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서
9월 19일 13명 불교지도자 참석
남북교류 등 조언?도움 요청도
원행스님 “보살행 실천” 당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불교 지도자들은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오찬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불교계의 선제적 조치와 지속적인 협조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불교 지도자들은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국민들께 따뜻한 위안과 격려를 선사해 주신 스님과 불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불교계 대응에 재차 감사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불교계는 코로나 초기부터 앞장서 방역을 실천했을 뿐 아니라 법회를 비롯한 모든 행사를 중단했고, 사찰의 산문을 닫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특히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뒤로 미뤘고 천년 넘게 이어온 연등회마저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앞두고 내린 용단이기에 감사와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불교 지도자들은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청와대 제공

특히 문 대통령은 유네스코 등재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방역과 종교활동 병행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이는 코로나 장기화로 법회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교계의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에 봉착한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인들이 우리 불교정신과 문화의 참된 가치를 더욱 깊이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유네스코 등재를 뒷받침하겠다”며 “또한 법회 중단 장기화로 불교계의 어려움이 큰 상황인 만큼 9월 24일 처음으로 열리는 정부-종교계 코로나19 대응 협의체에서 방역과 종교 활동 병행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해법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화합과 평화의 연등행렬은 볼 수 없었지만 어려움을 나누면 반드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등불을 밝혀 주셨다”며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의 심성으로 녹아있다. 이웃을 아끼고 보듬는 마음이 K방역의 근간으로, 이는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기에 불교계가 국민께 변함없이 큰 용기와 힘이 돼 주길 믿는다”고 지속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원행 스님은 불교지도자를 대표해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국민들은 지금 큰 시름에 빠졌다.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물론 태풍으로 인한 농민들의 시름도 또한 크다”며 “우직한 사람이 한 우물을 파서 크게 성공한다는 우공이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과 사회 지도자, 불교계는 우공이산의 고사를 교훈 삼아 대중에게 더 낮은 자세로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의 불교계는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선도적으로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랐고, 우리 사부대중은 또한 종단협의회 지침에 잘 따랐다”며 “법회가 중단되고 산문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불교계는 한 명도 확진자가 발생되지 않았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담보되는 그날까지 방역 당국과 함께 우리 불교계는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행 스님은 "세계의 평화, 국민들의 안녕과 건강하는 그날까지, 또한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을 때까지 불보살님께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화합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를 제안하고 간담회에 참석한 불교 지도자들과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이에 불교 지도자들은 기도문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의상관 관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드라망의 세계이자 모두가 하나인 생명공동체이므로, 갈등과 반목의 장벽을 넘어 존중과 배려, 공존과 상생의 용기를 북돋아 화합의 큰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원히 평화롭고 행복한 지혜와 자비의 길로 나아가자"고 발원한다.

이날 간담회가 9·19 평양 공동선언 2주년을 하루 앞둔 시점에 열린 만큼, 장기화되고 있는 남북정부 간 경색국면에 대안 우려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불교계가 적극적인 노력을 개진해 온데 대한 감사와 함께 “만남과 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호국과 독립, 민주와 평화의 길을 가는 국민들 곁에 언제나 불교가 있었다. 앞으로도 항상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원행 스님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취지로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이 쓴 ‘만고휘연(萬古徽然)’ 친필 휘호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는 ‘무한 세월 동안 영원히 광명하다’는 뜻이다.

이날 오찬간담회에는 원행 스님과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 총지종 통리원장 인선정사, 대각종 총무원장 만청 스님 등 한국불교종단협 소송 종단 수장들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정묵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 스님 등 13명의 불교계 인사가 참석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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