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선이야기] 18. 고봉원묘
[인물로 읽는 선이야기] 18. 고봉원묘
  • 정운 스님/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20.09.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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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통해 간화선 체계 정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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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요’, 간화선의 나침반 역할
‘사관’에 머물며 정진해 悟道
‘대신근·대분지·대의정’ 강조
‘江南古佛’이라며 존경을 받아
절강성 항주 천목산 사장암에 있는 ‘고봉탑원(高峯塔院)’의 모습. 그는 이곳을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곳이라며 ‘사관(死關)’이라고 명명했다. 현재 안에는 원묘의 형상이 봉안돼 있다.
절강성 항주 천목산 사장암에 있는 ‘고봉탑원(高峯塔院)’의 모습. 그는 이곳을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곳이라며 ‘사관(死關)’이라고 명명했다. 현재 안에는 원묘의 형상이 봉안돼 있다.

우리나라는 간화선 선풍을 근간으로 한다. 간화선의 교과서 역할을 하는 어록이 몇 있다. 그 가운데 간화선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중요 어록이 〈선요(禪要)〉이다. 〈선요〉의 저자는 송나라 말 원나라 초기에 활동한 고봉 원묘(高峯原妙, 1238~1295)선사이다.

조선 초 벽송 지엄(1464~1534)은 〈대혜어록〉을 보면서 ‘구자무불성’을 참구해 의심을 타파했고, 원묘의 〈선요〉를 통해 알음알이(解)를 내려놓았다. 벽송은 평생 동안 원묘의 선사상을 기반으로 선풍을 전개했는데, 벽송 이후부터 우리나라 사찰승가대학의 교과목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원묘의 수행 체험과 과정이담겨 있어 중하근기 선객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원묘의 출가와 수행 
고봉 원묘(高峯原妙, 1238~1295)선사는 송나라 말, 원나라 초기에 활동했다. 원묘는 강소성 소주 오강 사람, 호가 고봉(高峰)이다. 원묘는 15세에 가화(嘉禾) 밀인사(密印寺) 법주 선사에게 출가했다. 일찍이 천태학을 배웠으나 교의 무익함을 깨닫고, ‘생멸심을 끊고 중생심을 벗어나 부처의 길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선에 있다’는 확신을 갖고 선으로 돌아섰다. 그는 항주 정자사(淨慈寺)에서 단교 묘륜(斷橋妙倫, ?~?)과 설암 조흠(雪岩祖欽, ?∼1287)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설암 선사를 따라 천녕사(天寧寺)에 머물렀다. 

원묘는 화두를 처음 받고 잘 되지 않아 3~4번 화두를 바꾸었다. 그가 깨달음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선요(禪要)〉 28장에 “20대 초반, 처음 단교 선사에게 참문하고, ‘태어날 때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生何處來 死何處去)’ 화두를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원묘는 이 화두를 붙잡고 있어도 화두가 순일하지 않았다. 다시 설암 조흠을 찾았다. 설암은 쉽게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자마자 원묘의 멱살을 잡고 방망이질을 했다. 

이렇게 인연된 설암 선사는 원묘에게 무자 화두를 참구토록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길을 갈 때 하루의 갈 길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처럼 너는 매일 올라와 한마디 일러라.”

이에 원묘가 설암 선사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였다. “누가 이 송장을 끌고 다니는 겁니까?(拖死屍的是誰)”  

이렇게 질문하면 설암은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원묘를 내쫓았다. 이후 원묘가 경산으로 돌아와 지내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처음으로 단교 묘륜이 자신에게 주었던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가는가(萬法歸一 一歸何處)’ 화두가 떠올랐다. 이로부터 의정(疑情)을 내었는데, 동서남북을분별하지 못했다. 그러다 6일째 되는 날, 원묘는 대중을 따라 누각에 올라가 경전을 독송하다가 문득 머리를 들어 오조 법연(五祖法演, 1024~1104)의 진찬(眞讚)을 보니, 끝 두 구절에“백년이라 3만6천 온갖 조화 부린 것이 원래가 단지 바로 이놈이니라”라는 구절에서 홀연히‘송장을 끌고 다니는 자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타파했다. 그런 뒤에 원묘는 잠깐 기절했다가깨어났다. 이 무렵, 원묘 나이가 24세였다. 

이후 설암을 찾아갔다. 스승이 원묘에게 물었다. 
“번잡하고 바쁠 때에 주재(主宰)가 되느냐?” 
“됩니다.” 
“꿈속에서 주재가 되느냐?” 
“네! 됩니다.” 
“잠이 깊이 들어 꿈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없는 때에 너의 주인공이 어느 곳에 있느냐? … 너는 이제부터 불법을 배울 것도 없다. 다만 배고프면 밥을 먹고 곤하면 잠을 자되, 잠이 깨거든 정신을 가다듬고 ‘나의 이 일각(一覺) 주인공이 반드시 어느 곳에 안심입명(安心立命)하는가’하고 참구하라.”

