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홉수’도 미얀마선 행운의 ‘9’
한국 ‘아홉수’도 미얀마선 행운의 ‘9’
  • 최재희 양곤대 박사과정
  • 승인 2020.09.04 09: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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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미얀마의 미신
독재자 네윈, 집권 연장 위해
‘45짯·90짯’ 화폐 발행 지시
시험 앞두면 ‘쟈스민’ 멀리해

수요일엔 머리 감으면 ‘불운’
빌린 돈 미납은 다음생 영향
미얀마서 대부업 성공 비결
미얀마 전통의상 론지를 입은 여성. 미얀마 여성들은 ‘수요일에 머리를 감으면 운이 나빠진다’고 믿는다.
미얀마 전통의상 론지를 입은 여성. 미얀마 여성들은 ‘수요일에 머리를 감으면 운이 나빠진다’고 믿는다.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미신은 나의 행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 한다. 밤에는 절대 손톱과 발톱을 깎지 않고, 문지방에는 되도록이면 앉지 않는다. 시험 보는 날이면 미역국을 먹고 미끄러워질까 두려워 미역도 쳐다보지 않았다.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에 척척 잘 붙는다는 엿과 찹쌀떡을 친구들과 나눠 먹으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학창시절도 있었다. 숫자 ‘4’는 불길하다는 이유로 핸드폰 번호에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과학적인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이지만, 비과학적인 미신은 어느 나라나 존재한다. 미신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아니지만, 알아 두면 그 나라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방법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숫자 ‘9’가 들어가는 나이에는 “아홉수 조심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종종 ‘아홉수’에 걸려 인생이 풍지박살난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자인 나도 모르게 아홉수를 조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9’는 행운의 숫자가 아니라 조심해야 할 숫자이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숫자이다. 부자들은 자신의 자동차 번호, 핸드폰 번호가 ‘9999’이거나 번호를 합쳐서 ‘9’가 되도록 노력한다. 미얀마에서 숫자 ‘9’는 “무슨 일이든 성공을 가져다 주며, 영원한 행운의 신호를 가져다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얀마에서 숫자 ‘9’는 단순히 ‘럭키 세븐’의 의미를 넘어선다. 미얀마 군부독재 시절 독재자 네윈은 ‘45짯’과 ‘90짯’ 지폐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숫자 9와 관련된 지폐를 발행하면 자신의 집권기간이 연장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면 아기에게 평생에 걸쳐 복이 오길 바라며 이름 음절의 총합이 숫자 ‘9’가 되도록 맞춘다. 불교 수행에 있어서도 숫자 ‘9’는 예외가 아니다. ‘꼬나윙(koe na win)’ 염불 수행표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꼬’는 숫자 9를 의미한다. 1단계에 9일씩인데 총 9단계가 있다. 1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어야 하며, 81일 동안 단 하루도 빠져서는 안 된다.

행운을 중요시 여기는 미얀마 사람들

꼬나윙 염불표.
꼬나윙 염불표.

약 2년동안 유학하면서 느낀 점은 미얀마 사람들은 ‘운’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운이 좋아지길 바라요”라며 덕담을 해주기도 하고, 스스로 긍정적인 말과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운’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좋은 에너지’를 갖는 것이다. 미얀마에는 ‘운’과 관련된 생활 미신이 몇 가지 있다.

함께 사는 미얀마 언니들은 매일 머리를 감는 나를 신기하게 여겼다. 특히 수요일날 머리 감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미얀마에서는 ‘수요일날 머리를 감으면 운이 나빠진다’는 미신이 있었다. 매일 머리를 감는 나에게 박사과정 동기 친구들은 “감기에 걸릴 까봐 걱정이다. 라온, 수요일날은 운이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그 날만은 감고 오지마!”라는 걱정의 말을 2년 내내 언니들과 같이 해줬다.

미얀마 여자라면 머리에 꽃을 꽂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시험을 보는 날은 ‘운’을 위해 꽂아선 안될 꽃이 있다. 바로 쟈스민 꽃이다. 쟈스민 꽃은 미얀마어로 발음이 ‘싸빼’인데, ‘싸’는 ‘공부’러는 뜻이며 ‘빼’는 ‘빼다’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공부한 것이 모두 빠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보는 날 미얀마 여자들은 쟈스민 꽃을 머리에 꽂지 않는다.

