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조동종의 기본선법

조동종 선법-오위설·편정회호
초기불교 연기론과 같은 논리로
철학적 사변적 색채에 강한 종파

조동종도 역시 선종의 5가 종파 가운데에 하나이며, 동산 양개(洞山 良價, 807~869)와 제자인 조산 본적(曹山 本寂, 840~901)이 창시했다. 조동종의 도량은 강서성 구강시(九江市) 영수현(永修縣) 운거산(雲居山)의 진여선사(眞如禪寺)이다. 조동종은 8~9세기에 번성을 누렸고, 10~11세기 상반기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1세기 중엽부터 13세기에는 중흥을 하였고 13세기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비록 운문종이 오대에 발흥해 남송 초부터 쇠락하기 시작해서 원대에는 이미 법맥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조동종은 임제종과 함께 ‘임제천하 조동반’이라는 명맥을 유지하면서, 근대까지도 간헐적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조동종의 법맥은 혜능→청원 행사→석두 희천→약산 유엄→운암 담성(雲岩 曇晟)→동산 양개→조산 본적으로 이어진다.

남종선은 당나라 후기로 접어들면서 전국으로 신속하게 전파되었고 선종의 주류가 되었다. 당말 오대에 이르러서 선종의 오가 종파가 형성되었다. 이 가운데서 유전된 시간이 가장 길고 비교적 오래도록 영향을 준 종파는 임제종과 조동종으로, 송대 이후 양대 선맥으로 쌍벽을 이루었다. 임제종이 제시했던 선법으로 ‘사료간(四料簡, 揀)’, ‘삼구(三句)’, ‘삼현삼요(三玄三要)’ 등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 방편은 일상생활에서 ‘행주좌와어묵동정’을 일깨워주는 방식에 치중되어 있으며 비교적 활발하고 생동감이 넘친다고 한다. 반면에 조동종은 ‘오위설(五位說)’을 제시해서 ‘편정회호(偏正回互)’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동종의 시설 방편은 ‘행해상응(行解相應, 행과 아는 것이 상응하는 것, 지행합일)’, 정경세작(精耕細作, 정성스럽고 꼼꼼하다)하며,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고(穩健), 주도 면밀(綿密)할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변증 정신을 갖추었고 게다가 선종 및 유교 도교사상을 흡수해서 체현했다.

임제종과 조동종 모두 이사(理事)관계의 동이(同異)를 가지고 종풍(宗風)을 드러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두 파의 사상은 다르다. 작고한 중국불교 학자인 여징(呂씚)선생은 남악 회향 일파인 임제종의 선법 특색은 ‘촉목시도(觸目是道)’를 발휘한 사상이라고 정의를 하고 있다. 청원 행사 계통의 조동종 일파는 ‘직사이진(섦事而廬)’을 발휘했지만, ‘즉사이진(섦事而廬)’을 바탕으로 ‘편정회호(偏正回互)’를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조동종의 오위설은 바로 ‘편정회호’라고 할 수 있으며, 임제종과 구별할 수 있는 조동종만의 독특한 가풍이라고 할 수 있다. 조동종 오위설의 근원인 ‘회호(回互)’는 곧 화엄사상인 이사원융(理事圓融)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석두 희천(700~790)과 맞닿아 있는데, 이유는 회호와 불회호(不回互)의 개념은 석두 희천이 지은 〈참동계(參同契)〉로부터 연유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종에서 홍주종과 석두종 역시 쌍벽을 이루었다

오위설은 조동종 선법의 이론이다. 동산 양개와 조산 본적이 기초를 다져서 수립했다. 남송의 혜홍 각범(惠洪 覺範)이 지은 〈선림승보전(禪林僧寶傳)〉, 지조(智昭)가 지은 〈인천안목(人天眼目)〉, 청대의 성총(性統)이 편찬한 〈오가종지찬요(五家宗旨纂要)〉와 일본 조동종이 편찬한 동산 양개와 조산 본적의 어록들은 모두 오위설에 관해서 기록하고 있다. 전하는 바로는 동산 양개는 스스로 자성을 철저하게 깨달은 후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혜능이 주장하는 돈오법문은 일반인에게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계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오위(五位)설을 시설했다고 한다. 그는 각기 근기가 다른 학인들을 상ㆍ중ㆍ하로 나누어서 응대했으며, 후에 그의 제자인 조산 본적은 오위설을 더욱 발전시켜서 그만의 독특하면서 면밀하고 완성된 조동오위설(曹洞五位說)을 수립했다.

