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송 작가 초대전 ‘앙상블’
한벽원미술관 9월 9~27일

불균일한 선묘 강조ㆍ전면화
채색 옅어지고 색과 먹 조화
본질에 집중한 직관적 풍경

Mountain in Motion 91cm x 117cm 흙벽화기법 천연안료 2020

 

한국 현대 산수화의 영역을 넓혀온 이종송 작가의 초대전 ‘앙상블’이 9월 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한벽원미술관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사실과 표현 등 대립적 요소들을 결합한 산수화를 추구해온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전의 경향을 지속하면서도 구도, 색채, 필선 등 전반에서 한층 더 깊어진 작품을 선보인다. 많은 변화가 눈에 띠는 작품들에서는 우선 불균일한 선묘가 강조되었으며, 화면에서 중요한 조형적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작품에 있어서 먹의 선묘, 즉 필선은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이번 작품들에서는 보다 전면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지금까지 흙벽화기법을 통해 작업해왔고, 자연스럽게 고분벽화와 사찰벽화에서처럼 선보다는 면과 채색을 강조해왔다.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번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채색이 옅어졌다. 그로 인해 활달한 선묘의 효과가 한층 더 돋보이고 조화를 이룬다. 조선시대 수묵담채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이번 작품들은 고분벽화, 진경산수화, 문인화, 추상미술의 표현방식과 미적 감각이 앙상블을 이룬다. 전통을 현대화하고 자기화한 것으로 단순히 기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산수의 본질, 자연의 핵심만을 포착하여 이를 시각화했다. 색과 먹이 조화를 이루고, 사실과 표현이 균형을 이룬다.

이 작가는 현장사생을 통해 풍경을 그려왔다. 그것은 보이는 풍경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풍경을 대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한 주관적 경험에 의한 풍경이다. 이번 작품 역시 현장에서의 시각과 청각 그리고 지각이 하나로 연결된다. 실제 경치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객관화되었다기보다는 지극히 주관화된, 그리고 풍부한 감성이 돋보인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대상의 본질에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관적 표현을 통한 단순화 작업을 했다. 단순한 구성의 화면에 무수히 많은 결을 만들고 그 깊이를 더했다. 가늘고 단조로운 반복적 선의 중첩을 통해 산의 양감을 표현하고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표현한 선을 잘 보여주기 위해 그 동안 구현했던 채색기법보다는 맑고 엷게 중첩된 채색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전의 강렬하고 과장된 색의 표현에서 맑고 깊이 있는 색의 표현으로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화면 밑 작업에서 작가는 흙으로 의도된 질감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탕의 질감 위에 자유롭지만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비정형의 즉흥적 선묘를 중첩해 표현했다. 무수히 많은 선들과 점들로 이루어진 산은 화면에 가까이 갈수록 섬세하고 밀도 있는 표현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형태로 보이지만 화면에 다가갈수록 섬세한 표현을 볼 수 있다.

히말라야와 차마고도 등 먼 나라의 원시적 풍경에 이어서 한국의 자연과 풍경을 추상화하고 단순한 조형언어로 표현했다. 제주 오름, 남해의 섬, 서해의 섬, 울릉도와 독도, 설악산, 금강산 등 현장 사생을 통해 풍경의 주관적 표현을 모색했다. 주제에 적용할 수 있는 조형 요소를 찾아내서 단순화하여 각기 풍경이 주는 감각적 요소를 추출했다. 소리와 바람을 통한 단순화작업을 시도했으며, 푸른 생명을 품고 있는 대지의 생명력에 관한 표현과 걷기와 명상 등 반복적 행위를 통한 자기성찰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을 시도했다.

이종송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건국대학교 글로컬 캠퍼스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초ㆍ중ㆍ고 미술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40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25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에 출품했다.

Mountain in Motion 130cm x 162cm 흙벽화기법 천연안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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