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최주현

재활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법당을 자주 찾는다. 보호자들은 재활을 받고 환자와 함께 법당에 들러 부처님을 뵙고 가기도 하고, 환자를 돌보다 지친 그 가족들은 부처님 품안에서 잠시 영혼을 쉬기도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60대 후반의 거사님은 목숨은 건졌으나 온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까지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의식은 있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들을 수 있기에 그의 아내는 더욱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눈물을 달고 살았다. 

저녁 즈음 그의 아내가 법당을 찾았다. “스님, 큰일 났어요. 남편이 음식을 거부해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서럽게 울었다. “갑자기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하고 자초지종을 묻자, 한참을 흐느끼다 병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보살님은 원래 비위가 약한 편이었다. 그래서 남편을 돌보는 일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힘들기 짝이 없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유별난 후각의 예민함과 비위 약함이 남편을 돌보는데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변을 보았는데 유독 그 양이 많았다. 아내는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마음이 올라오며 자신도 모르게 “아휴, 많이도 쌌네”하는 짜증 섞인 말을 밖으로 내뱉었다. 모두 정리한 뒤 남편의 얼굴을 봤는데 남편이 눈을 꼭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당황해 허둥대며 둘러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남편은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 그 이후로 ‘피딩’으로 음식을 주입하려하면 온몸으로 강하게 거부했고, 억지로 넣다보니 기도로 들어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남편에게 용서를 빌며 제발 음식을 먹어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병실로 향했다. 눈을 꼬옥 감고 있는 거사님에게 “거사님”하고 불렀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여보, 스님 오셨어요”하고 말하자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거사님 많이 화나시고 속상하셨죠. 보살님이 법당에 와서 자기가 잘못해서 거사님 아무것도 안 먹는다고 펑펑 울면서 아주 난리가 났었어요.” 

그러자 감은 눈이 더욱 크게 떨렸다. “거사님, 병간호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불쑥 안하면 좋을 소리도 하게 되요. 거사님, 아내의 실수를 이해해주세요.”

옆에서 훌쩍이는 아내의 소리를 들으며 거사님도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내의 잘못했다는 소리와 남편의 소리없는 흐느낌이 들려왔다. 부부의 화해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왔다. 가슴 한켠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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