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음악

문화와 음악 / 윤소희 지음 / 맵씨터 펴냄 / 4만2천원

 

‘인류학으로 바라본 음악의 세계’ 1권 〈문명과 음악〉에 이은 2권 〈문화와 음악〉이다. 문화적 토양이 어떻게 음악의 선율ㆍ리듬ㆍ예술이 되는지를 들여다본다.

1권과 같은 대 주제에서 시작하지만 과정은 다르다. 1권에서 다가가지 못한 부분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문화적 DNA가 다른 지구촌의 종교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되어 왔는지를 인류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1권에서는 인류문명의 시작부터 문화시대까지 포괄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음악적 실체에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2권인 〈문화와 음악〉에서는 실제 음악을 현미경의 렌즈로 들여다보듯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범패와 산조다. 범패는 현존하는 한국전통음악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고, 산조는 가장 한국적인 예술성을 지닌 음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으레 율조와 함께 전파되는 것이므로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올 때부터 범패에 대한 탐구도 있었겠지만 근세기 한국의 범패연구는 주로 오선보 채보와 악조 파악에 머물러 왔다.” 저자는 위 사실에서 ‘범패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품기 시작했으며, 책 〈문명과 음악〉을 통해 지구촌 종교음악과 한국의 범패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인류학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범위가 너무 확대되어 음악적 실체에서 다소 멀어진 텍스트가 됐다. 2권 〈문화와 음악〉에서는 이들 음악을 줌인하여 선율 전환 방법인 변조ㆍ전선법ㆍ전조의 과정을 범패ㆍ그레고리오 성가ㆍ산조를 통해 비교 분석했다. 또한 음악의 토양인 생활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전공자들을 위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망원렌즈에서 현미경으로 초점을 좁혀가고 있다.

책은 서양의 종교음악과 중세음악 이해의 탄탄한 기반 위에 우리음악의 원리를 터득해 온 저자의 경험을 살려 한국전통음악을 인류 보편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소통을 위해 국악은 서양음악 전공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으며, 서양음악은 국악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용어와 서술 방식을 바꾸어 설명했다.

가야금의 조현표와 실음의 관계, 다른 악기와의 합주를 위한 음악 어법의 면밀한 세계를 조명했으며, 국악개론이나 총론에서 말하는 범패의 정의가 실제 악곡의 느낌과 괴리가 있음을 역사적 전개와 문화적 배경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윤소희는 부산대학교에서 음악학 석사,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인류학 박사를 마쳤으며, 현재 위덕대학교 연구교수다. 〈불교성악 작곡집〉, 〈신라의 소리 영남범패 대담집〉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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