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A씨, 의료카드 무단 사용 의혹
유가족들, 횡령?배임으로 고소…진실 공방
내부제보 직원들, '후원금 유용' 논란도
후원금 절차 없이 식대 임의사용 정황
나눔의집, 권익위 보호조치 취소 청구

나눔의집 운영부실 문제를 지적해 온 내부제보 직원들이 최근 횡령·배임 등 의혹으로 잇따라 고소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나눔의집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내부제보 직원 중 한명인 간호조무사 A씨가 최근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개인에게 연 1000만원 가량 지급되는 의료급여카드의 존재를 숨긴 채 수년간 무단사용해 온 의혹으로 고소돼 충격을 전한데 이어 다른 직원 B씨도 사인 및 문서 위조로 전 시설장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내부제보 직원 7명이 그동안 후원금 및 법인 전입금 카드를 보고절차 없이 임의로 사용해 온 정황까지 추가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나눔의집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된 ‘나눔의집 운영 정상화추진위원회(회장 양한석, 이하 추진위)’는 9월 15일 광주 나눔의집에서 현재 진행 중인 법적 절차를 공개했다. 추진위는 이날 3차 회의를 진행하고 “진정한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법적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내부제보 직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법적조치도 함께 예고했다.

이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사안은 간호조무사 A씨의 의료복지카드 관련 횡령?배임 의혹이다. 위안부 피해자 유가족 대표 양한석(故 김순덕 할머니 아들)씨에 따르면 A씨는 나눔의집에 입소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된 의료급여카드를 2014년부터 현재까지 보관?관리해 왔다. 해당 카드는 여성가족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개별적으로 지원해 온 혜택으로, 올해 기준 1인당 1000만원 상당을 비급여 의료항목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는 수년간 의료급여카드의 존재를 할머니와 유가족 등에게 숨겼을 뿐 아니라, 시설장과 사무국장 등 상급자에게도 카드와 관련한 일체의 보고 없이 영양제 등 의약품을 구입하는 용도로 이를 유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故이용녀 할머니의 아들 서병화 씨 등 유가족들은 “나눔의집에 거주하다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유가족은 물론 현재 거주중인 할머니의 가족도 해당 카드의 존재를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A씨가 유가족이나 자원봉사자 등에 고가의 영양제 등 보조식품과 의약품을 자주 선물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할머니들의 카드로 생색을 내 왔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낀다. 심지어 일부 가족의 경우 카드를 존재를 몰라 비급여 치료비를 부담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우용호 소장 역시 “6월 소장으로 부임한 뒤 유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뒤늦게 의료급여카드에 대해 알게 됐지만, 그동안 사용 내역이나 건강 기록 등 관련 서류도 일체 없었고 전 소장과 사무국장 역시 알지 못했다”며 “할머니 개인에게 지원되는 카드라도 시설 입소어르신의 경우 개인이 지참한 상태로 사용하거나 시설이 관리를 위임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씨의 경우 당사자와 가족도 모르고 시설 상급자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카드를 무단으로 유용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측은 “해당 카드는 시설 서랍에 보관했고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해 향후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A씨측은 변호인을 통해 "해당 의료급여카드는 할머니들의 의료용품을 구입하는 목적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으며 물품을 산 영수증은 모두 보관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서 통해 일정기간 카드 사용내역을 입수하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추진위는 이날 A씨를 포함한 내부제보 직원 7명에 대한 고발 계획도 추가로 밝혔다. "내부제보 직원들이 법인 후원금을 절차 없이 개인 식사 및 음료 구입 등 사적으로 유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추진위는 “관련 통장 사용내역에 따르면 내부제보 직원들은 2019년과 2020년 법인 전입금과 지정후원금 등에서 4510만원 상당의 금액을 절차 없이 식대 등으로 임의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국고보조금과 후원금 사용시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거액의 후원금을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내부제보 직원 B가 전 시설장의 사인을 위조해 점심식대 지원과 관련한 내부문서를 남긴 의혹도 제기됐다. 당사자인 전 시설장은 “3월 근무 당시 B씨가 제출했다는 점심식사비용 지원요청에 대한 내부보고서를 본 적도 없으며 친필 싸인을 한 적도 없다”며 “B씨에 대한 고소장과 함께 친필사인 대조를 위한 문서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내부제보 직원 C씨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추진위에 따르면 C씨는 법인 직원임에도 임의로 시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등 광주시 감사 지적사항에 위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새롭게 채용된 법인 과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급여를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 등의 행위로 논란을 빚고 있다.

조영군 사무국장은 “광주시와 경기도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운영 정상화를 위한 시정조치를 하려고 해도 일부 내부제보 직원들의 임의행동으로 협조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권익위원회가 이들을 공익제보자로 보호조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월급을 지급받지 못한 직원들도 노동청에 신고해 구제받고자 했지만, 대표가 아닌 직원이 임금 지급 지시를 불이행한 상황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나눔의집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과 관련, “나눔의집 운영 정상화를 요구했던 내부제보 직원들이 되레 나눔의집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나눔의집 운영진은 최근 국가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내부제보 직원들에 대한 ‘보호 조치 결정’의 취소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나눔의집 사태가 5개월간 해결기미 없이 답보상황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새롭게 시작된 법적 공방이 향후 정상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