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스님 ‘알타이 암각화’ 탁본전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9월 15~21일
신석기 등 암각화 탁본 70점 공개
“알타이·한국 암각화 문화 동질성”
상상력·불교로 해석한 명상록 발간

암각화 탁본, 하늘사슴-몽골 슈베트하이르항.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문자가 없던 그 시절에 그려진 그림들이 있다. 돌에 새긴 암각화다. 멀게는 약 1만 년 전에 그려진 그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은 9월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탁본전을 개최한다.

전시회에는 일감 스님이 알타이 등에서 직접 떠온 암각화 탁본 7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지상 1층 ‘하늘’과 지하 1층 ‘땅’으로 나뉘어 열린다. ‘하늘’에서는 ‘태양신’과 ‘바람신’ ‘하늘마차’ ‘기도하는 사람들’ 등 고대인들이 하늘과 신을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땅’에서는 인간이 발붙이고 사는 대지이자 생명을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생명’‘엄마들’‘사냥’‘동물’‘도구’ 등이다. 이들 작품은 삶의 고통을 이겨내고 낙원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의지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예술이자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일궈낸 ‘화엄만다라’이기도 하다.

문자가 없던 시대의 고대인들은 바위와 동굴에 그림으로 일상을 기록했다. 암각화다. 구석기시대부터 그려지기 시작해 청동기시대에 가장 활발했고, 철기시대까지 그려졌다. 사슴, 물고기 등 동물과 사람, 기하학적 무늬가 대부분이며 여기에는 안전한 사냥과 풍부한 먹을거리 등 축복과 안녕 그리고 영원한 행복 등 기원과 주술의 내용이 담겨 있다.

암각화는 우리나라 울산 반구대를 비롯해 유럽, 시베리아, 몽골, 중국 등 세계 각지에 분포하고 있다. 그 중 알타이공화국에 분포하고 있는 알타이 암각화는 한국 암각화와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띠고 있다.

일감 스님은 2005년 고령 장기리 암각화를 통해 암각화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적 암각화 지역인 러시아 알타이,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을 찾아 탁본과 기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감 스님은 수천 년 전의 암각화에서 오늘날의 인류가 품고 있는 최고의 정신과 마음이 이미 있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림의 곳곳에서 ‘불교’를 느꼈다. 아울러 암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하늘’ 사상에서 불교의 ‘극락왕생’을 떠올렸고,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부처님의 연기(緣起)와 불이(不二), 화엄(華嚴)을 보았다.

일감 스님은 “영하 30도, 텐트를 날려버리는 세찬 바람, 해발 3000m의 고산, 극한의 자연을 뚫고 수만 년 전 고대인들이 남긴 그림의 뜻을 더듬어보는 일은 마치 언어와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궁구하는 수행과 같았다”며 “암각화와 일체가 되는 신이한 체험을 통해 우주 전체가 하나라는 메시지가 그림에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고대인의 영혼이 담겨 있는 암각화를 보는 것은 사람이 본래 지닌 선량한 성품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고경(古鏡)을 보는 것과 같다. 그 고경을 가져올 수 없어 탁본으로 담아왔다. 선조 인류의 정신과 영혼을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길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식은 9월 15일 오후 3시 40분에 열린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간소하게 진행될 예정이며, 일감 스님이 직접 안내하는 전시장 라운딩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감 스님은 전시에 맞추어 탁본도록과 책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를 출간했다. 암각화 사진과 시, 그리고 짧은 산문으로 구성한 책은 키르기스스탄의 싸이말루이 따쉬 암각화를 중심으로 엮었다. 120여 점의 암각화 사진이 실린 책은 기존의 학술적 접근이 아닌 일감 스님이 상상력과 불교적 가치관을 동원하여 새롭게 해석한 명상록이다.

“암각화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말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그 부분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암각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생각을 내려놓고 깊은 내면에서 ‘아, 이것이구나!’하고 깨달음이 있을 때까지 마음을 비우고 그저 암각화를 바라봅니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문득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암각화를 처음 대면하는 순간의 떨림과 설렘, 그리고 순간적으로 스치는 영감과 해설을 적고 있다. 또한 수몰 위기에 처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기 위한 일감 스님의 바람도 담겨 있다.

일감 스님은 해인사로 출가했으며 봉암사 태고선원, 해인총림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 정진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불교문화재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수락산 용굴암 주지로서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소임을 맡고 있다. 멕시코 반야보리사 주지 당시 멕시코 역사상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를 열고, 금산사 템플스테이 ‘내비둬콘서트’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많은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한편, 금강경 읽기 모임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전하는 일에도 진력해왔다.

저서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쓴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 불교TV 대담집 〈그대로 행복하기〉 등이 있다. 현재, 현대불교신문에 ‘일감 스님의 암각화 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암각화 탁본 작업중인 일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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