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반야심경

독실한 불자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 독송하게 되는 것이 〈반야심경〉이다. 〈반야심경〉은 한문 번역본도 여러 가지이고 해설서도 많다. 우리가 의식을 행할 때 삼귀의(三歸依) 다음에 봉독하는 것은 당의 현장(玄唆)이 번역한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다.

〈반야심경〉의 한역(漢譯)들은 크게 약본(略本)과 광본(廣本)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광본이 일반적인 불경의 형식인 6성취[六成就, 곧 신성취(信成就)인 ‘如是’·문(聞)성취인 ‘我聞’·시(時)성취인 ‘一時’·주(主)성취인 ‘佛’·처(處)성취인 在某處·중(衆)성취인 ‘與衆若干人?’]의 통서(通序)를 갖추어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하는 반면에, 약본은 6성취가 생략되고, 바로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로 시작되고 있다.

현장 번역본과 구마라집(鳩摩羅什) 번역의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蜜大明呪經)〉은 약본이다. 법월중(法月重) 번역의 〈보편지장반야바라밀다심경(普遍智藏般若波羅蜜多心經)〉, 그리고 반야(般若)와 이언(利言) 공역본, 지혜륜(智慧輪) 번역본, 법성(法成) 번역본인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들과 시호(施護) 번역의 〈불설성불모반야바라밀다경(佛?聖佛母般若波羅蜜多經)〉은 광역본이다.

〈반야심경〉은 260자의 짧은 경문이지만, 삼세제불(三世諸佛)의 심요(心要) 법문으로, 반야지혜와 신비한 주문을 함께 겸비해서, 현장이 구법을 위해 천축을 가는 험난한 길에서 위기 때마다 지심으로 독송해 악귀들을 물리치고 길이 저절로 열리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했다고 한다. 〈반야심경〉 모든 부분이 핵심이지만, 그 중 핵심은 다음 구절이라고 생각된다.

“색(色)이 공(空)과 다르지 않고, 공(空)이 색(色)과 다르지 않아, 색(色)이 곧 공(空)이요, 공(空)이 곧 색(色)이니, 마음[受想行識]도 또한 그러하니라.”

〈般若波羅蜜多心經 T0251_.08.0848c07-c09〉

금타 화상의 약해다.

“색(色)이란 공성(空性)의 여여상(如如相)으로서 색체(色體)가 별유(別有)함이 아니오. 공체(空體)의 환화(幻華)일새 색(色)이 공(空)과 불이(不異)하고 공(空)이 색(色)과 불이(不異)하여 공(空) 그대로 색(色)이오. 색(色) 그대로 공(空)이라 사온(四蘊)도 또한 그러하니”

〈金剛心論 第1編 第1章 般若波羅蜜多心經의 讀解〉

색[色. 곧 물질]은 물질적 장애[質킟]가 있고 변하고 부서지는 것[變壞]이다. 따라서 항상 변하지 않고, 온전한 하나이며, 마음대로 할 수[常一主宰] 없는 공한 성품[空性]을 갖고 있다. 이렇게 항상 변하지 않는 아체(我體)가 없는 공한 성품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如如相]’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의 본체[色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우리가 풀밭에 누워 맑은 하늘을 바라볼 때 공중에 작은 티끌들이 무수히 있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맑은 공중에 티끌꽃이 없는 것처럼, (色은) 공한 바탕[空體]의 헛꽃[幻華]일 뿐이다. 그래서 색(色)과 공(空)이 다르지 않고, 색(色)이 곧 공(空)이며, 수상행식도 마찬가지니, 오온[五蘊. 물질과 마음] 모두가 곧 공(空)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은 연기(緣起)이기 때문에 그렇고, 연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금타대화상의 〈수묘게(數妙偈)〉 중에 다음 구절을 음미할 일이다.

“인연따라 일어나면 있는 것 같고 인연따라 소멸하면 없는 것 같네! [연기약존연멸약망(緣起若存緣滅若亡)]”

〈金剛心論 第4編 宇宙의 本質과 形量, 卷頭(數妙偈)〉

연기(緣起)하면 색(色)이라 하고, 연멸(緣滅)하면 공(空)이라 하는 것이다. 기멸(起滅)이 둘이 아니니[不二]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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