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선방 수좌 벽봉 스님
선 수행 지침서, 선서화집 출간
수행으로 얻은 것 글·그림으로
實參實修에 의한 수행 지침서
고뇌의 현대인에게 해소법 제시
‘윤회’ 등 선서화 100여 점 수록

저자 벽봉 스님.

 

“도// 가까운 곳에 / 도가 없다면 / 저 먼 곳에도 / 도가 없으리.”

“행복// 이 사바세계에서 / 행복이 없다면 / 저 극락세계에도 / 행복이 없으리.”

말이 되고 글이 된 후에는 쉬운 이야기이지만 찾기 전까지는 어디에도 없는 말과 글이다. 찾아나서는 일이 전부인 수행자만이 얻을 수 있는 진리다. 수좌 벽봉 스님이 오랜 수행에서 얻은 것들을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선 수행 지침서 〈그대는 늘 새롭으이〉와 선서화집 〈소식(消息)〉이다.

수행의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적은 짧은 글과 선적인 삽화로 구성된 〈그대는 늘 새롭으이〉에는 선객의 살림살이가 낱낱이 드러나 있다.

오랜 시간 수좌로 선방을 지킨 수좌에게도 ‘부처님’은 최상의 존재이다. 책은 제1장 ‘부처님’에서 무시이래 그 거룩한 존재로부터 시작된 불법이 26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오롯한 지침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고귀한 분, 항상하는 분,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분, 즐거움이 충만한 분, 행복이 그득한 분, 중생이 원하면 모든 걸 통째로 내어주시는 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제2장과 3장, 4장 ‘깨달음의 노래’에서는 번뇌, 윤회, 스승, 만행, 공양, 해탈, 극락세계, 정(定)과 혜(慧), 허공, 고향 등 수행의 여정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생각을 핵심 주제어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수행자라면 반드시 겪어봄직한 화두로서 승가에는 물론 재가불자들에게도 수행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한다. 특히 12편으로 정리된 허공과 고향을 시인 문태준은 서평을 통해 “벽봉 스님의 시는 구도의 노래이다. 또한 시상의 오고감이 자유롭다. 스님께서 쓰신 한 편의 시는 흐르는 물소리요, 갇히지 않는 바람이다. 시를 읽고 나면 마음에 연꽃 한 송이가 핀 것 같다. 그리하여 얽매여 있는 것들로부터 풀려나게 한다. 실로 ‘법의 고향’에 들어서게 한다. 더불어 ‘허공’ 연작시는 선기가 돌올하고 시구가 활구 같다. 감흥에 크게 움직일 것이다.”고 했다.

제5장 ‘수행에 들어가는 장’에서는 수행 지침서라는 언어가 아깝지 않을 수행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면의 색상을 달리하여 부록 형태로 꾸려진 제5장은 ‘수행의 방법’,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 ‘점차적인 수행(명상과 지혜)’으로 구성됐다.

‘점차적인 수행’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따른 절 명상, 좌선 명상, 조깅 명상, 화에 대한 명상, 안정을 찾는 명상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두려움, 무관심, 열등감, 시기 질투, 타인을 무시하는 습관, 이중적 마음으로 힘들 때 등 고뇌의 현대인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해소법까지 제시하고 있어 실참실수(實參實修)에 의한 지침서라는 데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 귀결은 ‘간화선’이다. 간화선이야말로 수행의 핵심을 제시하는 수행법임을 강조한다.

이번 ‘선 수행 지침서’에는 각 수행 주제에 맞는 백화 화백의 삽화가 들어 있다. 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삽화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글과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삽화들은 글과는 다른 과정을 통해 진리에 이르게 한다.

선서화집 〈소식〉에서는 승가의 결제와 해제, 그리고 입선과 방선의 간극을 갖가지 그림과 활구로 풀어 수행자와 재가불자들에게 일침을 준다.

총 108쪽 분량으로 행복한 사람, 달에서 본 지구, 취모리 검, 방하착, 본래무일물, 윤회와 열반, 우주, 정진 등 100여 편의 선서화를 담았다.

거친 달 표면이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으며 푸른 별 지구를 검은 허공 속에서 드러나게 펼쳐놓은 그림 ‘달에서 본 지구’와 총천연색의 파도와 배를 그려 넣은 ‘정진’은 이번 선서화에서 특히 눈에 띈다.

영일 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그가 빚어낸 이번 선서화는 산철마다 결제철의 공부를 옮겨 정리한 ‘점검’의 기록인 셈이다. 벽봉 수좌는 언제나 주(主)가 수행이며, 부(副) 역시 수행인 철저한 수행자로서 방편이 아닌 친절한 부연(敷衍)을 이번 선서화를 통해 설명해 놓은 참고서라고 보면 옳을 것이다”고 밝혔다.

벽봉 스님은 선서화집 〈소식〉을 통해 ‘허공에 던지는 도담(道談)’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히며 이는 “결제철의 수행을 통해 얻은 것들을 산철이면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어 허공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더는 수행의 결실이 있다면 모두 공부인들을 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으며 그 보다 더 비중을 둔 것이라면 ‘내 점검을 해야 했다’”고 작품의 취지와 의미을 밝혔다.

벽봉 스님은 9월 22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그대는 늘 새롭으이〉와 〈소식〉의 출판기념회를 연다. 10월 4일부터 5일까지 서울 나무갤러리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전시도 연다.

저자 벽봉 스님은 40여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선방 수좌로 살아왔으면서도 넘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수좌라고 불린다.

스님은 이번 단행본을 통해 “그간 부처님 명호를 부르며 축낸 밥값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산철마다 조금씩 정리를 했다. 부족하나마 후배스님들과 수행을 지어가고자 하는 재가수행자들에게 ‘조금 먼저 이 길을 만난’ 수행자가 안내하는 안내서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스승님과 선배, 도반스님들께는 넘치지 않을 내용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기에 이 책이 조심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며 출간 취지를 밝혔다.

벽봉 스님은 쌍계사 금당선원 선원장을 역임했으며,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대흥사, 직지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다. 현재 봉선사 보림선원에서 참선 정진 중이다.

그대는 늘 새롭으이 / 글ㆍ벽봉 / 삽화ㆍ백화 / 맑은소리맑은나라 펴냄 / 2만 원
소식 / 벽봉 지음 / 맑은소리맑은나라 / 1만8천 원
벽봉 스님 作,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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