그림, 강병호

 

이른바 조동오위는 정편(正偏)·공훈(功勳)·군신(君臣)·왕자(王子) 등 4종이 있다. 이 가운데서 정편오위(正偏五位)·공훈오위(功勳五位)는 모두 동산 양개가 창조한 것이다. 군신오위(君臣五位)·왕자오위(王子五位)는 조산 본적이 창시한 것이다. 오위(五位)설의 근본적 사상 종지는 조동종이 표방하는 진여(理)와 현상세계(事)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시설한 방편 교설이다. 조동종은 삼라만상인 만물과 만물 간에는 일종의 회호와 불회호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회호(回互)는 만물 간에 서로 융화하고 관통한다는 것이다. 비록 만물 간에 각기 다른 형상이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각각의 사물 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상즉상입(相卽相入)한다는 것으로, 회호와 불회호의 관계는 곧 본질과 현상의 교섭 중첩 및 융합을 가리킨다. 이 논리의 초석은 “이 가운데 저것이 있고(此中有彼), 저것 가운데 이것이 있다(彼中有此)”는 명제에서 기인된 것으로, 초기불교 연기론의 기본정석과 같은 논리이다. 즉 회호는 서로가 서로를 교섭하기 때문에 본질의 측면에서 보면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불회호는 만물은 각자 자기의 위치가 있어서, 서로 사물 간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회호, 불회호는 사물의 특수성 보편성을 말해서 사물 간의 원융무애를 주장한 것이다. 즉 사물 간에 보편성 특수성의 관계·존재·발전 및 변화의 관점을 총망라한 것으로, 이점은 일종의 이사(理事)관계를 나타내는 사변적이고 변증법적인 논리로서 화엄사상의 핵심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측면은 별개의 문제이다. 때문에 조동종은 선종의 모든 종파 중에서도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색채가 매우 농후한 종파라고 하며, 송대 이학의 철학적 사유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정편오위(正偏五位)는, 곧 ①정중편(正中偏)·②편중전(偏中正)·③정중래(正中來)·④편중지(偏中至)·⑤겸중도(兼中到)를 가리킨다. 이 중에서 정(正)은 곧 체(體)·공(空)·이(理)·심성(心性)·절대(?對) 등으로 능(能)이고, 편(偏)은 용(用)·색(色)·사(事)·상대(相對) 등으로 소(所)를 말한다. 곧 事理가 서로서로 배합하고, 또한 편정(偏正)이 회호를 한다는 것이다. 이 오위설의 구별법은 법의 덕용자재(德用自在)를 현시한 것으로서 깨달음의 경계를 다섯 단계로 고려해서 분류해 놓은 것이다. 공훈오위(功勳五位)는 향(向)·봉(奉)·공(功)·공공(共功)·공공(功功) 등을 가리킨다. ①향(向)은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불성으로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②봉(奉)은 수행을 통해서 불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③공(功)은 불성을 보는 것이고, ④공공(共功)은 비록 이미 각위(覺位)에 도달했지만 오히려 중생을 위해서 작용하는 것이고, ⑤공공(功功)은 더욱더 전의 단계를 초월해서, 자유자재한 경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동산 양개가 수립한 것이다.

