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 등 종교계
‘중대재해기업처법법’ 청원
9월 17일~26일 국민동의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등 3대 종교계가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와 가톨릭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로 구성된 3개종교 노동연대가 9월 17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3개종교 노동연대는 9월 26일까지 진행되는 법안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10만 청원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해당 청원에 대한 각 종교계의 관심을 당부했다.

특히 종교계는 입장문을 통해 “매년 2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매일 출근한 노동자 중 7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나라”라며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천박한 기업문화로 인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경영자의 위험 방지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관련 책임자에게 3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인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종교계는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경한 뜻을 밝혔다. 종교계에 따르면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작 단 한 번의 심의 없이 폐기됐다. 이에 대해 종교계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앞장서서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이라며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생명과 안전이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우리 종교인들은 시민사회가 벌이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지난 9월 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노동자가 2톤 무게의 장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가 나 홀로 근무하다 사망한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 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기업의 외면 속에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태안화력발 전소 뿐만 아니라 2020년 4월, 38명이 사망한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그 해 5월 연이어 발생한 삼표시멘트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 그리고 폐 자재 재활용품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 등 끊임없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관한 소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는 나라.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살기 위해 출근했다가 퇴근 하지 못하는 나라.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있는가? 우리는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천박한 기업문화로 인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 다. 이윤을 위해 위험을 외주화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불의한 고용구조, 권한은 경영자가 독 점하되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사회구조를 뿌리 뽑고 죽음의 행렬을 멈춰 세워야 한다.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이 당연한 권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의 최고책임자와 원청, 그리고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지게 함으로써 죽음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기업 이 이윤창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현장에 안전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야 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시 무엇보다도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삼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상 식적인 절차를 어긴 기업과 관리감독의 의무를 방기한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가중 처벌함으로써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일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이다.

여야 정치권은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너도나도 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장해 왔지만 정작 이 법안은 단 한 번의 심의도 없이 폐기되어 왔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앞장서서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이다. 이제 나라의 주인인 시민이 나서서 10만 국민동의청원운동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을 직접 발의하고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뜻 을 무겁게 받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하라.

우리 종교인들은 노동자들과 시민이 이윤추구를 위해 희생당하는 불의한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 기를 바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2020년 9월17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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