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 전국 26개 도시 순회
평등버스 이동 중에도 경전 공부
'佛法이 곧 차별금지법' 깨달아
"법 제정 후 근본변화 시작될것"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와 필요성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8월 17일 서울을 출발한 ‘평등버스’가 전국 26개 도시 순회를 마치고 8월 27일 회향했다. 평등버스에 탑승한 고정멤버 13명 중 한명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을 만나 순례 회향의 소감을 들었다. 그는 불교계 차별금지법 제정의 긍정여론을 이끌고 법 제정을 앞장서 촉구해 온 인연으로 평등버스 핵심멤버가 됐다. 편집자.

평등버스에 탑승해 12박 13일간 전국 26개 도시 순례를 마친 양한웅 조계종 사노위 집행위원장.

무려 12박 13일의 기나긴 여정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전국 26개 도시를 순회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모든 도시의 시청 앞과 번화가, 상징적 장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플랜카드를 펼쳤다. 성적소수자와 여성,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과 택시해고자 연대, 금속노조 파업노동자, 에이즈 환자 등 차별의 극한에서 증오와 혐오, 차별의 극한에서 편견과 싸워 온 이들과 마음을 나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에서 활동하는 위원 스님들도 전국 곳곳에서 평등버스를 맞이했다. 원주에선 유엄 스님이, 대구에선 법상 스님, 아산에서는 지몽 스님과 서원 스님이 합류해 온양과 천안까지 함께하며 힘을 실었다.  

공식적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된 전국순회 일정이지만, 평등버스를 만난 이들에겐 용기와 이해를, 버스에 탄 이들에게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새삼 뼈저리게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였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우리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단언했다.

“평등버스 순례를 하는 동안 니까야 경전을 다시 읽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차별의 극단에 있는 분들을 만나고, 버스에 타 이동할 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곱씹었죠. 제 결론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부처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죠.”

양 위원장은 특히 “부처님께서는 업신여기는 마음, 구분짓는 마음, 멸시하고 혐오하는 마음, 자만심과 교만심 등을 불선업의 마음이라고 하시며 도를 이루는데 장애가 된다고 경계했다”며 “이러한 마음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의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는 여섯가지 감각기관의 작용으로 인한 ‘내 마음의 변화’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 “우리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인종, 성별, 나이, 성적지향을 포함한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일차적인 목적은 개인과 조직, 단체가 표출하는 편견과 증오, 혐오의 언행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근본적인 기대효과는 바로 차별적인 마음이 근본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있가는 설명이다.

양 집행위원장은 “평등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차별이 얼마나 극단적이고 무서운 혐오의 모습으로 실체화될 수 있는지 실제로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26개 도시에서 진행된 차별금지법 선전전과 기자회견, 문화제 등은 차별 없는 사회를 발원하는 법석인 동시에,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증오, 혐오를 직면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일부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위한 맞불집회가 이어지면서 평등버스에 탑승한 활동가들은 온갖 모욕과 혐오발언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양 위원장은 당시를 설명하며 깊은 분노와 한숨을 토해냈다.

“평등버스 멤버 중 상당수가 성적소수자 활동가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을 향해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과 욕설을 쏟아내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죠. 한 사람의 인격을 살해하고 존재 가치를 말살시키는, 그야말로 살인에 가까운 수위였습니다. 우리사회 차별의 극단에 있는 분들이 한평생 겪어 온 뿌리 깊은 증오와 혐오를 눈앞에서 확인한 셈입니다.”

평등버스는 12박 13일간 차별의 현장에서 고초를 겪으며 26개 지역을 지나온 셈이다. 그런만큼 성과도 놀랍다. 평등버스를 계기로 10곳 이상 지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지역 지부’가 만들어지는 쾌거를 이룩한 것. 말 그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네트워크가 형성된 셈이다.

양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마음이 담긴 단어 선택과 행위를 억제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혐오와 증오, 차별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사라지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평등버스를 계기로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는 전국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만큼, 이번에야 말로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