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 조계종 총무원장 예방서
신계사 템플스테이 지원 약속도
원행 스님 “꾸준한 노력” 당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하고 "불교가 남북평화의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조계종의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사업 추진과 관련, "정부간 관계 개선 이전이라도 불교계와 북측 조선불교도연맹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간 경색국면이 고착화되면서 정부간 관계개선이 쉽지 않은 가운데, 종교계 등 민간교류를 중심으로 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8월 31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예방을 받고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개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행 스님은 “지난해 금강산에서 남북 불교대표단이 만나 새해맞이 행사를 했다. 당시 강수린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과 신계사를 참배하면서 복원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신계사 템플스테이를 추진키로 논의했다”며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면서 중단돼 안타까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신계사 템플스테이는 특히 전통문화를 활용해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불사”라며 “남북 협력으로 복원된 신계사에서 의미있는 불사가 다시 진행될 수 있도록 통일부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불교계가 세운 큰 원력은 우리 민족이 나아갈 통일의 길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종교계가 먼저 남북 화해의 길을 연다면 대단히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라며 “남북정부간 관계가 개선되기 이전이라도 불교계가 조불련과 논의를 통해 구체화할 수 있다면 통일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북정부간 경색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민간교류를 통한 물꼬트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그동안 불교계는 남북관계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이하 조불련)과의 지속적인 민간교류를 토대로 인도적 지원과 문화교류, 협력사업 등을 통해 화해의 계기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북측은 남측과의 공식적인 민간교류까지 전면 중단한 상태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정상간 합의 이행을 위한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원행 스님은 “각 종교계 수장들이 만나 남북화해를 위한 대화를 나누다가 ‘금강산 관광 하나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한탄이 있었다”고 일침을 놓으며 “통일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이 장관은 “원장 스님께서 올해 봉축사를 통해 ‘이세상이 하나의 인드라망으로 연결돼 있다’고 법문하신 것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며 “마침 대통령께서도 남북이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넘어 생명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북관계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바가 결코 다르지 않다. 불교계에서 남북이 하나의 생명체로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깊은 화해를 통해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요청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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