미얀마 박사과정 동기 친구들과 1년동안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수업시간과 관련해서 ‘운’을 좋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 한국과 미얀마 학생들의 공통점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질문 피하기’ 이다. 산스크리트어 교수님은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교수님이 오기 전 늘 친구들이 본인들의 신발을 뒤집어 놓았다. 6개월 정도 지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신발을 뒤집어 놓으면 교수님께서 질문을 안 하신다는 것이다. 미신의 효과가 통한 건지 교수님은 6개월동안 나에게만 질문을 했었다.

미얀마 남자들은 자신의 운을 나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여자들의 빨래가 걸린 곳 밑을 절대 지나가지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전해지지 않지만 ‘론지(미얀마 여자 전통치마)가 걸린 곳으로 남자가 지나가면 남자의 운이 나빠져서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다’라는 미신이 있다. 또한 ‘월경을 하는 여자와 스킨십을 하면 운이 나빠진다’라는 미신도 있어서 중요한 일을 앞둔 미얀마 남자들은 자신의 부인과 여자친구가 월경을 하면 그 기간만큼은 조심한다는 미신도 들었다. 다른 미신은 이해가 되었지만, 월경을 해서 아픈 날 자신의 남자친구 혹은 남편에게 위로를 받지 못 한다면 너무나 속상할 것 같다.

한국의 미얀마 대출업, 성공 이유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대출업과 관련된 곳이 많다. 미얀마의 경제적인 소득이 낮아서, 돈을 잘 갚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돈을 대출하면 대부분 이자와 원금을 잘 갚는다. “이번 생에 갚지 않으면 그 빚을 다음 생에 업으로 받는다”는 불교적인 가치관과 “남의 돈을 빌려 놓고 안 갚으면 다음생에 그 사람 집에서 소로 태어나서 평생 일해야 한다”는 미신이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아주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미얀마 사람들의 신용도가 좋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급하게 옷을 입느라 거꾸로 입고 밖에 나가던 찰나에 “너! 죽은 사람 되고 싶어? 운 나빠지게! 빨리 갈아입어!”라며 노발대발 화를 내며 얼른 옷을 제대로 입으라는 미얀마 룸메이트 언니의 말에 놀란 적이 있었다.

미얀마에서는 예전에 죽은 사람만 거꾸로 옷을 입혔기 때문에 산 사람은 옷을 거꾸로 입으면 운이 나빠진다고 믿는다. 할머니께서 어린시절에 길을 가다가 영구차를 만나면 “영구차를 길가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영구차를 보면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반드시 빌어드려라”라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미얀마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미신이 있다. “길거리에서 영구차가 지나갈 때 지갑을 만지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미얀마 사람들은 영구차가 지나가면 자신의 지갑을 쓰다듬어 재물운을 좋게 한다.

한국에서는 한 때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이 유행했었다. 미얀마의 한 지인은 페이스북에 뜨는 한국 먹방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한국 사람들은 왜 소리내서 음식을 먹어? 미얀마에서는 예의가 없고 운도 나빠져!”라면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 하던 분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각 나라의 예절과 미신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끔 다른 점을 인식하지 못 하고 무심코 한 행동과 선물이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큰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미얀마와 관련된 일을 해서 성공을 하고 싶다면 숫자 ‘9’를 행운의 숫자로 삼아 시작해보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또한 미얀마에서 사업할 때는 “청결하지 못 하게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 직원이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운이 나빠진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구나!”라는 마음으로 직원을 이해한다면 서로가 불편할 일이 줄어든다.

미얀마는 “이제는 다 알았다”싶을 때, 모르는 한 가지 부분이 또 생기는 매력적인 나라이다. 아마도 다양한 민족이 더불어 살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사소한 부분이 더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이해하는 깊이만큼 독자 여러분께 미얀마의 매력이 온 몸으로 느껴질 것이다.

꼬나윙 염불표
꽃을 꽂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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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불자 2020-09-04 10:14:1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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