원묘는 이때 ‘차라리 평생을바보가 될지언정 맹세코 이 도리를 분명히 밝혀야겠다’고 맹세했다. 이렇게 또 5년이 흘렀다. 원묘는 어느 날 밤, 잠에서 깨어이 일을 참구하고 있는데,함께 자던도반이 잠결에 목침을 떨어뜨렸다. 원묘는 그 소리에 홀연히 의단을 타파하였다. 마치 엉킨 실타래에서 풀려나온 듯 불조의공안과 고금의 차별 인연이 훤히 밝혀져 걸림이 없었다. 

원묘의 주석처 ‘死關’과 오도
40세에 접어들 무렵, 원묘는 홀로 임안 용수산(龍鬚山)에 숨어 정진하였다. 1279년 41세에 항주 천목산에 개산노전(開山老殿)을 짓고 수행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오자, 이를 피해 서봉 동공동 사자암에 작은 방을 짓고 거주하면서 그 방의 호를 ‘사관(死關)’이라고 했다. 그 옛날 길도 없는 험한 산길, 절벽 사이에서 수행했다. 말 그대로 다시 나갈 수 없는 무문관(無門關)이다.

당시 사관은 걸어 들어갈 수 없고, 줄을 타지 않으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험했으며, 비바람조차 막지 못하는 토굴이었다. 선사는 깨닫지 않고는 절대 이 방을 나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원묘는 10년 동안 문턱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1291년 53세에 원묘는 봉우리 아래에 대각선사(大覺禪寺)를 개산하고, 선풍을 전개하자, 사방에서 수 만명의 선객이 모여들었다. 세납 58세 되던 해, 제자 명초明初와 조옹祖雍에게 후사를 당부하고, 임종게를 설한 뒤 입적하였다.  

“와도 사관에 들어오는 일이 없으며/ 가도 사관을 벗어나는 일이 없네./ 쇠로 된 뱀이 바다를 뚫고 들어가/ 수미산을 쳐서 무너뜨리도다.(來不入死關去不出死關鐵蛇鑽入海 撞倒須彌山)”

원묘에게 계를 받은 제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법을 이은 제자는중봉명본(中峰明本)·단애요의(斷崖了義)·포납조옹(布衲祖雍)·공중이가(空中以假)등 4명이다. 이 가운데 대표 제자가 중봉이다.

원나라 인종(仁宗)은 1318년에‘보명광제선사(普明廣濟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저서에 〈고봉원묘선사어록(高峰元妙禪師語錄)〉이 있다. 이를 줄여서 〈선요〉라고 한다. 원묘가 열반한 후 속가 제자인 홍교조(洪敎祖) 직옹(直翁) 거사가 원묘의 말씀을 발췌해 편집한 책이 〈선요〉이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선사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고봉 원묘는 철저하게 계율에 엄격해 많은 이들에게 계를 주었다. 그의 가풍은 자비 문중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아 ‘강남고불(江南古佛)’, ‘고봉고불(高峰古佛)’이라는 존칭을 받았다. 
                                  
〈선요〉의 주요 내용은 
〈선요〉의 내용 중에서 원묘의 사상을 두 가지로 보자.  원묘는 〈선요〉 16장의 시중(示衆)에서 간화선 수행의 3대 요소를 강조하였다. 대신근(大信根)·대분지(大憤志)·대의정(大疑情)이다. 

“참선을 하고자 하면, 세 가지를 구족해야 한다. 제일요(第一要)는 대신근이니 마치 신심이 수미산에 기댄 것과 같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함이요, 제이요(第二要)는 대분지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나자마자 바로 한칼에 양단 내려는 마음과 같아야 함이요, 제삼요(第三要)는 대의정으로 어두운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큰일을 저질러 은폐되었던 일들이 막 폭로되려고 할 때와 같아야 한다.”        

즉 신심이 있어야 하고, 큰 의심이 있어야 하며, 꼭 깨닫겠다는 분심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서산 대사도 〈선가귀감〉에서 “참선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신근이요, 둘째는 분지요, 셋째는 의심이다. 진실로 그 한 가지라도 갖추지 못한다만, 다리 부러진 솥과 같으며 마침내 그릇이 깨어진다”라고 하였다.  

다른 하나는 ‘고봉삼관’이다. ‘고봉삼관’은 〈선요〉 29장 ‘실중삼관(室中三關)’ 제목으로 서술되어 있다. 삼관이란 스승이 참학자를 접인할 때, 제시하는 세 가지 관문으로서 학인의 공부를 점검하고 참구케 하는 화두이다. 선사들은 마치 관문을 지키고 서 있는 무서운 수문장처럼 이 문을 통과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 문을 뚫고 자신의 본성을 깨달으라는 뜻이다.  

①밝은 해가 허공에 떠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한 조각구름에 차단되는가? (苑日當空 無所不照 因甚被片雲遮꿺)②사람마다 그림자가 있어서 한 걸음도 옮기지 아니하거늘 무엇 때문에 밟히지 않는가? (人人有箇影子 寸步不離 因甚踏不著)③온 대지가 불구덩이거늘 무슨 삼매를 얻어야 불에 타지 않겠는가? (盡大地是箇火坑 得何三昧 不被燒꿺)

즉, 이 마음이 곧 부처인데 왜 그것을 우리는 알지 못하는가? 무명이 어디로부터 일어나는가? 삼계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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