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죽어라. 공부하다 죽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수지맞는 일이 된다.” 봉암사 결사의 주역 중 한명인 조계종 제10대 종정 혜암 대종사(1920~2001)가 남긴 유명한 사자후다. 오로지 대오견성을 위해 죽을 각오로 공부하라는 선지식의 당부이자 경책일 것이다. 

올해 탄신 100주년을 맞은 혜암 스님을 선양하는 행사들이 9월 중 잇달아 열린다. 가장 먼저 열린 행사는 9월 5일~6일 개최됐던 ‘제10대 조계종 종정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에는 40여 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석해 혜암 스님의 가르침을 통한 한국불교 세계화 방안을 살펴보는 11편의 논문과 24편의 논평이 발표됐다. 

참석 학자들은 “조사선 전통을 계승한 ‘혜암선’은 한류불교의 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혜암 스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목표지향적인 현대사회에 일침을 놓는 경책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의 가르침은 목표가 목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새롭게 삶을 볼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들은 그만큼 철저히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자세로 혜암 스님이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혜암 스님은 평생을 수행 정진하며 살았지만, 종단의 위기 상황에서는 분연히 일어나 산문 밖으로 나왔다. 이판과 사판의 경계를 두지 않은 선승의 모습에서는 종헌종법과 율장의 화합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선지식을 선양하는 행사들은 최근 많이 열린다. 중요한 것은 선지식들의 사상과 가르침을 후학들이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부처님 법대로 살며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선양이자 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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