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꼬리

 

어이~ 여러분들~~!
내가 누군지 알겠는가?
잘 모른다고?

멋있는 발톱을 보고도 모른단 말인가?
이빨까지 보여 줄 필요는 없겠지?

꼬리도 멋있잖아~~!
허, 허, 허, 허~~~


까잘만, 싸이말루이 따쉬

꼬리가 깃발처럼 펄럭거린다. 바람이 뒤에서 불었을까? 좋은 일이 있어서 꼬리 끝을 ‘다다닥’ 흔들다 보니, 꼬리가 깃발이 되었을까? 꼬리를 잘못 그렸는지 유별나게 그렸는지는 모르지만 독특하다. 또 눈에 띠는 것은 이 동물의 발톱이다. 발톱을 길고 무섭게 그렸다. 어지간해서는 저 발톱 앞에 나설 만한 상대가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이빨은 드러내지 않았다. 굳이 이빨까지 연출하지 않아도 그 존재감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이 그림을 새긴 사람은 이 동물과 어떤 깊은 연관이 있었을까? 다른 동물이나 어떤 이야기가 전혀 없다. 화폭에 드러나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앞의 상체는 커 보이고 뒤의 허리는 잘록하게 그려서 더 강하고 날렵해 보인다. 동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듯 구도를 잡은 것도 긴장감을 더한다. 한 마리의 동물이지만 여러 가지를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없던 탓도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이 그림의 가치를 몰랐고, 이 그림을 해석해 내지 못해서 탁본을 뜨지 않았다.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이 동물 때문에라도 그곳을 또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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