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풍경들] 17 태국·부탄- 방콕서 팀푸까지
[길 위의 풍경들] 17 태국·부탄- 방콕서 팀푸까지
  • 진광 스님/ 조계종 前교육부장
  • 승인 2020.09.0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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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푸’의 밤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세계 행복지수 1위의 국가 ‘부탄’
히말라야 이상향으로 기대 만발  
검소한 국왕·국민이 행복 근원
부탄의 수도 팀푸 외곽에 위치한 산 위에는 56m 크기의 청동 석가모니불좌상인 ‘도르덴마 청동대불’이 있다. 
부탄의 수도 팀푸 외곽에 위치한 산 위에는 56m 크기의 청동 석가모니불좌상인 ‘도르덴마 청동대불’이 있다. 

은둔과 신비의 나라 부탄은 내 오랜 염원이자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곳이었다. 순백의 히말라야 설산 아래 잊혀진 ‘샴발라’ 이상향과도 같은 부탄. 세계 행복지수 부동의 1위를 지켜오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지난 2017년 봄에 ‘설정 스님과 함께하는 태국, 부탄 성지순례’를 가졌다.

1350년경에 건립된 아유타야 왕국은 수코타이에 이어 시암왕국의 두 번째 수도가 된 곳이다. 아유타야는 18세기에 버마인에 의해 파괴되고 약탈되면서 폐허로 변했다. 그럼에도 1991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깊은 도시이다. 

우리 일행은 어느 웅장한 사원에서 이번 순례의 고불식을 봉행하고 아유타야의 유적들을 참배하였다. 부처님 열반상과 수려한 외모의 당당한 불상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목이 잘려나간 불상들과 나무에 처박힌 채 미소짓는 부처님 두상의 모습들은 안타깝고 처연한 마음이 든다. 그것도 같이 불법을 신봉하는 버마인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 더욱 마음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으로 돌아와 와불이 유명한 왓포 사원을 참배하고, 차오프라야 강을 유람선으로 건너 새벽사원으로 불리는 왓아룬 사원을 방문했다. 석양빛에 물든 왓아룬사원의 탑들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차오프라야 강변에서 저녁을 먹고 야경의 아름다움에 취해 황홀한 행복감을 만끽하였다. 

다음날 부탄항공으로 방콕에서 부탄의 수도 팀푸 외곽의 파로 국제공항으로 향한다. 부탄항공의 로고인 하늘을 나는 물고기 문양이 이채로우면서 아름답다. 비행기 창문으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설산의 장관이 펼쳐지니 설레임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드디어 도무지 존재하지 않을 듯 한 공항 활주로를 향해 수직하강한 비행기는 파로국제공항에 우리 일행을 내려 놓았다.

작고 아담한 공항을 나서니 이미 익숙한 인도인 멋쟁이 가이드와 전통복장의 맘씨 좋게 생긴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특히 부탄 가이드는 치마같은 전통복장에 사람 좋은 미소와 너스레로 인기를 독차지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과 강을 따라 봄꽃이 만발한 자연을 벗하여 수도 팀푸로 향했다. 우린 지금 ‘오래된 미래’와도 같은 부탄에 온 것이다.

부탄의 수도에는 신호등이 없다. 한번 설치했다가 인간미가 없다는 시민의 항의로 인해 철거했다고 한다. 그래서 번화가에는 수신호를 하는 교통경찰을 볼 수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첫 눈이 오는 날은 자동으로 휴일이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로맨틱하고 아름다운가! 첫 눈이 내리면 가족끼리 눈구경을 하거나 연인을 만나 사랑을 만끽할 수가 있다니! 

왜 부탄이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인지 실감나는 대목이다. 솔직히 이곳에서 평생 살고 싶은 심정이다.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고는 근처 슈퍼마켓에 들러 과자, 사탕, 초콜릿을 잔뜩 사서 데첸 포드랑 승가학교로 향했다. 어린 동자승들 수백 명이 모여 수학하고 있는 곳으로 팀푸 시내가 내려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다. 지도법사 설정 스님도 동진출가를 하신지라, 남다른 그윽한 눈빛과 자애로운 미소로 함께 한다. 마치 포대화상인양 먹거리를 나눠주시며 행복했다.

승가학교를 나와 부탄의 정부청사이자 왕궁사원인 ‘타시초종’을 찾았다. 가끔 부탄 국왕이 손수 자전거를 타고 왕궁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언제나 밝은 미소로 국민들과 격의없이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왕과 검소하고 후덕한 왕비가 온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탄 사람들은 대자연에 의지해 만족하며 살아가고, 전통을 지키며 사랑과 행복을 더 없이 소중한 가치로 생각한다. 

타시초종을 나와 인근의 ‘장강차 라캉’사원으로 향했다. 작은 언덕 위에 그림처럼 자리한 아담한 사원인 이곳은 팀푸의 아이들 이름을 짓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팀푸 시민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3일 이내에 ‘장강카 라캉’사원에 데리고 와서 치성을 드리고 이름을 받아간다. 또한 아이들이 아프면 사원에 먼저 들러 기도를 한 후에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한다. 

법당에는 티베트불교 양식의 11면 관세음보살이 조성되어 있다. 법당 내부에 따로 마련된 금당에는 승려와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마당에는 마치 삼신할미를 닮은 보살상이 모셔져 있는데, 아마도 아이를 갖기를 바라며 치성을 드리는 것이리라. 이곳을 찾는 부모와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법당 밖 공터에는 야크 버터로 조각한 망자를 위한 위패 모양의 장식물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연하게 자리한다. 마치 삶과 죽음이 이곳에서 하나가 되는 그런 느낌이다. 내 주변의 먼저 떠나간 이의 명복과 함께, 새로 태어난 모든 생명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두 손을 모아 기원드렸다. 

다시 시내로 나와 ‘도르덴마 청동대불’을 보러 갔다. 팀푸 시내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56m의 대불이 자비하신 미소로 자리한다. 팀푸의 랜드마크이자 정신적 귀의처인 도르덴마 청동대불을 우러러 경배하며 이번 순례의 원만회향을 기원해마지않는다.

부탄에서의 첫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 저녁공양을 하였다. 지극히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이지만 꿀맛이 따로 없다. 강원도 출신이라 감자에 트라우마가 있어 보통은 안 먹는데, 이곳 감자요리는 본연의 맛과 향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정성을 다하고 항상 밝고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부탄 사람들의 모습과 살가운 정에 감동과 환희심이 일어난다. 한 나라의 수도라도 불빛이 많지 않은지라 밤 하늘의 별빛이 휘황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팀푸의 밤은 낮보다 소중하고 찬란하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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