군신오위(君臣五位)는, 곧 군(君)·신(臣)·군향신(臣向君)·군시신(君視臣)·군신도합(君臣道合) 등이다. 즉 君→정위(正位), 臣→편위, 신향군→편정오위의 편중정, 군시천→편정오위의→정중편, 군신도합→편정오위중의 편정겸이다. 이 5개의 관계 혹은 단계는 불교사상을 각기 다른 측면 혹은 각기 다른 경계를 체계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①君의 덕(德)은 지존(至尊)으로 중생의 근기를 초월한 것을 나타내며, 만물은 본래 공하며 본래무일물 무자성이며 모든 분별과 차별 단계를 초월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이 바로 정위(正位)이다. ②신(臣)은 곧 군(君)의 명령을 받는 사람으로 군의 성도(聖道)를 선양하는 것이다. 삼라만상의 개체인 제법현상에 대한 다양성 등을 상징한다. 이것이 바로 편위이다. 군(君)은 보편적인 원칙을 가리키며, 신(臣)은 구체적인 원칙을 가리킨다. ③신향군(臣向君)은 곧 신(臣)은 진실하게 군(君)을 섬기는 것으로, 일체 계급의 차별을 한다. 이것이 바로 편중정이다. 일체차별의 현상[事相]의 편위(偏位)는 모두 무차별의 평등계의 정위(正位)로 돌아간다. 이것이 사(事)를 버리고 이(理)에 들어가는 것이다. ④군시신(君視臣)은 곧 군(君)은 공평하고 사심이 없이 누구나 차별 없이 대하여 하며(一視同仁) 오직 신(臣)의 재능을 보고 임용해야 한다. 각기 적성에 맞는 곳에 배치되어야(各得其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은 평등을 초월한 법성(法性)의 정위(正位)를 비유했으며, 차별을 없앤 사상(事象, 각자 사물의 형상) 편위중(偏位中)에 들어가서 각각의 사상(事象)의 차별성을 성취하는 것이다. 곧 이(理)를 등지고 사(事)에 합하는 것으로 정중편(正中偏)을 가리킨다. ⑤군신도합(君臣道合)은 곧 군신이 하나가 되어서 군신 간에 서로 잘 배합해서(相得益彰, 두 사람의 능력과 작용을 잘 나타낸다), 혼연원융해서 자유자재해야 천하가 태평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보편적인 원칙과 구체적인 원칙이 통합한 것으로, 구체적이면서 보편적 원칙을 이룬 것으로, 구체적인 것 가운데 보편이 적용되었으며, 보편적인 가운데 구체적인 것이 적용된 것이다. 즉 구체(具體)에 즉한 보편(普遍)이며, 보편에 즉한 구체로서, 보편성과 특수성의 혼용으로, 전체와 부분의 혼용 등으로, 즉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 색공상융(色空相融), 사리불이(事理不二)의 경계이다. 이것이 바로 변정겸대(偏正兼帶, 변정을 겸했다)이다.

왕자오위(王子五位)는 곧 탄생(誕生)·조생(朝生)·말생(末生)·화생(化生)·내생(內生) 등이다. ①탄생왕자는 “심(心)을 본래 불(佛)·성(性)·이(理)에 비유한 것으로, 수증을 필요로 하지 않고, 본래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졌기(不假修證, 本自圓成) 때문에 내소(內紹)·적생(嫡生)이라고 칭한다.” 즉 왕위를 계승할 태자라는 것이다. ②조생왕자는 “수행인을 비유한 것으로, 본래 존귀한 것은 아니지만 유수유증(有修有證)을 통해서 본래 존귀한 데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즉 재상에 비교할 수 있으며 외소재상(外紹宰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제왕의 차자에 비교한다.” ③미생왕자는, “수행하는 과정을 비유한 것으로, 유수유증도 있고, 진에 들어가되 진에 물들지 않고(入塵而不染塵), 해탈지(解脫智)를 얻는 자를 또한 조생 중에 서생(庶生)이라고 한다. 군신위(君臣位)에 비교가 된다.” ④화생왕자는,“수행인이 만연(萬緣)을 다한 것에 비유한 것으로, 자기의 공업(功業)을 이루고 널리 비지(悲智)를 운용하기 위해서 입진(入廛, 중생 속으로 돌아오다)하는 것이다. 즉 차위공명(借位明功)으로 장군위에 비교한다.” ⑤내생왕자는, “수행인이 자성을 오도해서 최고의 경계에 도달한 것에 비유한 것으로, 자기를 이미 교화해 마치고 본체에 회귀한 상태이다. 탄생과 동체로서 비록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는 왕위를 계승할 수 있으므로 또한 소위(紹位) 내소(內紹)라고 이름한다.” 위의 두 가지는 조산본적이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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