것을 화두로 삼았다.

성파 스님은 우리 불화가 한국 대표 전통화다. 세계에 다시없을 불화로 증명 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형한지를 들고 세상에 다시 없을 희유한 일이라며 주지 현문 스님과 대중 스님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제작된 한지를 옮기고 있는 학인 스님들의 모습.

한편, 통도사는 앞으로 불화불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방안 및 계획을 실현할 예정이다. 불화 완성 후에는 별도의 상설 전시실을 마련해 대중에게 공개하고 한국불교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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